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지구를 떠나야 했던 마법사의 마음

마법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by 버드나무

Occupy! Wizard Wallstreet

마법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감히 월스트리트 부자를 쫓아내는 마법사 명예의전당(9) - 정든 지구를 떠나야 했던 마법사의 마음


그는 지금 노예 생활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마음 속으로 ‘ARIRANG’과 '오로라'를 크게 외치면서 지구를 떠나던 당시를 생각했다. 지구를 떠난 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쯤 그의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눈물 나도록 가슴이 시리기 시작했다. 지구를 떠나던 그 순간이 다시 눈 앞에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고, 힘든 다른 별에서의 노예 생활 중 그는 그 때 지구를 오로라의 향연 속에 출발하던 때를 회상했다.


지구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또한 명예롭게 존경 받는 삶을 살고 있는, 마법사들도 부러워하는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까지 오른 푸르바니 마법사가 지금까지 살아온 지구를 떠나서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하는 우주의 미아가 되어야만 하는 날이 왔다.


마법사로서 평생 지내왔지만 지구를 떠난 적은 1초도 없었다. 수십년 동안 지구의 공기를 마시고 지구의 물을 먹으며 지구의 땅을 밟고 살아왔는데 푸르바니 마법사는 더 이상 지구의 공기도 없고 지구의 물도 찾을 수 없으며 지구의 땅은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생각해 보니 지나간 수십년의 생활이 번개가 치듯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갔다. 마법으로 빠르게 편집한 영화보다도 훨씬 빠르게 그가 지구에서 보낸 지난 날이 눈 앞에서 번개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만약, 푸르바니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해서 지구를 떠나지 않고도 [더 큰 αβ]를 실현시킬 수 있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지구에서 안전한 생활을 하면서 더 큰 알파베타를 달성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그로서도 지구를 떠나지 않고 [더 큰 αβ]를 달성하는 마법은 만들어낼 수 없었다. 지구를 떠나서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고생을 할 위험 때문에 미련을 두고 계속 지구에 있으면서 [더 큰 αβ]를 실현시키는 마법을 연구해 보았자 지구를 떠나지 않고 [더 큰 αβ]를 이루는 마법을 만드는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래서 푸르바니 마법사는 결단을 내렸다. 명예의 전당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고 확신해 온 자신의 마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이 지구를 떠나 광대한 우주에서 떠도는 고통을 겪는 희생을 함으로써 [더 큰 αβ]를 실현하기로 한 것이다. 푸르바니 마법사 자신이 지구를 떠나는 희생을 하면 되는 것이고 더 이상 언제 될 지도 알 수 없는 마법 연구에 자신을 소모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아가서 자신의 부족한 마법 실력으로 [더 큰 αβ]가 계속 늦어지게 되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지구를 떠난 후의 예상할 수 없는 생활의 불안감이 새로 그의 머리 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더 큰 αβ]를 성취시키기 위한 새로운 마법 연구를 위한 과정에서 받아온 압박과 번민에서 해방되는 기분도 느꼈다. 그가 지구에서의 안락한 삶을 놓아버린다고 하더라도 [더 큰 αβ]가 100퍼센트 달성된다고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중에서도 마법사 학교에 다니는 그의 딸과 아들이 자신의 희생을 바탕으로 [더 큰 αβ]를 달성해 주리라고 믿어 보기로 했다. 마법으로 동양의 한자를 배우면서 익혔던 말이 떠올랐다. 마법사 학교에서 마법의 붓으로 쓰면서 배운 진인사대천명이라는 한자였다.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 한 후에 어떻게 될지는 하늘의 운명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더 큰 αβ]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마법을 연구했지만 자신의 마법 실력으로는 달성하지 못했고, 이제 그 자신이 지구를 떠나는 희생을 함으로써 지구에 남은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더 큰 αβ]가 실현되는 것을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더 큰 αβ]를 실현하기 위한 2 가지 방법 가운데 남은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푸르바니 마법사 본인이 [더 큰 αβ]를 실현하기 위한 마법을 개발하지 못하면 남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그가 지구를 떠난 후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wallstreet를 통해 거대한 부를 쌓은 무리들의 탐욕을 보통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되면 [더 큰 αβ]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거대한 기득권과 부패로 견고하게 보호되고 있는 wallstreet를 넘어설 수 있는가였다.


