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탈북자의 아이가 미국대통령 되다(2)-탈출 결심

시각장애 탈북자, 처형의 위험에도 북한을 탈출하기로 마음먹다

by 버드나무

절망의 시간을 보내면서 체념을 하고 있던 현석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무엇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아유로 정상인보다는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적은 수준으로 주어졌다. 그렇지만, 북한은 전쟁 준비에만 힘을 쏟고 있어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도구는 거의 없었다. 시각장애인인 현석은 눈물겨운 고통 속에서 버텨 갈 수밖에 없었다. 정상인도 힘들어하는 북한에서의 생활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었다.


이렇게 북한이라는 폐쇄사회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는 정상인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들을 통해 우연히 듣게 된 남한에서 방송한 외국 영화 내용은 현석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다.


볼 수는 없어 영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외국 영화의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한 목소리에 의하면 외국에서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특수 교육을 잘 받아서 대학교 교수까지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현석은 두 귀를 의심하면서 옆의 친구에게 소리쳤다.


"야, 이거는 가짜로 꾸민 이야기 아닌가?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대학교수가 될 수 있어?"


옆의 친구는 현석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해. 이 영화의 시각장애인은 실존 인물이었고 실제로 대학교수가 되었다고 해. 현석아"


현석은 친구의 말을 듣고 바다 깊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장애인 교육이 발달하지 않은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을 영화에서 듣는 순간 현석의 절망감은 더욱 커져갔다.


다른 한편으로는 10대의 어린 나이인 현석은 영화 내용과 같이 시각장애인이 대학교수까지 될 수 있다는 다른 나라의 환경에 대해 부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석 자신도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으면 시각장애인이라도 정상인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한탄 내지 아쉬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이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대학교수까지 되었다는 그 영화는 이렇게 서로 상반된 효과를 현석에게 끼쳤다.


우선은 전쟁 준비에만 열중하는 북한 사회에서 현석과 같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장애인 교육이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북한의 현실에 대한 현석의 절망감은 그 영화 내용으로 더욱 깊어졌다.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도 특수교육을 잘 받으면 정상인과 같이 충분히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치관, 즉 지금까지 북한에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좁은 환경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자신감을 현석에게 심어 주었다.


모든 사물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영어 속담에 모든 구름에는 은빛 선을 갖고 있다(Every cloun has a silver lining)라는 속담이 있다. 그 영어 속담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된 그 영화 내용으로 현석은 지금까지의 절망감이 더 커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장애인도 노력을 하고 교육을 잘 받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당장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 의해서 현석은 더 의기소침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 영화 내용을 알게 된 후 북한을 탈출하는 것에 대한 현석의 마음은 소극적에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 영화 내용을 알기 전에는 체념을 한 채 기계의 부속품 같이 희망을 잃은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북한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인간 노예같이 버티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 영화 내용을 알게 된 후 현석은 이렇게 희망 없이 절망 속에서 북한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북한을 탈출해서 그 영화와 같이 인간으로서 대접받으면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북한 탈출을 시도하다가 잡혀서 처형을 당하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현석의 생각은 바뀌게 된 것이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그 영화의 주인공 같이 자신도 대학교수 이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어떤 교과서보다도 때로는 이렇게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의 감동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 권의 책 내용이 또는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 내용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고 하지 않는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 영화 내용이 과연 현석의 인생을 바꿀 것인가 바꾸지 못할 것인가.


그러던 중 선교사가 중국을 통해서 북한을 탈출하는 인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현석은 전해 들었다.


그 영화 내용에 의해 생각이 바뀌기 전에는 현석은 그런 소식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릴 정도로 그런 탈북 관련 내용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 영화 내용으로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후의 현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선교사를 통한 탈북 시도에 현석 자신도 반드시 참여시켜 줄 것을 지인을 통해서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 선교사에게 보내는 내용에서 현석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물론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현석은 가장 친한 믿을 수 있는 친구인 석우의 도움을 받아서 현석이 불러주는 내용을 석우가 받아 적었다.


' 선교사님,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정상인도 아니고 앞을 볼 수 없는 10대의 시각장애인 현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자포자기 심정으로 북한에서 체념하고 목숨이나 부지하면서 살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친구들을 통해서 듣게 된 영화 음성에서 외국에서는 시각장애인도 교육을 받아서 대학교 교수까지 된다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영화를 알고 난 후부터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북한을 탈출하다가 잡혀서 처형되더라도 저는 꼭 북한을 탈출해서 인간다운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선교사님이 시각장애인인 저를 탈북 대상자에 포함시키면 시각장애인인 제가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어서 발각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탈북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때문에 저를 탈북 대상자에 포함시켜 주시지 않더라도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꼭 이 지옥 같은 북한을 벗어나서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시각장애인으로 보란 듯이 성공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선교사님이 결정해 주시고, 선교사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탈북자를 모집하던 그 선교사는 현석이 보낸 내용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선교사는 현석이 보낸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조그만 실수라도 있으면 탈북을 시도하는 집단 전체의 목숨이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현석과 같이 앞을 보니 못하는 시각장애인은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했다.


그렇지만, 선교사는 현석을 포함시키기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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