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없는 삼겹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끓는 국물 속에서
시원함을 찾아내고
바삭한 푸딩은
불안한 듯 안전하게 담겨있다.
거의 확실한 계획은
항상 빗나간 현실과 마주하고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한 채
다 아는 비밀을 모른 체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어쩌면
말이 안 되기에
살아지는 세상일 지도 모르겠다.
대학생 시절, 어느 행사 피로연에서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다지던 날이 있었다. 그날 친한 남자 동기 B가 술기운이 조금 오른 얼굴로 내 옆에 다가오더니,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찰스야, 이건 비밀인데 너 혼자만 알고 있어. 사실 나 A를 좋아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아, B가 A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친구의 비밀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서는 왜 둘이 귓속말을 하느냐며 장난스럽게 묻기도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선배, 후배, 동기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한 선배가 2차 자리를 제안했고, 다 함께 이동하던 중 또 다른 장면을 보게 되었다.
B가 이번에는 다른 남자 동기 C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C야, 이건 비밀인데 너 혼자만 알고 있어. 사실 나 A를 좋아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조금 전 내게 했던 말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그 뒤로도 D에게, E에게... 그는 '비밀'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술이 얼큰하게 올라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피로연에 모인 거의 모두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알게 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다 아는 비밀이 되어버린 뒤에는 모른 척하기조차 어색해졌다.
옥시모론(oxymoron)이란 의미상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날의 '비밀'은 꼭 그런 말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비밀이라 불리던 이야기.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