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시각장애인 현석이 탈북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탈북 일기를 내놓다.
험프리가 설립한 미국 방송국의 탈북자 일행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보호소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선교사는 며칠 뒤에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현석을 만나 대화를 했다.
북한 탈출에 성공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선교사가 보는 현석의 얼굴은 북한에 있었을 때보다도 훨씬 여유가 있게 바뀌어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로봇 같은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과 달리 이곳 미국은 저유의 땅이기 때문에 자유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여유 있게 바뀌게 된 것이다.
선교사는 폐쇄된 사회의 공기보다도 이렇게 자유스러운 공기를 마시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현석 군, 잘 지내고 있어? 이곳 미국에 온 지 별로 안 돼서 힘들지? 더군다나 현석 군은 눈도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이니까 낯선 미국 생활이 더 힘들 것 같네. “
"아닙니다. 마치 꿈속의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지금 이 생활이 너무 좋습니다. 자원봉사자 분들도 다 잘 대해 주시고 있습니다. 저처럼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자원봉서자 분들이 있어서 너무나도 안전하고 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안 그래도 현석 군 얼굴이 아주 보기 좋게 변했어. 북한에서 탈출할 당시는 뼈만 앙상한 얼굴이었는데 이곳 자유로운 미국에 와서는 여유 있고 보기 좋은 얼굴이 되었네. 압록강 근처로 우리 모두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어. 어쨌든 우리 모두 이렇게 목숨을 유지하면서 미국이라는 자유로운 세상의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만 해도 아주 잘된 것 같네."
"예, 그렇습니다. 선교사님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 주신 덕분에 이렇게 자유로운 세상에서 두 발 뻗고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인 저를 같이 북한에서 탈출시키느라고 선교사님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것 같네요. 시각장애인을 같이 탈출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네. 오히려 시각장애인인 현석 군이 그런 장애를 극복하고 이렇게 무사하게 탈북에 성공해서 미국에 와서 잘 지내고 있으니 잘 이겨내 준 현석 군에게 내가 고마워해야 할 것 같네. 나의 노력보다도 독립투사 선생님이 우리의 최초 탈북 일정이 누설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신 것 때문에 탈북 일정을 바꿔서 우리가 처형당하지 않고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네. 현석 군의 꿈에 나타나서 1차 탈북 일정의 유출 사실을 알려 준 독립투사 선생님이 진짜 우리 탈북 성공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네."
"선교사님, 제가 선교사님에게 드릴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현석은 선교사 앞에 손으로 무엇인가 적은 노트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다름 아니고 이것은 제가 북한을 탈출하면서 탈출 과정을 하나하나 다른 탈북자에게 제가 불러주어서 다른 탈북자가 적은 탈북일기입니다. 제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직접 일기를 쓰지는 못하고 말로 다른 탈북자에게 불러주면 그 탈북자가 불러준 내용을 적어서 힘들게 만든 일기입니다. 제가 시각장애인이라서 탈북 과정을 적은 일기를 적는 것을 포기할까 했습니다만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나서 주어서 저는 용기를 내어 제가 목소리로 불러주는 내용을 친구가 받아 적으면서 만든 탈북일기입니다."
선교사는 현석이 건넨 탈북일기를 잠시 훑어보았다.
그 탈북일기를 읽어보니 지나갔던 탈북 과정이 마치 어제 일인 것 같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현석 군이 작성한 탈북 일기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면서도 이렇게 북한을 탈출하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탈북 일기를 쓰다니 나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네. 정말 훌륭하고 고맙네. 앞을 보는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이런 훌륭한 일을 시각장애인인 현석 군이 했다니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스럽네."
현석이 선교사에게 건넨 탈북 일기에는 북한을 탈출하기로 현석이 마음먹은 과정, 선교사의 도움을 받은 일, 독립투사 선생님이 꿈에서 나타나서 1차 탈북 일정이 유출된 사실을 알려 주어서 탈북 일정을 변경하던 일, 한국 전쟁 때 한국군과 유엔군이 압록강 근처에서 승리의 기념으로 철모에 압록강 물을 떠 마시던 장소 근처를 탈북 장소로 정한 일 등 탈북 과정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탈북 일정이 기재된 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것 같네. 이것은 두고두고 역사의 유물로 남길 가치가 있는 기록이네. 현석 군. 현석 군이 동의하면 이 탈북 일기를 미국 의회 도서관에 기증해서 영원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데 현석 군 생각은 어떤가?"
"아, 그렇군요. 아주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탈북 일기는 시각장애인인 저 혼자 작성한 것이 아니고 제가 불러준 내용을 제 친구인 다른 탈북자가 기록한 것입니다. 잠시 그 도와준 탈북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현석은 자신이 앞을 못 보기 때문에 자신이 불러준 내용을 기록해 준 친구를 불렀다.
그 친구는 선교사를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선교사님, 오랜만이시네요, 잘 지냈는지요."
인사 후 그 친구와 현석은 무엇인가 조그만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도 동의한다고 합니다. 선교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 탈북일기는 저희만의 기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유물로 남기는 것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 기증하는데 동의합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던 과정을 기록한 이 탈북 일기가 미국 의회 도서관에 기증되어 영원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서 후세의 사람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었으면 합니다."
"고맙네, 이 탈북일기는 수많은 후세 사람들에게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는 보물이 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