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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Aug 26. 2018

양꼬치와 다문화 사회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일기


'양꼬치와 칭타오'


집사람이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이 '양꼬치'라는 말을 듣고 말도 안 된다며 생각해보니, 친구들과는 양꼬치집 문턱을 수도 없이 넘었지만 집사람과는 기억이 없습니다.

날도 선선해진 저녁에 동네 카페거리의 단골 양꼬치집으로 향합니다. 꼬치구이집에 들어서면 늘 주문하듯 자연스럽게 양꼬치 2인분에 칭타오맥주를 주문합니다. 테이블에 앉아 집사람에게 메뉴도 설명해주고 꼬치 굽는 법, 양꼬치에 같이 나오는 양념 '쯔란'도 설명해줍니다.

드라마와 영화에도 요즘 자주 등장하거니와 궁금하기도 했다는 말에 왜 더 일찍 같이 못 왔는지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집사람과 밥을 먹으러 나가면 늘 같은 메뉴와 단골집을 향하는 취향이라서 새로운 메뉴는 잘 먹지 않게 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 먹으러 다니자고 이야기하며 양꼬치를 도란도란 구워 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발견된  꼬치구이 기구, 그리스 키클라데스 문화 박물관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시기는 79만 년 전부터로 추정되며, 인간이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한시기는 25만 년 전 중동지역으로 추정됩니다. 인간이 요리하는 방법을 발견 한 이래로, 육식 준비를 위한 가장 초기의 조리법이 나무 꼬챙이에 고기를 끼워 굽기 임을 생각하면 이 간단한 방법이 가장 쉽고도 맛있는 조리 방법임을 깨닫습니다.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과 숟가락도 없는 인류에게  꼬치의 발명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기구를 이용한 식기였을 것입니다. 이 꼬치는 요리를 위한 가장 보편적인 기구로 모든 문명과 국가에 전파되어 오늘날까지 이어 옵니다.


꼬치를 사용하는 전통은 많은 나라의 역사에서 기록되었습니다. 구워 먹을 수 있는 모든 것, 즉 고기부터 채소와 과일,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들이 꼬치에 끼워져 숯불 위에서 구워집니다.  중동의 케밥부터 러시아의 샤슬릭, 중국의 양꼬치, 우리나라의 산적과 일본의 야키도리까지... 숯불 위에서 꼬치를 요리하는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합니다. 꼬치로 사용하는 재료도 전통적인 나무와 대나무에서부터 금속 및 기타 장식 재료에 이르기까지 무척 이채롭습니다.


현대에도 꼬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어 구미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캠핑장에서 숯불에 삼겹살 구워 먹고 아이들과 마쉬멜로우나 떡을 구워먹는 등 갖가지 꼬치구이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참 여유로워 보이고 좋습니다. 레드와인 한잔과 캠핑장에서의 꼬치구이는 로맨틱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터키의 케밥집들, 좌_도뇌르 케밥(doner kebab),  우_ 시시케밥(shish kebab)

꼬치요리는 중동과 페르시아 지역에서 꽃을 피우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케밥입니다.


첫번째는 시시 케밥(shish kebab)으로 잘게 썰은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구워 먹는 방법입니다.

두번째는 고기를 얇고 넓게 펴 큰 꼬챙이에 끼워 바깥쪽 익은 부분부터 잘라내어 빵에 싸서 먹는 도뇌르 케밥(doner kebab)으로 분류합니다.


고기를 끼우는 크기와 모양과 굽는 방법, 서브 방식이 달라 다른 요리라고 생각되지만, 꼬치에 끼워 굽는다는 방식은 같아 이름만 다를 뿐 둘 다 케밥에 범주에 들어갑니다.  

사막지역인 중동에서는 불을 피우기 위한 나무가 풍부하지 않아, 육류를 조리하기 위해서는 고기를 잘게 썰어 꼬치에 끼워 빨리 익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이 조리법에 딱 맞는 요리가 바로 케밥입니다. 그래서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원과 초원, 사막지역은 케밥 요리가 많이 발달합니다. 이와 달리 나무가 풍부한 유럽지역은 나무를 풍부하게 태워 열을 얻는 오븐으로 구이요리와 바비큐 요리가 발달합니다.

빵 역시 오븐에서 구워낸 유럽의 크고 풍성한 빵과는 달리 중동에서는 난(Naan)이라고 불리는 넓고 평평한 뜨거운 철판 위에서 앞뒤로 구워진 빵을 먹습니다. 인도의 탄두리(tandoori)라는 항아리 오븐에서 구워지는 난(naan) 빵의 원형입니다.

전기와 화석연료가 보급된 현대에 이르러도 아직도 중동에서는 케밥이 인기이고, 우리와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된장찌개와 밥, 서양에서는 빵과 구운고기를 먹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전통의 입맛은 잘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조리기술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들은 각국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조리를 할 때 가장 맛있는 모양인 듯합니다.



샤슬릭은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의 일반적인 육류 조리법으로 중동보다 고기가 크고 두툼한것이 특징이다.

