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두근두근 설렘 가득
학교에 부임하고 첫번째 수업.
아이들과 도련님, 모두 어색한 가운데 가벼운 탐색만 마치고 무사히(?) 수업을 마친다.
두번째 시간.
뭔가 적진에 뛰어든 것 같은 긴장감.
시골뜨기 녀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돼.'라는 생각으로 큰 소리와 빠른 말투로 수업을 한다.
'너무 빨라요. 좀 천천히 해주실 수 있어요? 혹시.'라고 말하는 녀석에게
'너무 빠르면 천천히 해줄 수는 있지만, 난 도쿄출신이라 너희 말(시코쿠 사투리)로는 못해준다.'라고 대답한다.
아, 이것은 전쟁의 서막!!!
아이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려는데, 한 아이가 몇개의 문제를 들이대며 가르쳐 달라고 한다. 긴장해서인지 도저히 풀지 못할 것 같아, 다음에 알아오마 하고 교실을 나온다.
뒤에서 아이들의 '못한다, 못한다'라는 소리와 웃음 소리가 섞여 신경을 건드린다.
선생님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상황을 대하는 도련님의 자세는 틀렸다.
도련님은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잡히고 싶지 않았으나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패권을 넘겨준 것이다.
'선생님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 다음에 함께 답을 찾아보자.'라는 여유는 사라지고,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만 [펙트체크]해준 결과가 되어버렸다.
진짜, 전쟁 시작!!!!
문제는 전쟁터가 확장된 것! 교실이 아니라 그의 평온했던 삶 속으로.
그 뒤로 어느 날, 튀김집에 가서 튀김을 먹고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교실에 [텐뿌라 선생]이라고 적혀 있고, 단고집에서 단고를 먹은 다음 날은 [유곽의 단고, 맛있어, 맛있어]라고 적혀있다.
아이들은 도쿄에서 새로 온 이 선생이 너무 신기한 것이지. 행동 하나 하나가 재미있는 사건일 것이다.
튀김 4그릇 먹는 것이 뭐 그렇게 큰 일이겠는가. 그런데, 이 선생이 먹는 것은 아이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단고집에서 단고를 먹는 것은 당연한 것. 하지만, 이 선생이 단고집에서 단고를 먹는 것, 재미있는 화제거리가 된 것이다.
또, 온천탕에서 수영을 하려다 안내 팻말으로 보고 수영하지 못한 날, 그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칠판에 [탕에서 수영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쯤되면 아이들이 도련님을 탐정처럼 쫓아다닌 듯 하다.
너무 웃겨서 낄낄거리면서 글을 읽는데, 정신을 번득 차리고 보니 엄청 숨막히는 장면이다.
도련님의 심경을 묘사한 글귀이다.
[息が詰まる, 숨이 막히다]
주인공 도련님의 입장에서는 내가 무엇을 해도 모두가 아는 좁은 동네, 그 좁은 공간이 답답했을 것이다.
허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난 니들 사투리 몰라. 도쿄말로 천천히 말해줄테니까 알아서 잘 들어.'라고 하는 기분 나쁜 선생이 낯설었을 것이다. 그런데, 싫지만은 않았던게지. 학교 마치고 선생님 뒤를 탐정처럼 쫓아다니면서 선생이 한 행동 하나하나를 다음 날 칠판에 피드백해 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 왠지 도련님과 학생들 사이에 42.195km 만큼의 거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같은 출발선이 아니라 서로 정반대의 출발선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로를 향해 달리다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얼굴을 하게 될 지 궁금하다.
2021년도를 맞이하고, 뭔가를 시작하고,새로운 도전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춘향이와 이몽룡이 아름다운 재회를 하듯, 견우와 직녀가 만나 그 동안의 슬픔을 지우듯,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리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이 찾아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