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던 ‘교사‘ 업무를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어떤 수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그동안의 흔적들을 정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좋은 기회로 6개월 파견 연수가 되어서 잠시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일 뿐 3월에 학교를 시작하는 이들보다 어쩌면 더 많이 준비해서 돌아와야 하는 부담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배우는’ 일을 선택하여 낯선 사람들이 모인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나에게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습니다. 교사가 되고 첫째 96일 출산휴가, 6개월 육아휴직, 둘째 100일 출산휴가를 제외하고는 학교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육아를 돌봐주는 친정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고,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되어서 가르치는 일에 한참 재미있어 쉬지 않고 학교 일에 매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교사로서 달려온 길은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지도 못한 [멈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020년 2월에 9박 10일 동안 일본 출장을 하던 중이었고, 귀국해서 2주를 격리시키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학교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 가서 수업 준비, 업무 준비, 교무실 정리도 해야 하는데, 아무 이상 없는 사람을 무슨 전염병 환자 대하듯이 하시네, 너무 하네,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5월이 되어서야 수업을 할 수 있었고, 아이들을 온전히 볼 수도 없는 상황이 2년이 지속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양한 온라인 학습도구를 활용하여 수업 영상을 만들고, 실시간 화상수업을 하는 등 새로운 수업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아이들과 수업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업무-수업연구-연구회 활동-연수 등 너무 많은 업무에 정신없이 지내다가 [나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철학 없는 수업, 기능적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이만하면…‘이라는 생각에 매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적당히’ [나 살자고]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우리도 저거 해요.’, ‘우리 반은 왜 안 해요?’, ‘쌤…., 아..쌤….???’하고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던 모습에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수업만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틀에 맞춰서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뭔가 부족한 갈증이 항상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멈추자. 조금 멈췄다가 가자. 2020 코로나로 타의에 의해 멈췄을 때도 새로운 경험을 했었잖아. 나의 의지로 멈추면 더 좋겠지. 해남 가는데 화장실로 한번, 주전부리하러 한번, 그냥 한번, 휴게소 3번은 들러야지]라는 결심이 섰습니다. 마침 11월경, 파견 연수 공문을 접해서 1차 서류를 제출했는데 다행히 합격을 하고, 2차 심층면접에도 통과하여 정말 감사하게도 2022학년도 8월까지 파견 연수를 통하여 [잠시멈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드디어, [멈춘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아름다운 멈춤을 위해서 ‘사부작사부작’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1. 남아있는 업무 마무리하고, 인수인계하기
2. 수업자료, 문화자료 정리하여 남기기
3. 나의 생활 루틴 재정비하기 : 직장인에서 연수생으로의 생활
4. 주변 동료들에게 나의 변화 알리기
5. 나의 서재에 잠자고 있는 도서 찾아서 보이는 곳으로 진출시키기
6. 노트북 정리하기
7.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8. 목적없이 사부작대기
6개월간의 사부작거림을 즐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