‘그래, 내가 지구를 떠나서 알 수 없는 곳에 가서 고생을 하더라도 내가 희생을 해서 [더 큰 αβ]가 달성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무슨 일이든 할 것이야.’


어제는 바로 푸르바니 마법사가 입양을 한 아들의 생일이었다. 아시아의 북한이라는 나라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것을 푸르바니 마법사가 마법을 써서 구해 준 다음 자신이 직접 입양까지 한 아들이었다. 북한에서의 인권 탄압과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탈출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라고 불린다.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그 동안 푸르바니 마법사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더욱 보호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 아들이 북한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할 때 푸르바니 마법사는 그런 세상이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21세기의 현재 시대에 어떻게 왕조시대 같은 폐쇄사회가 있을 수 있는지 마법사인 자신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지구를 떠나야 하는 오늘의 하루 전인 어제가 바로 그 입양을 한 아들의 생일이었고,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에 아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입양을 한 아들에게 내일 푸르바니 마법사가 지구를 떠난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더 큰 αβ]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는 입을 닫고 꾹 참아야 했다. 그리고, 그저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 아들이 다니는 마법사 학교에서 더욱 열심히 마법을 배워서 자신처럼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것을 격려하면서 억지로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내가 아무 이야기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자신의 나라에서 인권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북한을 떠나서 갈 곳 없이 떠도는 고생을 할 것을 알면서도 탈북을 한 아들의 입장과 지금 [더 큰 αβ]를 위해서 지구를 떠나는 푸르바니 마법사의 입장은 오묘하게도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환경에서 어떤 시련과 고생을 할 지도 모르는 위험을 알면서도 자신의 나라인 북한을 떠나기로 한 아들의 심정은 그 당시 어떠했을까. [더 큰 αβ]를 위해서 잠시 후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지구를 떠나야 하는 푸르바니 마법사의 현재 심정과 자신의 조국인 북한을 탈출하기로 한 아들의 그 때 심정은 시간과 상황이 달랐어도 분명 서로 공통되는 것이 많지 않았을까. 다만 아들이 북한을 떠날 때와 푸르바니 마법사가 지금 지구를 떠나는 순간 서로 차이점이 있다면 아들은 북한에서의 인권 탄압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을 떠난 것이지만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구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은 부유하고 명예로운 삶을 누리고 있음에도 [더 큰 αβ]만 아니면 지구를 떠날 이유가 없음에도 지구를 떠나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더 큰 αβ]를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 학교에서는 지구에서의 1초 1초 마다 전 세계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마법사 학생 들에게 가르쳤다. 1초가 지날 때마다 지구라는 전 세계를 갖는 것이어서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말이었다. 또한, 마법사 학교에서 마법을 잘 배우면 1초마다 전 세계에서 자신이 마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마법을 잘 익히면 1초마다 지구라는 전 세계를 자신의 손바닥 안에 넣듯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마법을 최선을 다해 배우면 상상할 수 없는 일까지도 마법으로 해낼 수 있음을 알려 주는 말이기도 했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마법사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드디어 모든 마법사들이 소원하는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수 있었다.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 실력을 가진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있어서 지구에서의 1초 1초 마다 전 세계를 얻는다는 말은 현실이 되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고 더 바랄 것 없는 삶을 사는 푸르바니 마법사는 무엇 때문에 달콤한 쵸콜렛 같은 지구에서의 삶을 자진해서 중단하고 험난하고 낯선 우주의 미아가 되어 쓰디 쓴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생활을 하려는 것인가.


푸르바니 마법사는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뛰어난 마법 실력으로 보통 사람들은 가 보기 어려운 지구의 다양한 곳들을 감상하면서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마법사로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도 가 보았다. 마법사 학교에서 공간 이동 마법 과목에서 배운 마법을 실습하기 위해 가는 수학여행의 필수 여행지가 에베레스트 산이었다. 에베레스트 산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전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마법사로서 마법을 사용해서 그 어떤 것을 만들더라도 에베레스트 산 위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마법사인 자신으로서도 에베레스트 산 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의 광경을 마법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도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세계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마법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경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푸르바니 마법사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무더운 날 한 입 가득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이 에베레스트 산 위에서 그의 속에 쌓여 있는 감정의 찌꺼기는 한 순간에 말끔하게 청소되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법으로 만든 것과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만든 것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을 마법사인 자신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마치 인공 조미료로 만들어낸 음식의 맛은 천연 재료로만 만든 오묘한 자연으로 만들어낸 음식의 맛을 이길 수 없는 것과 비슷했다. 제아무리 비싼 조미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산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자연의 음식에 대항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마법사가 마법으로 꾸민 경치는 자연이 만든 경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푸르바니 마법사는 알고 있었다. 마법사인 자신도 마법의 세계를 뛰어넘는 자연의 위대함이 마법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라도 자연이 만든 에베레스트 산 위에서의 아름다운 경치는 만들 수 없었다.


