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한여름 8월의 주말 아침, 아침식사 준비로 가스불을 켜기도 너무 더운 날이어서 불 없이 차리는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세일이라 구입한 하몽을 넓게 펴서 담고, 냉장실의 차가움을 안고 있는 시원한 토마토를 물에 씻어 한입에 먹기 좋게 자릅니다. 짭짤한 올리브도 조그마한 볼에 담아내고 부드러운 브리 치즈와 샹그리아 와인이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차가운 레드와인 한잔 준비하면 시원하게 아침을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바게트가 살짝 전자레인지에서 데워지고 1/4쪽 남겨졌던 버터 같은 풍미의 브리치즈도 이때다 싶어 한자리 차지하며, 두툼한 유리잔에 레드와인을 따릅니다.
아침식사는 시원하게 베란다에서 하자며 선풍기도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키고, 보케리니 기타 협주곡 음악도 준비하며 주말의 아침식사를 맞이합니다.
하몽(Hamon)은 스페인의 돼지 뒷다리로 만든 건조 햄을 이야기하는데, 이탈리아의 건조 햄인 프로슈토(Prosciutto)와 함께 유럽의 유명한 생(生) 햄을 이야기합니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대표 햄으로 프로슈토가 위세를 떨치고 있으나, 하몽이 이보다 훨씬 유명하고 등급도 엄격하게 나뉘어, 스페인 음식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돼지라고 불리는 '이베리코 돼지'는 이베리아 반도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서식하는 전통 품종의 흑돼지를 일컫습니다. 전통적으로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를 기반으로 한 사육방식은 집단사육 방식과는 다른 탄탄한 육질과 고른 지방 분포의 마블링을 가진 고품격 돼지고기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사육된 돼지고기를 이베리코 포크(Iberico Pork)라 칭하며, 이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로 유명한 최고 수준의 하몽이 생산됩니다. 다음은 하몽의 분류입니다.
1.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
'베요타(bellota)'라고 불리는 도토리를 6개월 이상 먹고 자란 자연 방목된 이베리코 흑돼지의 뒷다리로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라고 칭하며 세계 최고의 햄으로 불립니다.
스페인에서 만드는 하몽 중 총 3%만 해당하는 최고급 하몽으로 그램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육류에 해당합니다. 슬라이스 된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는 우리나라에서 50g 한팩에 2만 5천 원 정도이니, 국내산 삼겹살 100g에 1800원에 비하여 약 30배나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2. 하몽 이베리코 세보 데 캄포(jamón ibérico cebo de campo)
다음 등급인 '하몽 이베리코 세보 데 캄포(jamón ibérico cebo de campo)'는 도토리와 곡물을 혼합 사육한 흑돼지로 만든 하몽을 칭합니다.
3. 하몽 이베리코 데 세보(jamón ibérico de cebo)
그다음이 '하몽 이베리코 데 세보(jamón ibérico de cebo)'는 돼지를 방목 없이 곡물 사육한 흑돼지를 칭합니다. 여기까지는 이베리코라는 흑돼지의 품종으로 만듭니다.
4. 하몽 세라노(Jamón serrano)
'하몽 세라노(Jamón serrano)'는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백돼지로 만든 하몽입니다. Serrano는 스페인의 시에라 산맥을 칭하는 말로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일반 돼지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하몽을 뜻합니다.
하몽은 발굽을 자르고 소금에 저장하는 프로슈토와 달리 발굽을 자르지 않고 저장하는 것이 특징인데, 발굽이 검은 이베리코 돼지의 순수한 혈통을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이베리코 돼지와 같이 행복한 사육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용 가축의 환경은 집약적 축산(集約的 畜産, intensive animal farming) 방식으로 공장형 축산(工場型 畜産, factory farming)으로 불리며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을 우선으로 높은 조밀한 환경에서 자라 면역력 저하와 감염에 취약합니다.
이런 집약적 축산에선 인류 식량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희생되는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는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증가와 축산 폐기물에 대한 환경오염, 가축에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피해 등이 발생합니다.
육류, 우유와 달걀 등 인간이 주로 소비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형 축산은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 중점을 두게 되어 동물의 권리나 동물의 복지는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새로운 농업 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은 현대의 집약적 축산에서 동불 복지의 윤리적인 부분의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공장형 축산과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푸아그라(Foie gras)'에서 인간의 잔인한 이면이 불거져 나옵니다. 푸아그라의 생산과정은 너무나 잔인하여 비위가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들은 보지 말 것을 권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거위 간은 일본과 한국에서 송로버섯과 캐비어와 함께 서양의 3대 진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이라는 뜻의 'foie(푸아)'와 지방이라는 뜻의 'gras(그라)'가 합쳐진 합성어로 거위에게 다량의 옥수수 등의 '강제 먹이 주입(force-feeding)'으로 인하여 간이 10배 정도 부은 지방간 상태를 '푸아그라'라고 합니다.
