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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Jun 02. 2022

2화 나 바라보기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수 첫 시간,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많이 당황스럽더라고요. 더구나 줌으로 수업을 하면서 오늘의 기분을 나타내는 단어를 이름 앞에 붙여보라고 하시는 데,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김혜영 앞에 [여유로운-김혜영] 이렇게 적고 보니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시 수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두었습니다. 그리고 연수 중 애니어그램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나’란 사람의 특징이 너무 없어서 놀래버렸어요.  (참고: 에니어그램 - 나무위키 (namu.wiki) )

9가지 성격 유형을 나타낸 것인데, 어느 유형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고 고르게 나타나길래, ‘뭐지? 특징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퍼실리테이션, 디자인씽킹, 춤의 민주주의, 독서토론 활동 등의 모든 시간에 나의 생각을 말하고 정리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참 힘들어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고민스러워서 우리 동네의 상담센터를 뒤져보았더니, 상담카페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전문가에게 ‘나란 사람의 성격’이 어떤 지 가볍게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죠. 사실 특별히 뭔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고민해 보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제부터는 진지하게 ‘나 바라보기’를 시작하게 된 게 매우 의미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깨달은 것 지금까지 너무 주변만 살피면서 살아왔다는 거에요. 사실, 백세 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 50년을 또 이렇게 주위만 신경 쓰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나 참 불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성격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요?

그러고보니 요즘 40-50대 어른들의 ‘나’를 알아가는 내용의TV프로그램이 종종 보여서 반갑더라구요. 

그 중 요즘 핫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보면 해방클럽 멤버들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요. 그냥 내 이야기 같아요. 

어려서는 4남매 안에서 규율과 서열로 자유롭지 못했고, 학교 다닐 때는 교육의 엄격함에 따라야 했고, 직장 생활에서는 동료, 선배, 관리자, 학생, 학부모 등 공동체의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는데 긴장하고 지내야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파견연수 중입니다. 공부만 하고 있는 거죠.

업무라는 것에서 벗어난 저는 지금 자유로울까요?

아니더라구요. 여전히 매여 있어요.

내 생각이 옳은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 지긋지긋합니다. 그만 할 때도 되었는데 말이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 달 전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미르북 컴퍼니]을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늘날의 영국이 커다란 짐꾸러미를 끌고 여행을 다니는 노신사 같다. 꾸러미 안에 큰 가방, 작은 가방, 판지 상자, 보따리 등 오랜 살림살이로 불어난 잡동사니만 그득한데, 정작 그것을 태워 버릴 용기가 없다. 부디 앞의 세 가지만이라도 버리면 좋으련만. <월든> 중에서


나를 나답게 하지 못하는 잡동사니는 무엇일까?

그것을 도려내어 버릴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나 바라보기>는 올해를 관통하는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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