그는 마법사로서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도 마법을 사용해서 가 보았다. 여름 날의 찌는 더위 중에는 마법으로 만든 드론을 이용해서 가장 추운 남극을 구경하는 것이 마법사들의 여름 휴가로서 인기가 높았다. 무더위를 피해 가 본 남극에서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추위를 피부로 느끼면서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남극처럼 여름에도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기후를 제공해 주는 지구가 고마웠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하고 굶주리는 아프리카의 참혹한 곳도 가보았다. 그야말로 이렇게 어렵고 고통 받는 삶을 사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푸르바니 마법사는 마법으로 만든 악기를 그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 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유립이나 미국 등 부유한 국가에서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 가난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좋은 기억, 아름다운 기억, 아쉬었던 기억 그리고 보람 있었던 기억 등 지구는 푸르바니 마법사가 살아 온 모든 인생을 간직하고 있었다.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그가 평생 살아 온 이 지구라는 별은 그의 삶의 터전으로서 그에게는 마치 엄마와 같은 존재였으므로,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은 푸르바니 마법사가 자신을 키워 준 엄마를 떠나야 하는 것과 같았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깃든 정든 땅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온 것이다. 그것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나야만 했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마법사들에게도 그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아야 했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자신이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알리는 순간 그가 지구를 떠남으로써 성취하려는 [더 큰 αβ]를 실현한다는 목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오늘 지구를 떠난다는 것을 그 어떤 누구에게도 절대 비밀로 해야 했다.


가까운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도 참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인데 거기에서 추가로 떠난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푸르바니 마법사와 가까운 사람들은 최소한 그가 무엇 때문에 언제 지구를 떠나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살아 온 이 지구라는 별을 떠난다는 것을 최소한 가족을 비롯해서 가까 운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떠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예의였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오늘 갑자기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 가족을 비롯해서 친하게 지냈던 마법사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놀라운 마음을 가질 것인가. 연기처럼 소리 소문 없이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되는 그에게 왜 떠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떠났느냐고 모두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사라진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가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렇게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에 대해 자신을 아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미안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입장을 바꾸어서 푸르바니 마법사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가 이야기도 없이 사라진다면 푸르바니 마법사의 머리 속에는 사라진 가족이나 친구가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인지 온갖 추측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 없이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면에서 푸르바니 마법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이렇게 사라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심정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 평생 남을 울산 바위 만큼이나 무거운 돌덩이를 만들고 지구를 떠나는 것 같아서 그의 마음은 한 여름의 찌는 더위 속에서 마라톤 경기를 하면서 비처럼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것 이상으로 괴로웠다. 어떻게 해야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오늘 이렇게 지구를 급하게 떠나면서 푸르바니 마법사가 생각해 낸 것은 나중에 [더 큰 αβ]를 이룩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자신 때문에 답답했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의 고통을 견디어 낸 후 [더 큰 αβ]를 실현시킨 후에 가까운 사람들과 다시 만나서 그들에게 왜 자신이 떠난다는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지구에서 사라진 것인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떠난 것을 사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물론 [더 큰 αβ]라는 목적을 이루고 난 후를 가정한 행복한 상상이었다.


‘ [더 큰 αβ]를 위해서 알리지도 않고 이렇게 지구를 떠나게 되어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더 큰 αβ]라는 큰 목적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저와 가까운 분들께는 제가 [더 큰 αβ]를 이룩하기 위해서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제가 지구를 떠난다는 것을 저의 입으로 말하고 떠나게 되면 [더 큰 αβ]는 물거품이 되기에 여러분들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잘 알면서도 여러분들께 알리지 않고 지구를 떠났던 것을 제발 이해해 주세요. 이렇게 [더 큰 αβ]를 달성한 것으로 조금이라도 보답을 드린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은 [더 큰 αβ]를 이루기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된 희생으로 생각해 주세요.’


