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집을 나와 학교로 출근을 합니다.
아침 8시 20분.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 메신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업무포털에 들어가 공문도 확인합니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 앞에 붙이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갑니다.
오전 9시~오후 1시. 오늘따라 새로운 일들이 자꾸 생겨납니다. 더군다나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업무 메신저는 수업 다녀오면 20개씩 쌓여갑니다.
1시 식사 후 2시 되기 전. 쌓여 있는 메시지를 읽습니다. 점심 시간에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는데 긴급회의가 소집됩니다.
오후 4시. 발송공문, 계획서 등 해야 할 행정업무들을 진행하고 내일 수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저녁 6 시. 내일 해야 할 일을 다시 확인하고 퇴근 준비를 합니다.
저녁 7시~8시. 퇴근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 9시. 아이와 잠잘 준비를 합니다.
저녁 10시. 아이와 잠을 잡니다.
저녁 12시. 밀린 업무를 하거나 수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새벽 2시. 잠을 잡니다.
작년까지 거의 매일 이런 생활을 하였습니다. 뭔가 열심히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가’라는 의문을 던져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절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패턴을 구조화하고 나는 어디에 포커싱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생각을 하면서 잠시 멈춰가는 이 시기에 ‘나만의 루틴찾기’를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기에 앞서서 의미를 두고 하는 활동을 먼저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토요일 운동 – 테니스
2) 일요일 아침 깨우기 – 일요 낭독회
3) 아침 7시 전 일어나서 정신차리기; 조금씩 시간을 당겨보기
4) 하루 2시간 독서하기
5) 아들과 공부하기 ; 함께 있어주기
6) 딸아이와 놀기 ; 매일 1시간 이상
7) 일주일 1번 이상 글쓰기 ; 가능하면 같은 요일, 횟수 늘리기
8) 일주일 1번 이상 그림그리기
9) 일주일 1권 읽기
10) 한 달 한 권 필사 프로젝트
현재 내가 좋아하는 일과 삶의 조각들입니다. 규칙성을 갖추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어찌 보면 규칙에 맞추어 ‘나의 하루일과’로 바라본다면 미션 수행 같은 느낌이 들어 굉장히 피곤해지지 않을까요?
루틴을 찾는다는 것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규칙과 습관을 들인다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뿌리가 건강하면 추운 겨울 동안에도 그 냉혹함을 견디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줄기와 가지로 영양분을 보내면서 새싹을 틔우듯이, 의미있는 삶의 조각들로 '루틴'을 단단히 한다면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그저 내가 애정 하는 이 일들을 꾸준히 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의 '루틴'을 건강하게 해줄 책 읽는 시간을 찾아낼 것이고 아이들과 공부하고 놀아줄 시간이 픽스 될 것이고 지금처럼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찾아내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생겨날 듯합니다. 오늘은 글을 쓰지만 내일은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지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발굴하는 것은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일과 삶 사이의 고요함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수니까요.
일이냐, 삶이냐, 문제는 그 둘 간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인생을 일과 삶의 대립으로 간주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편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들/ 정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