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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Nov 14. 2018

집밥의 내일, HMR과 미래 음식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4.

저녁 회의 때 지급된 도시락을 집으로 가져와 따뜻한 보리차 한잔, 맥주와 함께 저녁 한 끼를 먹습니다.


도시락을 먹고 있자니 고교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급식 이전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도시락에 대한 기억은 늘 어머니와 연결되는 것처럼 학창 시절 양은 도시락에 대한 추억은 행복한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2000년대 이후 학교 급식 세대들은 공감할 수 없는 추억 들일 듯합니다.

특히 추운 겨울 난롯가에서 도시락을 데워먹던 추억, 친구들과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거리를 공유하던 그때가 정겨웠던 느낌으로 되살아납니다. 반찬보다는 밥이 월등히 많았던 것, 달걀 프라이를 밥 밑에 깔아온다던가, 고기반찬보다는 멸치볶음 등 마른반찬이 주를 이루었으며, 모든 가정의 김치 맛을 볼 수 있었던  도시락들이 기억에 새록합니다. 국민학교 세대라는 것을 숨길 수 없는 소풍 갈 때 싸갔던 김밥과 사이다, 장기 자랑의 풍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고교시절 먹었던 도시락보다 반찬도 많고, 차림도 풍성하지만 편의점에서 나온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 도시락들은 항상 무언가 하나 빠진 듯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도시락이 아닌 보급형으로 맞춰진 도시락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대 식품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HMR로 '가정식 대체식'은 1인 가정과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외식산업의 한축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TV를 시청하면서 먹는다는 의미인  'TV Dinner'는  HMR 시장의 한 축으로 1980년부터 확대되었으며, 일본 역시 편의점 도시락의 종주국으로 '벤또와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의 판매에 매우 적극적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식탁도 예외는 아니라 1990년대부터 식품가공 기술 발전과 함께 한국의 음식 산업 전반적으로 HMR기술이 도입됩니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의 약어로 가정 대체식을 의미합니다. HMR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RTP (Ready To Prepare)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전 처리된 식재료로 예를 들어, 세척된 상태로 전 처리된 식재료로 깐 마늘, 깐 양파, 깐 대파등와 스테이크를 굽기만 할 수 있는 상태로 재단된 쇠고기 등이 속합니다.

2. RTC (Ready To Cook)

조리 후 빨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 즉, 가열 후 섭취식품으로 냉동만두, 냉동 볶음밥을 말합니다.  

3. RTH (Ready to Heat)

전자레인지 또는 이와 유사한 소형 전자 기계로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음식으로 3분 카레 등 레토르트 식품과 햇반등 전자레인지에서 덥혀먹는 음식입니다.  

4. RTE (Ready to Eat)

포장이 제거된 직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편의점 도시락이나, 포정만 제거하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 등 테이크 아웃 식품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RTP부터 RTE까지의 특성을 보면 생산과 소비의 접점이 점점 축소되어감을 볼 수 있습니다.  점점 더 편리해지지만, 소비자가 음식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소비만 하는 쪽으로 편향되고 있습니다.


주방의 자동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부엌과 시장에 편리한 주방기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은 음식 유통의 변혁인 HMR 식품들인 냉동 만두부터 3분 카레 형태의 레토르트 식품들이 대형 마트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합니다.

4차 산업 혁명과 인공지능이  요리사들을 대체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의 식당에서는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들이 요리사를 대신하는 장면은 아닐 듯합니다. 로봇이 요리사를 대체하는 측면보다는 가정에서 요리를 할 일이 없어지는 HMR 식품들이 곧 4차 산업 혁명이라 일컫어질 것입니다.


편리한 포장과 짧은 조리 시간, 일인 가정 및 소비자 추세로 인해 HMR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예측됩니다. 미디어의 대세인 먹방과 쿡방에서도 집밥의 따듯함보다는 대부분의 프로그램 등이 맛집과 혼밥의 방송만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사는 2018년에 우리는 집밥을 논할지 몰라도 1인 가정과 노령인구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집밥보다는 외식과 HMR이 대세인 시대가 도래할 듯합니다. 스마트폰의 앱도 마찬가지여서 마켓 컬리 등 식재료를 보내주는 산업보다는 점점 더 가정 대체식이 대세로 발전함은 예정된 변화로 예측됩니다.  많은 가정에서  주중에는 집 밖에서 밥을 사 먹고, 온라인 가정 대체식 업체로부터 주말의 하루 세끼를 배달받아먹으며 '집밥'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릅니다.