푸르바니 마법사는 [더 큰 αβ]라는 목적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실제로 올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떠한 시련과 희생이 있더라도 시도도 하지 않고 [더 큰 αβ]라는 목적을 실현시키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폭풍우가 칠 것을 알지만 자신의 입으로는 지구를 떠난다는 것을 절대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 속에서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그는 속으로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는 말이 더 이상 실감나게 느껴질 수 없었다. 푸르바니 마법사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평생을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이처럼 마음이 무거운 적은 없었다. 그런 무거운 마음의 짐을 그만 내려놓고 [더 큰 αβ]라는 목적을 포기하더라도 배 부른 돼지 같이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에 그의 마음이 한 여름의 폭풍이 바다에서 큰 파도를 일으키듯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리 거센 파도가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해도 도저히 [더 큰 αβ]라는 목적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그가 영원히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고 해도 [더 큰 αβ]라는 목적은 꼭 실현하고 싶었다.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자는 밤이 된 어제 밤에 잠이 든 후에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금 지구를 떠나야 하는 순간에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을 오랜만에 꾸었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 가서 마치 지구 중세 시대의 노예처럼 다른 별 주민들의 시중을 드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꿈을 꾸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온 이 노예는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푸르바니라고 했지? 인공지능 AI에 시키면 되는데 그래도 이런 노예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라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느려터진 노예를 사용하려니 불편하기 짝이 없네. 지구라는 발달하지 못한 미개한 별에서 온 노예라고 하니 할 말 다했지 뭐 안 봐도 뻔해. 바보 같은 게 다른 별에 와서 이렇게 고생할 거면 그냥 편하게 지구에서 살지 뭐하러 지구를 떠난 거야. 푸르바니는 이 별에서는 그냥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 아무데도 쓸모가 없지만 다른 별에서 온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그 놈의 거추장 스러운 법 때문에 이렇게라도 이 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


지구를 떠난 뒤 다른 별에서 노예 생활을 하면서 인격을 모욕하는 말을 듣는 장면을 꿈 꾸던 중 푸르바니 마법사는 잠이 깨었다. 지구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안정되고 명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꿈 속에서와 같이 다른 별에 가서 모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참아내어야 하는 것인가. 그의 머리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을 꾼 뒤로 그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굳은 결심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구를 떠나면 꿈에서와 같이 참기 힘든 고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저 추상적으로 머리속으로만 생각할 때와는 달랐다. 꿈 속이지만 자신이 다른 별에서 모욕적인 노예 생활을 하는 모습을 실제와 같이 생생하게 본 이후 아무래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큰 αβ]라는 목적은 포기하고 그 동안 지구라는 곳에서 살아온 것 같이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욕심을 떨쳐내었다. 아무리 푸르바니 마법사 본인이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더 큰 αβ]는 꼭 달성하고 싶었다.


그가 떠나야 하는 것은 단지 그가 살아온 마을이나 그가 살아 온 국가 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떠나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까지 살아 온 지구라는 별이었다.


지구 안에서 다른 국가로 가는 것이라면 그래도 같은 지구 안에 계속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구 안에서 다른 국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지구라는 곳을 완전히 떠나서 다른 별로 가는 것이기에 그가 느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낯설음과 외로움은 최고조로 극대화되고 있었다. 마치 아래가 안 보이는 높디 높은 절벽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야 하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의 생명은 저 절벽 아래의 바위에 부딪혀 없어질 수도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오늘 지구를 떠나야 하는 그의 심정이었다. 그렇게 공포스러운 마음을 피할 수 없으면서도 푸르바니 마법사는 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숨을 쉬면서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나 항상 같이 한 이 지구라는 별을 떠나야만 했다.


