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진로와 성적의 놀라운 상관관계

길을 찾으면 성적은 오른다

by 카멜리아

“선생님, 우리 집에 물고기 2,000마리 있어요.”

“뭐야, 물고기 얘기 그만하고 나한테 성적으로 말해.”

교사로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이렇게 말하는 아이에게 나의 첫 번째 반응은 “허언증이니? 고3이 무슨 물고기 2,000마리 타령이니? 성적으로 말해요.”였습니다. 그러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쌤, 얘 집에서 물고기 2,000마리 키우고 있어요. 방 하나는 식물원 수준이에요. 전기세가 50만원 나온대요.”라고 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보다 허언증이 더욱 강력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찰나의 순간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내 뇌리에 스치는 생각 하나가 교사로서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한 것 같습니다.

‘맞아,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 아이에게 정말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성적보다 그 우위에 있는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그 아이와 진지하게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기자가 사건을 조사하듯이 물어보고 싶은 항목을 적어서 차근차근 물어보았습니다.

“물고기는 취미로 키우는 거니?”

“어떻게 키우게 되었니?”

“혹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모임은 있니?”

“열대어를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뭐니?”

“비슷한 주제로 소논문 쓰기를 한 적이 있니?”

“단순한 취미니, 아니면 물고기로 시험 등을 하기도 하니?” 등 가능하면 아이가 자신이 활동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상담하다 보니, 이 아이에게 스토리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즐겨서 할 수 있는 자신의 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대어 연구를 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항생제를 투여하여 아픈 물고기를 치료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2학년 때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을 비교하는 실험을 해서 소논문 작성하기에서 수상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필수라고 생각하는 성적은 중간 이하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학교생활에 참여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려서부터 물고기 키우는 게 취미였던 아이에서 ‘해양생물연구원’을 꿈꾸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이력을 정리하여, ‘자기소개서에 잘 작성해 보자’라는 제안에 진지하게 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해양생물연구원’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느 대학에 가야 하는지 정보를 수집하였고, 그에 맞춰서 필요한 성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습니다. 내신 성적뿐만이 아니라 모의고사 성적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3개 정도의 대학에 합격하여 자신의 진로와 가장 잘 맞는 대학을 선택하여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3들이 외치는 ‘IN서울’은 아니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jpg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91-UvrrpneY

어느 유명한 유튜버의 ‘근대교육을 비판합니다’라는 영상에 나오는 멘트입니다. 언젠가 연수에 갔을 때 이 영상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머리로 생각하고, 습관처럼 입으로 말하는 내용이면서도 교사인 내가 아이들의 ‘다름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상담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누가 들어도 다 아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죠.

그러면 여기에 물음표를 넣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를 위해서요?”

“무엇을 위해서요?”

물음표를 던져 보셨나요?

자, 그럼 이제, 아래 질문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질문1.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질문2. 아이가 가고자 하는 대학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진지하게 들어주셨나요?

질문3. 아이의 진로가 공부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어도 응원해 주셨나요?

어떻게, 잘 생각해 보셨나요? 어려운 시험이었나요?

2.jpg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91-UvrrpneY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꿈을 꿀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만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로가 명확해 지면 성적이 오른다.’

네, 맞습니다. 성적이 오릅니다.

자신의 진로가 확고해지면 성적표상의 성적이 오르는 친구도 있고, 삶의 자세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아이도 있고, 수업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우 관계뿐만이 아니라, 선생님과의 관계도 좋아지면서 그전보다 더욱 긍정적인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아이는 성적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서도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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