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에 7시간 걸린다는 그곳을 우리는 쉽다는 초입 부근만 갔다 오기로 한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날씨 변덕이 심하고 눈도 있고 하니 장비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최소 트레킹화는 있어야 한다는데 이걸 위해 사기는 음... 우린 트레킹보다 와이너리 탐방을 위주로 하기로 했으니깐. 그러니깐 결론은 7시간 넘게 하이킹을 하고 싶지 않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 가까울수록 눈 덮인 산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와 우와 엄청 멋있다. 그냥 산을 타러 오지 않고 보러 오기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을의 통가리로는 바람막이가 필요합니다.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추운 곳.
소다 스프링 Soda Spring이 은 그냥 작은 폭포입니다. 메인 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자갈밭이 나오기도 하고 수시로 풍경이 바뀝니다. 나는 Devil's Stair 입구까지만 갔다. 악마의 계단이라고 하는데 우린 어차피 돌아 나가야 하고 무엇보다 악마를 보게 될 거라는 그 고생길을 걷고 싶지도 악마를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언니는 막상 시작 한 하이킹이 재미있었는지 운동을 하다가 만 기분이라고 계단을 올라갔다. 운동을 막 시작하다가 아빠가 통닭을 사 왔다거나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운동을 중단해야 할 때도 기분 좋은데. 쩝. 운동을 안 할 명분이 생긴 것도 통닭을 먹는 것도 다 기분이 좋지. 아무튼 나는 운동을 막 시작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라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혀 계단에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며 일기를 쓴다. 언니는 오늘 유난히 날다람쥐처럼 산을 잘 탔다. 이 여자는 참 신기한 게 원래 등산을 좋아한다거나 아니면 여행을 하면서 체력의 향상과 함께 등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은 인생 최대 취미가 하이킹인 것 마냥 뽈뽈대며 선두로 걷다가 어느 날은 세상 짜증 난 얼굴로 이런 걸 왜 하냐는 이해 못 한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참 무겁게 지켜보는 내 마음 불편하게 하이킹을 한다. 지킬 앤 하이드가 내 혈육일 줄이야.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사람 속이라고는 하지만 이 여자는 가끔 순식간에 정말 찰나의 순간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었는데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가 돼버린다. 뭐지 이 여자? 까도 까도 모르겠는 이 여자는 수박만 한 양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