한 순간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가라는 얄팍한 이기심에 그저 지금까지와 같이 배부른 돼지가 그저 풍족한 먹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지구라는 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스쳐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어제 꾼 꿈에서 다른 별의 노예 생활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 속에서 본 후로 더욱 그런 생각이 강렬해졌다.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사도 사람이기에 인간으로서 알지 못하는 다른 별에서 마주할 위험을 피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리 쉽게 자신을 희생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역사에서 자신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인물들은 길이길이 존경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그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따르면서 소수의 희생으로 역사가 바뀌면 그 때서야 소수가 바꾼 역사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슬그머니 올라타는 것이 지금까지의 인류의 역사라고 푸르바니 마법사는 마법사 학교에서 마법 세계 역사 과목을 배우면서 스스로 깨달았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한 소수의 노력으로 바뀐 역사에 슬그머니 올라타기 전에 최소한 현실에 안주해 온 다수는 과거 잘못된 현실에 눈 감고 협력해 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푸르바니 마법사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반성한 역사는 거의 없었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어쨌든 현실에는 보고 싶지 않은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배가 부른 돼지처럼 달콤한 100년을 사느니 배가 고픈 깨어 있는 인간으로 고통스러운 단 하루를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희생하는 소수가 어렵게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만드는 역사에 슬그머니 공짜로 탑승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은 길을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데 직접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푸르바니 마법사가 과감하게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봄 여름에는 화려한 나무들도 대부분 겨울에는 시들지만 그 중에 소나무처럼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는 나무가 있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그렇게 추위가 심한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같이 배가 고픈 깨어 있는 인간이 되어 달콤한 100년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가 고픈 깨어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기 위해서 그는 그가 평생을 살며 같이 했던 지구라는 별을 떠나서 우주의 미아로 떠도는 고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배가 부른 돼지로 달콤한 100년을 사는 것을 모두가 바라는 것 같은 분위기의 현실 세상에서 배가 고픈 깨어 있는 인간이 되는 길은 험난하고도 험난했다. 배가 부른 돼지로 편하게 살면서 [더 큰 αβ]는 성취할 수 없었다.


지구를 떠나야 하는 오늘 이 순간 명예의 전당에 영원히 기록된 푸르바니 마법사라고 마법의 조각 기술로 멋지고 기품 있게 새겨진 이름이 오늘따라 더 화려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일반적인 명예의 전당이 아닌 마법사의 명예의 전당은 무엇이 달라도 달랐다. 푸르바니 마법사라고 쓰여진 이름 옆에는 그가 마법사로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사회를 위해 공헌한 기록이 동영상과 같이 비춰지고 있는 중이었다. 내일부터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금까지 살아 온 지구의 땅 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지구에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늘 명예의 전당에 선명하게 새겨진 그의 이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화려하고 밝게 빛을 내면서 그의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을 아쉬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이름도 내일부터는 이름의 주인인 푸르바니 마법사가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이름의 주인과 지구에서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인 오늘을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어 하는 듯 꺼지기 전의 촛불이 더 활활 타오르듯 올림픽 대회를 알리는 성화가 올림픽 폐막일에 타오르듯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이라서 역시 다른 명예의 전당과는 달리 새겨진 이름에까지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오늘 지구를 떠난 후 그가 지구에 없게 될 내일부터는 푸르바니 마법사라고 새겨진 이름은 계속 지구에 남지만 그 이름의 주인공은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푸르바니 마법사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내일부터는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기에 여기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이름은 이제 이름의 주인이 없게 될 형편이다. 주인이 없는 이름은 내일부터 새겨진 이름의 주인인 푸르바니 마법사가 지구로 다시 돌아 올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과연 새겨진 이름의 바람대로 푸르바니 마법사는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름의 주인 푸르바니 마법사와 지금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이름이 지구에 같이 있게 될 날은 과연 앞으로 다시 올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내일부터는 이름의 주인이 더 이상 지구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이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푸르바니 마법사라는 이름은 주인이 지구에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늘 이렇게 밝고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푸르바니 마법사라는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이후 이렇게 밝고 화려하게 빛난 적은 없었다. 분명히 그 새겨진 이름도 내일부터는 자신의 주인이 지구에 더 이상 없게 된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았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다른 별에 가더라도 지금 명예의 전당에서 밝고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자신의 이름이 반짝이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자신의 이름이 반짝이는 모습은 다른 별에 가더라도 그의 기억에 영원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오늘 마시고 있는 지구의 공기도 내일부터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될 것이다. 오늘 마시게 되는 물이 그에게는 지구에서 먹는 마지막 물이 될 것이다. 평소에는 당연하고 하찮게 보이던 것들이 갑자기 그 어떤 것들보다도 더욱 귀중하게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내일부터 더 이상 지구의 물과 공기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더 큰 αβ]가 성취된 후의 지구의 모습을 희망하면서 그는 지구를 떠나기로 했다.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마법사로서는 최고의 명예와 영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바로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낸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영원한 그의 자부심이었다. 마법사 푸르바니는 매일 아침이면 마법을 이용해서 명예의 전당에 방문을 하고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정도로 명예의 전당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이나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태풍이 오는 날에도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마법을 사용해서 명예의 전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명예의 전당에 정상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축지 마법, 즉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마법을 사용해서 방문하는 정성까지 들였다. 마법사들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에너지 총량의 한도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 마치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만 돈을 쓸 수 있게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하루 쓸 돈을 아침에 너무 많이 쓰면 오후에 급한 일이 생겨도 쓸 돈이 부족해 지는 것과 같이 아침에 축지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먼 거리를 간편하게 이동하는 축지 마법에 사용한 에너지만큼은 그 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에너지 총량에서 차감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그 날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발생할 때 마법에너지 부족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에너지 총량 한도가 10이라고 할 때 아침에 명예의 전당에 방문하기 위해 축지 마법을 사용하면 3만큼 마법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어 그 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에너지 잔량이 7로 줄어들게 되는 것과 같았다. 긴급하고 중요한 사태가 그날 오후에 발생하게 되어서 마법에너지 9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될 때 남은 7의 마법에너지로는 부족하게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마법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면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0(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에너지 총량 한도) - 3(푸르바니 마법사가 명예의 전당에 방문하기 위해 축지 마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아침에 사용한 마법 에너지) = 7(그 날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에너지 잔량)이 푸르바니 마법사가 명예의 전당을 방문한 날 사용할 수 있는 남은 마법에너지 잔량이 되었다. 그 경우 마법에너지 9(그 날 오후에 중요한 사태의 발생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마법 에너지 필요량)를 사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긴급 사태가 그 날 오후에 발생하는 경우 푸르바니 마법사에게 남은 7의 마법 에너지로는 마법 에너지 9를 필요로 하는 긴급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때 푸르바니 마법사는 부득이하게 가까이 지내는 마법사들에게서 부족한 마법 에너지 2를 빌려야만 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태가 그 날 오후에 발생해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에너지의 부족으로 마법을 사용하고 싶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마법 에너지 사용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푸르바니 마법사는 축지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명예의 전당에 방문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법 에너지를 소모하면서까지 축지 마법을 사용해서 기어코 명예의 전당을 방문하는 열성과 끈기를 갖고 있었다.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마법사 중에 그와 같이 열정적으로 명예의 전당을 자신의 생명같이 소중하게 아끼는 마법사는 없었다.


