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라리 Jul 27. 2020

5. 야생 물개는 처음, 카이코우라 Kaikoura


7:30부터 오픈하는 도로. 카이코우라 지진으로 인해 도로 사정을 계속 파악하고 움직여야 했다. 해안 도로 운전은 처음이네요. 날은 흐리지만 바다가 예뻤다. 왼쪽으로는 철도가 있고 풀도 노랗게 물들어 있고 그 철도 뒤로 회색 밀키스 색의 바다가 있는데 이래서 남섬 남섬 하는 건가. 길 안내가 쉬우니 네비 역할 담당은 놀멍 쉬멍.

카이코우라에 도착해서 고래를 볼 수 있다는 10:30 페리를 예약했다. 크래커를 먹고 옷도 두툼하게 챙겨 입고 드디어 고래와의 조우인가 하며 기다림을 즐기고 있는데 날씨 사정이 좋지 않다고 취소되었다. 다시 13:15 페리를 예약하고 제발 날씨요정이여 와주라 와줘했지만 결국 오늘 투어는 모두 취소. 아놔... 뭐야... 나 고래 엄청 좋아하는데 알잖아요. 이건 아니잖아요. 왜죠? 왜 오늘 날씨가 안 좋은 거죠? 어제도 다 투어 했는데. 이게 진짜일 리 없어 현실 부정의 단계를 거쳐 체념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 화가 난다 화가 화가 나.

Point Kean Seal Colony

야생 물개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인데 안 가실 건가요? 카이코우라 시내에서 멀지도 않은데? 워크 보드에 물개가 널브러져 있다. 너무 곤히 주무신다. 돌 위를 걸어 바닷가 쪽으로 나가면 많은 물개를 볼 수 있다. 지금은 낮잠 시간인지 물 소에서 수영하는 물개는 한 마리도 없고 다들 물 위에서 일광욕 혹은 취침 중이시다. 엉엉 울기도 하는 물개도 봤는데 소리가 우렁차더라. 왜 이렇게 울어대니. 동물원 물개쇼에서 봤던 물개들의 울음소리는 연기톤이였네.

카이코우라 숙박비가 굉장히 비싸서 우리는 다음 도시 가는 길목에 있는 괜찮은 숙소를 검색했다. 고래도 못 봐서 해지기 전까지는 도착 가능할 거라며 움직이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망대도 하나도 없어서 논스톱으로 운전한 건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드라이브 풍경은 진짜 멋있었다. 전망대가 필요 없어서 따로 안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언니가 히터 버튼을 조작하다가 핸들이 왔다 갔다 반대편 차선 침투. 다행히 도로 위에 차가 하나도 없어서 망정이지 둘 다 식겁해서 차를 멈추고 놀란 가슴을 진정. 운전 중에 꼭 필요한 버튼 조작 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다시 출발했다.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아 고래도 못 보고 좀 우울하네. 그리하여 숙소에 도착해서 우린 소고기를 굽고 김치 부침개도 해먹었다. 고래 못 본 헛헛한 마음 이렇게 달래리라.

작가의 이전글 5. 별의 별 일, 웰링턴 Wellingt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