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한 기대 혹은 헛된 희망
삶을 살아낼 무언가가 필요할 때, 내 선택에 확신이 없을 때,
삶은 희망과 욕망, 좌절과 실패란 단어로 점철되어 있다.
희망이 있고 욕망이 있기에 사람은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을 현실적이다 혹은 무지개 빛 환상에 빠져 산다고 이야기할 때, 그 판단기준은 실현 가능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에 있다. 전자는 실현 가능한 욕망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고 후자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다고 흔히들 결론 내린다. 욕망은 삶을 살아내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다수에 의해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꿈을 가진 사람은 우스갯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들은 주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이루기 어려운, 대부분 사람들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대부분의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는 29세 여자가 주인공이다. 회사에선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하는 일은 주로 사장이 시키는 잡무뿐이다. 나이는 점점 들고 경험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보니 회사에서는 쿠미코에게 젊은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어떠냐는 말까지 듣는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남자 친구는 없고, 회사에서 언제 실직할지 모르며, 사교성도 없는 쿠미코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 희망을 가지는 것조차 사치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FARGO영화에 나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는 장면 하나에 희망을 걸고 영화 속 주인공이 미네소타 눈밭에 보물을 숨기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 보물을 찾고자 한다. 그러한 믿음은, 그녀를 욕망하게 하고,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가는 길이 헛되고 멀지라도
쿠미코는 영화를 보며 연구한 보석 묻힌 장소를 수놓은 천, 지도 한 장, 나침반, 상사가 부인 선물을 사 오라고 내 준 법인카드만을 가지고 미네소타에 도착한다. 무료관광 상담을 가장한 종교단체, 눈 쌓인 적막한 동네에서 외롭게 사는 할머니, 친절한 경찰관 등을 만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I WANT TO GO FARGO를 외치며 그녀만의 길을 간다. 그녀를 만나고 혹은 도와주려는 사람들은 현실이 아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며 그녀를 만류하지만 그녀는 확고하게 그녀의 믿음은 진실이며 FARGO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결국 FARGO에 도착한다. 눈보라가 치는 밤을 지나고 눈 속에 덮여 하루를 보낸 쿠미코는, 결국 찾고자 했던 영화 FARGO에서 보물이 묻힌 곳을 발견하고 보물을 찾는다.
해피엔딩?
영화감독은 친절하게 그녀가 결국 보물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장면을 보고 아, 다행이다, 그래도 해피엔딩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장기 없이 지친 모습이 아닌, 생기도는 얼굴로 눈 속에서 깨어났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순간에, 감독은 도쿄에서 쿠미코가 버린 애완토끼를 쿠미코 눈 앞에 데려다 놓는다. 쿠미코는 죽었고 그녀의 꿈속에서 그녀가 열망했던 것들이 이루어진다.
영화는 쿠미코가 동굴 속에서, 보물인양 천으로 둘러싸이고 돌로 덮여있던 FARGO 비디오를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조로운 그녀의 삶에 욕망을 불어넣어주었던 비디오는 그녀가 한없이 돌려보는 바람에 테이프가 늘어져 망가진다. 그녀의 비디오테이프는 DVD로 대체되고 FARGO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향해 맹렬히 짖는 개가 그녀가 가진 욕망의 시작이자 삶의 희망이었던 DVD를 물고 사라진다. 아마 이때, 쿠미코의 운명이 정해졌던 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