푸르바니 마법사가 그렇게 명예의 전당을 매일 방문하는 이유는 단지 그 자신의 이름이 올라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 명예의 전당을 방문하면서 처음 마법사가 될 때 가슴에 새겼던, 마법사로서의 사명을 되새기는 목적도 있었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광경을 보았던 당시 가슴 속 깊이 다짐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다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개인적인 영광이나 이익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어렵게 배우면서 갈고 닦은 마법을 사용할 것을 다짐했던 것이다. 매일 아침 이곳을 방문하면서 푸르바니 마법사는 그 때 가슴에 품었던 다짐을 하루도 빠짐 없이 반복해서 떠올리면서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마법사 학교 1학년 때는 성적이 꼴찌를 맴도는 수준이었다. 마법사 학교에 들어가서 마법사가 되는 것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그는 마법사 학교에 들어갔지만 무슨 일인지 1학년 당시에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성적도 꼴찌 부근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그는 성적이 낮은 것에 의기소침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지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마법 교과서의 기본 원리를 반복해서 보았고, 마법사 학교의 시험에 대비한 문제 풀이는 하지 않았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점수보다는 마법의 기본 원리를 깨우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가 마법사 학교 1학년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학생들 같이 점수 올리기가 주목적인 문제 풀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짐작이 들었다. 그렇게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그는 자신의 공부 방법을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마법 교과서의 기본 원리를 우직하게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방법으로 마법사 학교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마법사 학교에서 같은 반에 다니는 친구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미련하게 공부를 하느냐고 비웃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비웃음을 받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마법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데 노력을 했고 단기적인 점수나 문제풀이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우직하게 처음 가졌던 태도를 꾸준히 유지했기 때문에 해가 바뀔수록 마법사 학교에서의그의 성적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을 했고, 결국 모든 마법사들의 꿈인 명예의 전당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일은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마법사 공부를 통해서 직접 느꼈다. 주위에서 뭐라고 이야기하든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한 우물을 파면 그 보답은 온다는 것을 푸르바니 마법사는 마법사 학교에서의 경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오늘 이렇게 지구를 떠나는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과거의 마법사 학교에서의 교훈이 중요하게 작용을 했다. 지구에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될 위험을 감수하고 [더 큰 αβ]를 위해 지구를 떠나는 것은 그 자체로 그럴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령 [더 큰 αβ]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의 희생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구에 있는 수십억 인구 중에 단 한 사람도 푸르바니 마법사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희생 자체는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고 믿었다. 마법사 학교에서 깨우친 교훈, 즉 당장은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안 나타나더라도 기본을 꾸준히 노력하면 장기적으로는 그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있다는 교훈을 그는 이번 결정에도 적용했다. 그가 이번에 지구를 떠나는 희생을 한 후 더 큰 알파베타가 실현되지 못해서 그 자신이 우주를 떠도는 미아 신세가 되고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는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공기를 다시는 숨 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물을 다시는 마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푸르바니 마법사는 절대 자신의 이번 결정으로 자신이 배가 고픈 깨어 있는 인간이 되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 푸르바니 마법사의 희생을 지구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늘 지구를 떠나기로 한 결정은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원하고 한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푸르바니 마법사는 오늘 지구를 떠나기로 하는 희생을 하더라도 얻는 것이 전혀 없었다. 정치인들 같이 겉으로 국가를 위한다는 쇼를 해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생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을 가리기 위해 겉으로만 공익을 위한 척 광고용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인간을 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부패한 정부와 나라의 인권 탄압에 협조하면서 이익을 늘리는 기업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희생과 결정을 아는 사람은 오직 단 한 사람 푸르바니 마법사 본인 뿐이었다. 지금 지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에게도 푸르바니 마법사가 더 큰 알파베타를 이루기 위해 지구를 떠난다는 것을 푸르바니 마법사는 알리지도 이야기 하지도 않았다.