1970년대 김치를 사 먹거나, 1980년대 우리가 물을 사 마시는 일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소고기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먹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역사는 농업혁명과 가축화, 콜럼비언 익스체인지, 산업 혁명 이후 냉장고와 통조림의 발명, 현대의 프랜차이즈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이 음식은 소용돌이처럼 섞이고, 재 창조되고, 새로운 미각의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산업 혁명 이후인 20세기부터 우리의 식탁은 식품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식문화는 하드웨어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미래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먹거리를 소비할지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예측 가능한 먹거리들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1. 버그(Bugs)

미래에 먹을 음식 중 하나는 귀뚜라미, 메뚜기 같은 곤충이 될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특히 귀뚜라미는 소고기와 비교하여 3배나 높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일반 가축과 달리 사육에 필요한 땅이나 자원이 필요하지 않으며, 소를 사육하는 것보다 2000배나 적은 물로 사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귀뚜라미를 소비하는 데에는 '생' 귀뚜라미를 생선회처럼 회를 떠먹거나, 구워 먹거나 튀겨 먹거나 하는 원시적인 형태는 아니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귀뚜라미는 사육환경이 깨끗한 농장에서 자라 위생적으로 처리되어 건조 분말 형태로 유통되며, 과자나 밀가루 등에 단백질 보조제 형태로 함유될 것입니다. 벌레를 먹는다는 것에 끔찍한 사람들을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몽이 이루어지면 빠른 속도로 거부감 없이 곤충은 미래 식량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전해집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본사와 귀뚜라미 농장을 두고 있는 'EXO사'는 귀뚜라미 파우더에 초코 파우더를 첨가해 단백질 바(초콜릿 바 형태를 띱니다.)를 판매하고 있으며 매년 가파른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전합니다.


2. 실험실 재배 고기(Cultured Beef)

Memphis Meat와 Mosa Meat 같은 배양육 회사의 과학자들은 줄기 세포를 동물 조직으로  합성고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험실 배양 고기도 곤충과 같은 맥락으로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홍보와 계몽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실 재배 고기의 온실 가스 배출량은 78%~96% 정도 낮아지고, 에너지 사용 총량도 7%~45% 정도로 낮출수 있다고 하며, 토지 사용량은 1%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실험실 재배 고기는 2013년 최초의 실험실 재배 고기로 만든 햄버거의 비용이 330,000달러로 햄버거 하나 가격이 35천만원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지만, 올해 이스라엘의 한 실험실 재배 고기 스타트업 업체는 1파운드(453g)에 2000달러 이내까지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소고기맛, 돼지고기 맛, 닭고기 맛까지 다양한 육류를 생산하는데, 생산 원가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순이라고 하며 현재의 생산 단가와 비슷하다고 하니 배양육 시장도 소고기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합니다.

실제로 맛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고기 맛은 완벽하지 않아 고기 맛을 보충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정도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배양육이 대세가 되면 소가죽과 양털, 오리털은 구하기 힘든 자원이 됩니다. 의류시장과 가구시장에서 가죽 제품과 모직은 캐비어보다 값비싼 최상품의 사치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가짜 물고기(Fake Fish)

실험실 재배 고기가 있으면 생선도 키우지 않을까요? NASA는 금붕어 근육을 배양하여 생선 살을 만들었으며,  또 다른 회사인 New Wave Foods는 홍조류를 이용하여 합성 새우 단백질을 합성하는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디저트를 인쇄하는 장면, 미래에는 각 가정마다 보급 될지도 모른다.


4. 3D 인쇄 식품(3D Printed Food)

3D 인쇄 기술은 요리에도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기술로, 디저트 분야에서 전망이 매우 밝은 분야입니다. 이미 상업용 주방, 제과점등은 3D 인쇄 기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요리 센터 (International Culinary Centre)의 음식 기술 및 요리 코디네이터 인 Hervé Malivert는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복잡한 초콜릿 조각과 아름다운 조각을 웨딩 케이크 장식에 인쇄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매우 뛰어난 경험과 경력의 파티시에보다 쉽게 디저트류를 만들 수 있다고 전합니다. 우리가 현대 캡슐커피를 아침마다 간편하게 마시듯, 미래에는 여러 가지 케이크를 우리가 원하는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3D 디저트 메이커가 각 가정의 주방마다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영국에 본사를 둔 'Foodink사'는 3D 프린터로 만든 음식으로 팝업 레스토랑을 개최하여 호평을 받고 런던 뉴욕 등을 거쳐 우리나라 서울에도 조만간 팝업 레스토랑을 개최한다고 하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3D 인쇄 식품은 이외에도 노약자를 위한 유동식 시장에도 매우 밝은 전망을 가집니다. 3D 인쇄 식품의 특성상 젤 형태와 제과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하여 유동식에 특화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모양을 인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하여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유동식을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노인층을 위한 유동식 시장에서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집니다.

런던의 Wellcome Collection에 있는 곤충 가루로 만든 3D 인쇄 비스킷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오늘 우리가 먹은 매콤하고 돼지고기 냄새 눅진하게 올라오는 김치찌개를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가을에 김장도하고,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며, 마트에 돼지고기를 사 와 김치찌개를 끓여먹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며 김치찌개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비관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 음식 전통을 지키며 향토요리를 이어가고, 종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이들도 있습니다. 현대의 식품과학자처럼 먹거리의 미래를 혁신하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 다 식량과 농업을 둘러싼 지속 가능성과 사회 정의 문제에 대한 전략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원하십니까?


앞으로의 식탁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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