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내가 깎여야 했을까?
왜 네가 더러워질 때마다
나는 당연하게 쓰여야만 했을까?
깨끗해진 너는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돌아서고
닳아버린 나는
왜 한없이 작아져 버렸나?
이제는 나도 알아버렸다.
이건 헌신이 아니라
소모였다는 것을
비누는 자신을 깎아 남을 깨끗하게 한다. 쓰일수록 닳아가지만, 남는 것은 늘 타인의 상쾌함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어서, 우리는 비누가 언제 닳아서 없어져버렸는지 잘 알지 못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먼저 이해하고 먼저 희생한다. 그 덕분에 관계는 유지되지만, 그 사람은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누는 소모되도록 만들어졌지만 사람은 아니다. 나를 지우지 않는 선에서만 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관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