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일기
9월부터 11월까지는 연어의 산란철이이서 살이 오르고 알이 꽉 찬 '연어'의 제철이 시작됩니다.
연어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고르라면 속살이 부드러운 연어 스테이크, 미소된장소스를 발라 구운 밥도둑 연어 된장구이, 연어 머리 조림 등 여러 가지 요리가 있지만, 그라브락스(Glavrax)라고 불리는 북유럽식 절임 연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라브락스(Glavrax)는 소금과 설탕에 연어를 절인 후 딜(Dill)이라는 허브를 듬뿍 뿌려 호밀빵과 함께 먹는 북유럽의 전통적인 연어요리로 훈제연어와 함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요리입니다. 이케아에 가면 가구는 뒷전이고 이 그라브락스를 몇 팩씩 집어 들곤 합니다.
달걀을 삶고, 레몬을 잘라 옆에 준비해 놓은 다음, 양파를 얇게 썰어 놓습니다. 그리고 케이퍼(caper, 연어와 먹는 북유럽식 짠지)와 딜 허브향이 듬뿍 머금은 드레싱 그리고 호밀빵까지. 이렇게 그라브락스를 즐길 준비를 마칩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준비하는 제모습을 보면 마치 가을철 강가에서 연어를 갓 잡은 야생 불곰(Grizzly, 만화 '위 베어 베어스'의 불곰종의 영어명)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도 생각하며 차가운 화이트 와인을 따릅니다.
살이 붉고 크기가 큰 참치(Tuna)와 연어(salmon)는 바다의 쇠고기와 같은 존재로 비견되고, 살이 희고 연어보다 작은 대구(cod)는 돼지고기로, 크기가 작고 가격이 싼 개체수가 많은 고등어(mackerel)는 바다의 닭고기라고 불립니다. 이중에서도 연어는 '바다의 황태자'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인기 있는 어종에 속합니다.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에서는 최고의 미식으로 꼽히며,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인기 있는 어족자원이지만 요즈음은 다크서클에 특효약이고 영양과 소화도 잘되는 생선으로 유명하여 우리나라에도 연어 마니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연어는 중요한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연어 레시피가 다양해진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릅니다. 냉수성 어종인 대서양 연어가 바닷물에서 다시 회귀하여 가을철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강가로 돌아올 때 한꺼번에 많은 연어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량으로 잡은 연어를 보관하기 위한 방법으로 훈연하여 훈제 연어도 만들고, 소금에 절인 후 구덩이에 묻어 연어를 발효시켜 먹기도 합니다. 연어를 묻는 구덩이 그라브(grav)와 연어의 스웨덴어인 랙스(lax)가 합쳐져 오늘날의 그라브락스(Glavrax)는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연어 절임인 '그라브락스'는 '스모가스 보드(스웨덴어: smörgåsbord)'라고 불리는 현대 뷔페의 원형이 되는 북유럽의 식사 방식에 내놓는 요리입니다. 명절이나, 손님을 초대할 때 그라브락스와 미트볼, 호밀빵, 달걀과 허브 등 척박한 동토의 지역인 북유럽의 식단에서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재료들을 모아 테이블에 놓고 뷔페처럼 여럿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스웨덴어인 스모가스 보드(smörgåsbord)는 샌드위치를 뜻하는 '스뫼르고스(smörgås)'와 식탁을 뜻하는 '보르드(bord)'로 구성된 단어입니다.
일반적인 남부 유럽의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의 순차적 '시간 전개형'(코스요리) 식사 방식이 아닌 우리와 중국의 식사 방식처럼 한상에 모든 음식을 놓고 먹는 '공간 전개형' 식사를 북유럽에서는 선호하였습니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에 팝 그룹 A-Ha의 'Take on me!'와 노르웨이 고등어로 유명하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국중의 하나 정도로 인식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세계은행에서 정한 1인당 국민소득 4위에 속 할 정도로 잘 사는 나라이고, 2017년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공공 청렴도 지수, 민주주의 지수에서 1위를 하고, 또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한 안전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왜 이렇게 잘살까요?'
노르웨이는 인구 490만으로 서울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전 국토의 3%만이 경작 가능하여 농업생산은 미미하나, 해운업 및 어업이 크게 발달한 나라입니다. 영국과 공동 개발한 북해 유전에서 1975년부터 시작된 원유 및 천연가스의 생산은 노르웨이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1945년 2차대전 이후 노르웨이는 수산업과 해운업을 필두로 발전을 거듭하여 유럽의 부국으로 발돋음 합니다.
