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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Aug 20. 2018

타이 레스토랑 메뉴판 엿보기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집사람 생일날, 몇 해 전부터 생일에는 장수의 상징인 국수를 챙겨 먹었습니다.

생일상에 미역국이 있어야 하지만, 올해도 간단하지만 맛난 볶음국수의 최강자인 '팟 타이(Phad Thai)'를 만들어 미역국 대신합니다.


"냉동고에 있는 새우, 볶음국수용 넓은 쌀국수 면을 물에 불리고 숙주나물과 갖은 채소를 썰어 달걀과 피시소스와 굴소스를 넣고 함께 볶아줍니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요리하면 '맛없는' 쌀국수 볶음이 됩니다.     


1. 달걀을 소금 후추로만 간 맞추고 볶아서 접시에 두고,

2. 물이 많이 생기는 갖은 채소는 소금, 후추만 넣고 볶아서 접시에 또 따로 두고,

3. 새우 역시 살짝 볶아서 접시에 모아 두고(새우는 많이 익으면 딱딱하고 마른 식감이 납니다),

4. 마지막으로 쌀국수와 숙주를 피시소스와 굴소스 설탕을 넣고 잘 볶아준 후, 준비해둔 앞의 재료들을 넣고 골고루 잘 섞어서 마무리합니다.

      

중국식 웍(Wok, 둥근 중식용 프라이팬)이 있다면 센불, 강한 화력으로 한꺼번에 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가정에서는 새우와 채소, 달걀을 볶아 줄 때는 소금 후추로만 볶고, 쌀국수 볶을 때는 피시소스와 굴소스와 설탕으로 깔끔하게 볶아줍니다. 이렇게 따로따로 조리하여 마지막에 볶아놓은 재료를 잡채 요리하듯 섞어주면 맛있는 볶음요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양이 많은 볶음 요리를 할 때는 위의 방법으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팟 타이에는 타미린이라는 신맛이 강한 향신료를 넣으면 이국적인 향긋한 산도를 가진 팟 타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 위치한 레스토랑 남(Nahm), 2018년 월드베스트레스토랑 아시아지역 10위에 올랐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팟 타이'부터 '똠 양 꿍'까지 태국 음식 메뉴들이 귀에 익기 시작하고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만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타이 요리에 대한 세계적인 위상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유학시절, 한식당이나 일식당보다 훨씬 더 많이 퍼져있는 태국 식당들을 보면서 태국 음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와 다양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동서양을 어우르는 여러 가지 향신료의 이국적인 맛, 그리고 푸짐함까지 세계인들이 태국요리를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삼면이 바다에서 오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이 존재하고, 인도 차이나 중앙의 넓은 평야 지대에서 나오는 풍부한 쌀인도에서 영향을 받아 다양한 커리요리들이 탄생합니다. 동아시아와 인도 중간 위치한 탓에 동아시아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레몬그라스와 타이 바질 등의 이국적 향신료들을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외식업계에 Exotic food(이국적인 음식)이라는 용어도 탄생하게 만든 태국 음식,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핫 플레이스라고 칭하는 지역에는 꼭 한두 개 정도는 생겨나는 식당이 되었습니다.




태국은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태국은 제게 어릴 적 인상 깊게 본 영화인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 나'라는 영화로  익숙해진 나라입니다. 하지만 정작 '왕과 나'라는 영화와 뮤지컬은 태국에서는 왕권을 모독한다는 의미에서 상영 금지되어 태국에서는 '왕과 나'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불교국가로 열강의 시대에도 영국과 프랑스의 힘의 대결 구도를 잘 이용한 외교를 펼쳐 식민지화가 되지 않 자주를 지켜낸  나라니다. 또한 동남아시아 최대의 관광국가이고, 영화 '옹박'에 나오는 무에 타이(Muay Thai)로 유명하지요.