기원전 1500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거위 간이 생산되기 시작하고, 로마시대를 거쳐 유대인의 푸아그라 생산기술은 루이 14세의 프랑스에까지 미식의 상징으로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렇듯이 동물학대의 전통인 가바쥬(gavage)라고 불리는 강제 먹이 주입 방법은 현재에까지 이르러서도 3500년간 거위와 오리를 고문하여 푸아그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는 푸아그라의 가장 큰 생산국이자 소비국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레드와인과 함께 푸아그라를 전체로 먹는 프렌치 요리는 그들이 말하는 프랑스 3대 미식인 달팽이, 송로버섯과 함께 프렌치 레스토랑의 메뉴로 완성됩니다.
잔인하고, 값비싼 그리고 기름진 푸아그라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어지자 프랑스에서는 동유럽 헝가리와 불가리아 지역에 푸아그라 생산을 의뢰하여 헝가리는 이제 세계 제2 푸아그라 생산 지역이 되기도 합니다.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프랑스와 캐나다 퀘벡지역, 동유럽, 그리고 중국이 푸아그라의 생산 지역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호주 지역은 가바쥬 방식으로 길러진 거위 간 생산 금지 지역으로 프랑스의 푸아그라 식용 문화에 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프랑스와 캐나다 퀘벡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푸아그라의 선호는 야만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프랑스 내에서도 푸아그라의 생산과 소비는 호불호가 엇갈립니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는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푸아그라는 프랑스의 수치라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끝내 밍크코트와 모피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그녀의 이중적인 행보는 되려 그녀가 동물복지 논란의 도마에 오르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가축에 대한 잔혹한 대우를 금지하는 동물복지에 관한 최초의 법률인 마틴 법이 1822년 영국에서 제정됩니다. 이후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도 1876년 최초로 동물 실험을 규제하는 동물 학대 법을 제정하는 것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동물복지에 관한 선진국은 독일로서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최초의 국가입니다. 1933년 11월 24일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나치 독일의 동물보호법(Animal welfare in Nazi Germany)은 동물복지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과 동물의 보호를 보장하는 법입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공군 총사령관이었던 헤르만 괴링과 독일 친위대장으로 아우츠비츠 유태인 학살의 비극의 주인공인 하인리히 힘러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히틀러는 그의 충견 블론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해서 그의 연인이었던 에바 브라운보다 더한 사랑을 주었다고 전해지는데, 생전에 웃는 사진을 볼 수 없던 그였지만 블론디와 함께한 사진 속에서는 히틀러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그의 애견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헤르만 괴링과 하인리히 힘러는 환경주의자였다고 전해지며 나치 독일에서 동물 복지와 궐리에 대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지원들이 이루어졌습니다.
독일의 동물 보호법은 총 12조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조 동물 학대와 2조의 동물 유기 금지 등이 현대의 동물 보호법과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의 가치와 동물의 가치 사이에서 인간의 가치를 더욱 낮게 보는 크나큰 오류를 범하여, 유대교와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폭발시키며 아우츠비츠 수용소를 포함한 여러 수용소에서 유대인과 폴란드인을 포함한 1000만이라는 사람들을 학살하게 됩니다. 아우츠비츠 등 나치 수용소 입구의 'Arbeit macht frei(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독일의 관용구처럼 하인리히 힘러는 학살이라는 노동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가치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1933년 독일 나치의 현대화된 동물 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일본과 프랑스는 뒤늦게 20세기에 이르러 동물 보호법이 생겨 납니다.
우리나라에도 법률 제4379호로 동물보호법은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됩니다. 동물의 학대 방지 및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으로 일반 가축보다는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짙게 함양되어 있습니다.
따뜻함이 살짝 배인 구운 바게트와 얇게 썰은 하몽 세라노 한쪽, 요즘 애정 하는 엔초비가 들어 있는 그린 올리브, 높은 몸값 자랑하는 칼라마타 블랙 올리브와 신선한 토마토 한쪽을 올리고 타파스처럼 아침을 먹습니다.
시원한 와인도 한잔 마시니 여름철 아침식사로 그만입니다.
동물복지의 최선의 방법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이겠지만, 돼지고기는 물론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도 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요즘은 '멤피스 미트(menphis meats)'라는 인공 고기를 배양하는 스타트업 회사까지 생겨 앞으로는 우리가 동물을 도살하여 먹지 않고 배양된 고기를 먹는 시대도 도래한다고 합니다.
모든 가축이 행복한 이베리코 돼지처럼 사육되지는 못할지라도 많은 가축들이 조금 더 동물 복지를 생각한 환경에서 사육되기를 바라봅니다.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 운동가, 그리고 채식주의자인 제인 구달(Jane Goodall) 여사의 이야기로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어떤 동물이건 우리가 동물을 먹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잘 대해주며 얼마나 자비롭게 그들을 죽이는가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