1946년 세계 최초로 수산부를 만든 나라답게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연어 양식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연어 양식 회사인 마린 하베스트(Marine Havest)사는 전 세계 최대 양식연어 생산회사로 노르웨이의 국부를 창출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세계에서 연어를 가장 많이 생산(양식)하는 나라답게 연어는 석유, 광물과 함께 노르웨이의 3대 수출품에 속합니다.
전 세계 연어 시장은 연간 생산량 약 4천3백만 톤, 경제규모로 환산하면 20조 원 규모이며, 연어 가공시장을 포함할 경우 약 60조 원에 이릅니다. 그리고 양식용 사료산업, 가두리 제조산업, 물류와 유통 그리고 수산물 가공산업, 서비스산업을 포함할 경우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어의 산업 시장과 환경을 바탕으로 노르웨이의 다국적 기업인 마린 하베스트(Marine Havest)사의 '연어'는 노르웨이의 국부(國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해양수산자원으로 발전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연어는 대서양 양식 연어로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연어의 97%를 차지 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자연산 연어'의 유통은 단지 3%밖에 없는 귀한 연어들이랍니다.
해산물은 바다에서 잡을거라는 인식과는 달리 웬만한 생선들도 양식기술의 발달로 바다농장에서 양식된 해산물들로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어업은 일반적으로 4가지로 구분되는데, 민물 어업과 연안어업, 원양어업과 양식업으로 구분됩니다.
이중 연안 어업과 원양어업에 사용되는 트롤(Trawl) 방식의 저인망식 어업은 물고기를 가장 많이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어업 방법에 속합니다. 하지만 저인망 어법은 거대한 그물로 바다 중간에 사는 어족류(대구, 고등어등)와 바다 바닥에 사는 어류까지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바다의 벌목'이라 불리는 어업방식으로 어족자원 보호와 바닷속 생태계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어업 방식입니다.
가끔 중국 어선들이 우리 근해에 와서 쌍끌이 어선 방식으로 즉, 양쪽에 저인망을 견인하는 두척의 배가 서해바다의 어류를 싹쓸이한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쌍끌이 저인망의 폐해는 '수산어종을 포획해갔다'는 것보다 '수산 환경을 파괴했다'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법안을 만들어 저인망식 어업을 할 때 그물의 형태 및 크기, 그물눈의 크기, 조업 수심, 가능 지역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중국 근해에서 마구잡이 포획 방식으로 치어까지 잡아들여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 중국 연안에서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우리 경계수역까지 중국 어선들이 넘어오는 실정입니다.
이런 저인망식 어업으로부터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북유럽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근해 양식(Offshore aquaculture)으로 '바다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해 양식 (Offshore aquaculture)은 연안 케이지에서 원하는 어종을 양식하는 어업의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해양 생물 양식장은 연안의 깊은 바다로 거리를 이동하여 생선들이 자랄 수 있는 케이지를 만들어 일반 양식장보다 수심이 더 깊은 바다에 위치하며, 해류가 해안에 비해 강한 곳에 위치합니다. 양식장을 깊은 바다로 이동시키면 수산양식업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을 제공받게 됩니다.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어업기술로 인하여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연어 양식국 위치에 올라섰으며, 뒤이어 영국과 칠레, 캐나다, 호주 등이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연어 양식 국가의 공통점은 차가운 해수가 흐르는 해역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제주도 고등어 찜집에도 오르는 걸 보면 북유럽의 해산물 양식 기술과 현대 어업기술에 놀라기도 합니다.
호밀빵과 레몬을 뿌린 허브향의 그라브락스, 그리고 고소한 삶은 달걀은 풍요로운 '가을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딜향 가득한 이케아표 머스터드 드레싱도 그라브락스에 달콤함과 윤기를 더합니다. 위 베어 베어스의 '그리즐리'가 욕심껏 연어를 먹듯이 연어와 호밀빵을 먹다보니 조금 모자랍니다.
그라브락스 연어 2팩이 냉장고에 더 남아 있어 한팩 더 따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겨울내내 맛보기로 하고 냉장고 문을 가만히 닫아 둡니다.
'나는 곰이 아니쟎아!"
PS : 우리나라 외식 용어 사전에 보면 Salmon(연어)를 알파벳 그대로 읽어서 고착화되어버린 일본식 발음으로 '살몬'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영어로 연어는 Salmon [sæmən] 살몬은 물론 샐먼도 아닌 '새먼'이라고 발음합니다. Salmon의 가운데 'L'이 묵음 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