[더 큰 αβ]를 이루기 위해 그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지구를 떠나는 사실을 그가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 알려서는 절대 안 되었다. 그런 관계로 그는 [더 큰 αβ]를 이루기 위해서 그가 오늘 지구를 떠나기로 한 결정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철저하게 비밀로 했다. 그가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진 것에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이 얼마나 당황할지 그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더 큰 αβ]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음에도 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다른 경로로 알게 되는 경우에는 [더 큰 αβ]는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어쨌든 푸르바니 마법사 본인은 자신이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아야 했다.


푸르바니 마법사 본인이야 [더 큰 αβ]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더라도 그와 가장 친한 가족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푸르바니 마법사는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아무리 좋은 일을 위해서라지만 가족이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다면 그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겠는가. 푸르바니 마법사는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픈 흔적을 가족들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남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 큰 αβ]를 포기할 생각도 들었다.


혹시라도 다행스럽게도 [더 큰 αβ]가 달성된다면 그 때 지구로 돌아와서 그 동안의 일을 설명해 줄 작정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일을 사과하면서 오래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밤새 할 것이다. 그렇게 다시 지구에 돌아와서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꼭 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렇지만, 만약 푸르바니 마법사의 기대와 달리 [더 큰 αβ]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가 오늘 지구를 떠난 이유를 지구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그의 가족까지도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지구를 떠나는 오늘 지금 이후 그의 존재는 그의 가족을 포함해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마치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듯이 눈사람이 봄의 햇빛에 녹아 사라지듯이 그의 지구에서의 흔적은 사라질 것이다. 단지 명예의 전당에 새겨진 이름만 남긴채 말이다. 그래도 좋았다. 그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다행히 오늘 지구를 떠나서 도착하는 다른 별의 사람들이 푸르바니 마법사를 존중해 주면 좋겠지만, 만약 다른 별의 사람들이 지구에서 온 푸르바니 마법사를 멸시하고 천대하더라도 그런 좋지 않은 대접을 인내하기로 생각했다. 지구에서는 마법사 세계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존경을 받아 왔는데 혹시라도 다른 별에서 정반대로 멸시와 천대를 받는 경우 그가 느끼는 모욕감은 더욱 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는 참아내기로 했다. 다만, 그가 가게 될 다른 별에서 그를 존중해 주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마음도 없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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