우리나라와 중국과는 달리 아시아에서 대만과 함께 친일 감정을 가진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예로 태국에는 일식당이 많아 우리나라에서 중국음식점을 가듯이 일식당이 많이 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일본 문화가 인기를 끄는 나라입니다. 요즘은 한류와 K-팝이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에 대한 관심도 아주 높아졌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와 같이 젓가락을 사용할 것 같은 음식 문화이지만 전통적으로는 바닥에 음식을 펼쳐놓고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를 가진, 젓가락보다는 포크로 밥을 먹는 문화가 더 익숙한 나라입니다. 축구를 좋아하여 영국 프리미어 리그가 유명하기도 하고, 대학생까지 교복을 입는 문화로 화제가 되기도 하는 점, 군대의 입영 절차의 추첨방식 등 우리와는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나라입니다.

알려져 있듯 태국의 전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로 불교는 태국의 신앙이자 정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대만의 불교는 중생을 구제하는 대승불교인 방면, 태국과 동남아시아의 불교는 본인이 참선을 통하여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는 불교 원리주의인 소승불교의 남방불교 국가입니다. 남방불교는 승려가 시주와 탁발로 식사를 하는 문화로 시주를 받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진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되는 소승불교의 특징을 보입니다. 이때 탁발 음식은 육식과 채식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소승불교인 태국에는 승려와 불교 신자의 육식에 금기가 없고 다양한 육류와 해산물의 미식의 천국으로 발전합니다.  대승불교, 소승불교 그리고 3대 불교 종파 속하는 티베트 불교 역시 마찬가지로 척박한 고원지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기는 너무나 힘들어 육식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좌. 호주 타이 레스토랑의 메뉴판, 전채와 스프, 샐러드, 메인요리로 누들과 볶음요리, 커리로 나뉘어진다. 우. 태국음식의 천국 카오산 로드


태국 음식점에서 들어서면 다소 생소한 이름들의 메뉴들에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 오지만 몇 가지 키워드만 기억하시면 메뉴를 주문 시 유용합니다.  


메뉴 이름 앞에 팟(pad) 이 들어 있으면 볶음 요리입니다.  

똠(tom)이 들어가면 수프 요리이고,

갱(keng )이 면 커리요리,

얌(yam)이 샐러드입니다.


그리고 다음 재료 이름이 나옵니다. 카오(kao)는 밥, 버미(vemi)는 국수, 꿍(kung)은 새우, 무(mu)는 돼지고기, 까이(Kai)는 닭고기입니다.





좌. 똠 양 꿍(tom yum kung), 우. 팟 카오 무 쌉(pad krapao mu sap)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 있는 태국요리 3가지를 꼽으면 팟타이(pad Thai)와 똠 양 꿍(tom yum kung), 팟 카오 무쌉(pad krapao mu sap)이 있습니다.

팟 타이는 똠 양 꿍과 함께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태국의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2011년 미국의 CNN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똠 양 꿍 역시 태국 음식의 대명사로 새우와 남 플라 소스, 타이 허브로 맛을 낸 타이풍의 향신료와 신맛을 기본으로 매운맛과 함께 새우의 감칠맛까지 더해 가장 태국스러운 맛을 극대화한 수프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에서 4위에 올랐습니다. 블랙타이거(Black Tiger)라는 새우 품종으로 세계 양식 새우 수출량 1위의 나라답게 새우요리인 똠 양 꿍이 유명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태국 현지인들에게는 똠 양 꿍과 팟 타이보다 팟 카오 무쌉이 더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팟 타이나 팟 카오 무쌉은 태국의 전통요리가 아닌 2차 대전 후 쌀국수 소비 촉진을 위한 개발된 메뉴라고 하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들의 전통은 근대에 들어서 그 나라의 경제 상황과 식품과학 기술의 산업환경의 변이에 따라 식문화가 발전하는 듯합니다.


디저트는 HAPPY BIRTH DAY라는 글자체가 너무 예뻐 준비한 초를 꽃은 생일 케이크로 대신합니다.

생일 초 다 꽂고 불을 켜는데, 예쁘기는 하지만 번잡스러워서 다음부터는 초를 하나만 켜기로 합니다...:::^^     

방학에 읽기로 한 대출 도서를 뒤로 하고, 생일날 팟타이와 함께한 맥주 한잔에 나른함으로 말복이 지난 시원해진 늦여름 주말 오후의  낮잠을 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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