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親舊) 2

by 임찰스

어릴 땐

열에 하나만 맞아도

그냥 친구 되었는데



지금은

열에 아홉이 맞아도

친구 되기 어렵더라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힘들어지는 건 왜일까? 삶에 치이면서 생긴 귀찮음 때문인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예전보다 점점 부담으로 느껴진다. 웬만한 일에는 괜히 엮이지 않으려 몸을 사리게 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데도 한 번 더 망설이게 된다.


어릴 적에는 마음이 조금만 맞아도 금세 친해지고, 이유 없이 사람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환경과 경험 속에 자아가 굳어지고, 관계 역시 내 기준과 방식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상대의 기분과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설렘보다는 에너지 소모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약속이 생기면 기대보다 피로가 먼저 떠오르고, 만나기 전부터 말과 표정을 미리 계산하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인간관계가 힘들어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와 있으면 편한지, 누구와 있으면 불편한 지를 이제는 분명히 느끼니 말이다.


결국 관계가 줄어드는 건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 졌기 때문 아닐까? 모두와 잘 지내기보다, 이제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 관계만 남기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대신 나는 조금 더 조용해지고, 조금 더 솔직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은 편해진 나를 만나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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