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똥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리아 Aug 25. 2020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은 아름답다?

  친정아버지가 작년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 후로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서 수원에 있는 대상포진 전문병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다니신다.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이 방학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결혼하고 내 가족 챙기느라고 부모님께 소홀해진 마음이 죄송스러워서 집에 있는 동안에 한두 번이라도 병원에 모시고 간다. 요즘은 더욱이 코로나 19로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운전할 수 있는 재능을 뽐내어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운전하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이 차가 참 편해. 우리 남편 차는 너무 커서 못 몰겠어요." 하며 차 이야기를 꺼냈다.

 "이 차로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민성이랑 너랑 태우고 잘 다녔지."아버지가 예전 얘기를 하신다.

 "그리고 이 차로 사고 낸 적도 없다."라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그러고 보니, 전에 쏘울은 어디다가 맨날 박았어~ㅎㅎㅎ, 결국 사고 내서 폐차했잖아."하고 우리 첫 차의 흑역사가 다시 등장했다. 종종 등장하는 우리 가족의 화재거리이다.

 "근데 이 차는 맨날 누가 와서 박아~ㅎㅎ, 쏘울하고 난 인연이 아니었던게지."하고 한참을 차 이야기를 했다.

 "물건도, 사람도 다 자기 인연이라는 게 있는 거야."라며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얘기를 하신다.


  그렇다. 인연이라는 게 있는 거 같다.

지난주 그동안 꿈꿔왔던 '출판 투고'를 위한 원고를 각 출판사에 넣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운전하면서 모르는 전화로 연락이 온 걸 받지 못해서, '아, 출판사면 어쩌지?' 하며 한 통, 두 통의 전화를 흘려버렸다. '나와 인연이 아닌게지.'하고 넘겼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부모님 댁에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가는 중 모르는 핸드폰 전화가 와서 다급한 마음에 갓길에 세우고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 00 정수기입니다. 오늘 방문 잊지 않으셨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요. 15분 뒤면 도착이에요. 도착해서 연락드릴게요."

 정수기 기사님과 나는 오늘 인연이 깊다. 수원 다녀오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서 2시에 예약했는데, 12시 정도에 도착했거늘, 기사님은 또 어찌 아시고 우리 단지에 계신 김에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혹시나 하는 전화 한 통화로 기사님은 오늘 2시간의 여유를 버셨다. 그냥 기다렸으면 12시에 일 마치고 2시까지 기다렸다가 우리 집만 보고 가실 뻔했다. 다행이다.


나의 인연 출판사 편집자님들께서 많이 바쁘신가 보다. 

조금 더 기다려봤다가 원고를 좀 더 다듬어서 다시 도전해야겠다. 

음~

'기다림의 미학'

나름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향한 간절함이 생겼다.

뭐랄까~건강해지는 느낌?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이렇게 간절히 기다려 보는 게 넘 오랜만이어서 허세를 조금 보태서 행복하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은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 어린왕자 중에서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