북한 공민에 관하여
김주애의 폭풍 성장과 북한의 굶주림
2022년 겨울, 북한의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세상의 이목을 끈 한 소녀가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곁에서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걷던 아이.
곧 ‘사랑하는 자제분’ 김주애라는 이름으로 공식 소개되었고, 이후 북한의 군사행사나
국가기념일에 꾸준히 등장했다.
그런데 그녀의 변화 속도가 놀랍다.
단발머리 소녀였던 김주애는 이제 눈에 띄게 커진 키, 단정한 복장,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몇 년 사이, 폭풍처럼 자랐다.
그 모습은 단순한 유전이나 성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지금, 북한 체제가 가장 정성 들여 키우는 상징이다.
김정은 시대의 ‘왕녀’로 불릴 수 있는 그녀의 성장 속에는,
북한이 가진 모든 최상의 자원이 집중돼 있을 것이다.
식단, 의료, 교육, 심지어 외형 연출까지.
그녀는 ‘백두혈통의 품격’이라는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성장의 그림자에는 수백만 북한 주민의 굶주림이 있다.
유엔과 세계식량계획은 해마다 북한의 식량난을 경고한다.
5세 미만 아동의 25%가 발육이 늦고,
전체 인구의 40%가 영양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장마당이 얼어붙고, 밀무역은 막히고,
옥수수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정이 많아지는 이 땅에서
오직 한 아이만이 풍요롭게 자라고 있다.
북한은 김주애를 내세워 '체제의 미래'를 상징하고 싶겠지만,
그 상징은 오히려 이 체제의 잔인한 불평등과 특권의 구조를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정치란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북한은 딸은 키우고, 인민은 굶기고 있다.
우리는 그 ‘성장’의 뉴스에 감탄하기보다,
그 옆에 있는 ‘침묵당한 수백만 명의 성장하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