아제르바이잔어 '시시(Shishi)'는 꼬치를 뜻하는 단어로 중동에서 케밥의 대명사인 시시 케밥(shishi Kebob)의 꼬치를 칭합니다. 시시 케밥은 shishlik(시슬릭)이라는 꼬치요리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으로 퍼져 러시아 음식의 대명사인 샤슬릭(shashlik)으로 발전합니다.

북유럽의 매서운 추위의 동토의 국가 러시아 지역에서는 19세기 초반까지도 채소가 자라지 않는 척박한 기후와 토양으로 인하여 샐러드는 거의 없고, 이후 처음 등장한 샐러드들은 특정 채소만을 중점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감자 샐러드와 양배추 샐러드 등으로 이름 지어질 정도로 러시아의 식문화는 육류를 이용한 음식이 대다수를 이루었습니다. 간단한 열원에 다량의 꼬치를 구워 최대한의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먹는다는 것'의 최대의 목표였으니 말입니다. 샤슬릭은 이 모두에 만족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에서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크라는 이름은 크림 반도 지역의 언어인 역에서 16세기부터 사용되었으나, 러시아로 본 음식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엽이라고 합니다. 본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양고기 꼬치를 주로 먹었으나, 러시아로 넘어오고 나서는 쇠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생선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갑니다.

현대의 러시아에서는 식당에서도 샤슬릭을 먹을 수 있지만, 현지 러시아인들은  길거리 음식으로 샤슬릭을 즐겨 먹고,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듯 모임에서도 자주 구워 먹기도 합니다.   


사진좌 신장 위구르 지역의 양꼬치를 파는 청년 , 사진우 양꼬치 가게를 뜻하는 串(찬)자를 조명으로 건 베이징의 양꼬치 식당

양꼬치는 '꼬치에 구운 작은 양고기 조각'이라는 뜻의 '羊肉串(양육찬, yáng ròu chuàn)이라고 불립니다.      

串(찬)이라고 불리는 꼬치구이는 중국 북동부 신장 지역에서 유래했습니다. 양꼬치는 중국의 이슬람 지역인 신장 위구르족의 지역음식에서 중국의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북경과 천진까지 널리 퍼집니다.  

양꼬치는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돼지고기 다음으로 흔한 고기인 양고기로 만들어졌지만, 요즈음은 닭고기부터 곤충까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특히 일부 관광지역은 지역 특산과는 관계없이 다양한 곤충과 조류, 다양한 해산물 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양꼬치는 특별한 양념 없이 소금만 뿌려 구워 ‘쯔란’이라는 향신 소금에 찍어 먹습니다. 일반적으로 말린 큐민 시드, 고춧가루, 소금, 후추, 참깨가 섞입니다.

중국식 빙(馅饼, xiàn bǐng)이라는 빵에 양꼬치에 양고기를 꼬치에서 빼내어 빵 안에 넣고 쯔란을 넣어서 먹기도 하는데, 꽤 맛이 좋습니다.  


일본식 야키도리 닭고기사이에  대파를 끼워서 굽는것이 특징이다. 네기마(ねぎま)라고 불리기도 한다.


꼬치 형식의 요리는 일본에서도 쿠시카츠(串カツ)와 야키도리(焼き鳥), 즉 꼬치 튀김과 새 구이라는 이름으로, 꼬치요리가 대중적입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닭꼬치는 네기마(ねぎま)로 닭고 사이에 대파가 꽂혀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닭꼬치입니다.

쿠시카츠는 꼬치에 여러 재료를 꽂아 튀겨내는 일본요리로  튀김요리가 길거리 음식으로 변화된 요리이지만, 요즘은 맥주 안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트 푸드로 여겨지는 야키도리리 에도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지며  오코노미 야키와 야키소바와 함께 3대 일본 길거리 음식에 속합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대림동 '장첸'의 이미지와 대림동 맛집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이태원과 안산에 가면 전 세계에서 한국에 온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의 이국적인 풍경을 만듭니다. 서울은 국제화된 도시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셰프들이 그들의 입맛을 우리에게 전파하기도 합니다.


대림동에서부터 시작된 양꼬치 식당들은 이제 건대입구를 지나 전국 각지에 퍼져 나가 퇴근길 직장인들의 이국적인 안주로 자리를 잡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대림동에 가면 큰일 날 것럼 생각되지만, 막상 가보면 푸짐한 맛집들이 우리를 반겨 줍니다.

 




양꼬치와 함께 주문한 요즘 가장 애하는 어향가지는 밥도둑이라 밥 한 그릇 시켜 나누어 먹습니다.

사실 양꼬치집은 양꼬치도 좋지만 이 어향가지에 밥 비벼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역시나 한 그릇으로는 모자라 한 공기 추가하고 양꼬치집 투어를 마칩니다.


다문화사회가 주는 다양성의 맛에 감사하며, 다음에는 '한국말을 엄청 빠르게 하는 네팔 아저씨'가 하는 길 건너 인도식당을 가야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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