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사이. 취미도, 본업도 다 잘하는 멋진 선생님. 재연
어느 학교에나 한 명쯤은 있는 쿨하고 멋진 친해지고 싶은 선생님
학창 시절 이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조금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덩달아 같이 열심히 뛰게 만드는 열정을 갖고 있죠.
든든한 동료이자 때론 라이벌 의식을 갖게 만들기도 해요.
(라이벌이 되기엔 제가 한참 더 분발해야겠지만요.)
동갑내기 친구라 유독 더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에요.
연골 관리 잘하면서 즐겁게 오래 함께 공 찹시다!
※ 글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 편의상 축구, 풋살은 ‘공 차는’이라는 것에 의미를 담아 축구로 통일하여 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재연입니다. 저는 항상 제 소개를 할 때 본업은 가르치는 사람인데 부업은 배우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고요. ‘풋살은 처음입니다만’이라는 에세이를 쓴 작가입니다. 소심한 모험가라고 저를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 선배님이셨네요. 하하. 책은 어떻게 쓰게 되신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내는 게 버킷리스트였어요. 풋살을 시작하고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훈련받은 걸 전부 글로 남기기 시작했어요. 글을 모아놓고 보니까 이걸 휘발시키기가 아깝더라고요. 그러다가 좋은 기회로 편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독립출판 클래스를 듣게 되었어요. 원고는 이미 적어두었던 게 있어서 빠르게 완성은 했는데 교직에 있다 보니 사업자를 내서 독립출판을 하는데 제약이 있었어요. 그래서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약 30군데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 다행히 계약하자고 하신 곳이 있어서 정말 후다닥 책을 내게 되었어요.
다음 책이 나올 수도 있는 건가요?
다들 많이 물어보시는데 아직까지 계획은 없고요. 사실 더 출간을 하게 된다면 에세이 말고 동화책이나 그림책 쪽으로 만들게 될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직업 소개도 부탁드려요.
12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고 현재 6학년 축구 덕후들의 담임입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실 것 같아요.
애들 앞에서 잘하는 것처럼 허세를 많이 부리죠. 감독님이 저한테 보여주시는 걸 똑같이 따라 하거든요. 그럼 애들이 엄청 좋아해요. 우리 선생님 여잔데 풋살 한다고 동네방네 자랑도 하고요. 하하.
여자 친구들을 체육시간에 더 끌어내기도 해요. 제가 풋살 한다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영향은 없는 것 같아요.
학교마다 골때녀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축구 동아리가 많이 생겼다고들 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실제로 체감하시나요?
제가 현직에서 보면 중, 고등학교는 확실히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율동아리라고 해서 학생들끼리 동아리를 만들고 선생님만 섭외하는 제도가 있거든요. 여자 축구, 풋살 동아리를 만들고 여자 체육 선생님을 지도교사로 뽑는 경우가 요즘 많다고 들었어요.
초등학교는 고학년이 아니면 그런 제도가 어렵기는 해요. 제가 지도교사가 돼서 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고 대회도 나가고 해 보자는 제안을 교장, 교감 선생님께 받아본 적은 있어요. 제가 지도한 실력은 아직 안 돼서 고사하긴 했죠.
중, 고등학교에 여자 축구 붐이 일어난 지는 1~2년 정도 됐고, 초등학교도 이제 조금씩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여학생들도 축구 학원 다니는 애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걸 실감은 해요.
책 이야기도 그렇고 궁금한 이야기가 더 많지만 오늘은 풋살 인터뷰이니까 다시 주제를 바꿔볼게요. 하하. 속해있는 팀이 있다면 팀 소개도 부탁드려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플릭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활동 중입니다. 단순히 배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배운 걸 활용해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싶었어요. 하나의 팀으로 훈련을 하고 성적을 내보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낀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만든 팀이에요.
현재 등 번호와 그 등 번호를 선택하신 이유는요?
17번이에요. 좋아하는 선수의 등 번호이기도 하고 17번이 10 더하기 7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 7번이나 10번을 달고 뛰면 모두가 저를 잘하는 사람으로 볼 텐데 성격상 대놓고 드러나는 건 안 좋아해서 그것보다는 그 번호를 달지 않고도 7번이나 10번처럼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좋아요. 그래서 17번이 저한테 딱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17번을 사용하실 건가요?
네. 그런데 가끔 17번이 차 있는 팀이 있다면 47번을 2순위로 세우고 있어요.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예요. 맨체스터 시티의 필포든 선수의 번호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해요.
(인터뷰 후 팀 내에서 17번 경합이 있어 사다리를 탔는데 지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현재의 팀인 플릭에서는 17번을 양보하고 7번을 달게 되었어요. 신생 팀이라 47번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럼 바로 이 질문으로 넘어가면 좋겠네요. 응원하는 팀이나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있으신가요?
‘맨체스터 이즈 블루’라고 맨체스터 시티의 정말 큰 팬, 시티즌이고요. 해외 축구를 본 지는 꽤 됐는데 팬이 된 건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가족의 영향으로 맨시티를 응원하게 되었고, 풋살을 시작하면서 더 깊이 있게 보게 됐죠.
데브라이너와 포든이 최애 선수이고, 3번의 후벵디아스라는 센터백 선수도 좋아해요. 그냥 선수들 전부 다 좋아해요. 하하. 내한 왔을 때도 거금을 들여서 갔고, 돌아오는 겨울에는 아마 맨체스터로 가서 직관할 것 같아요. 축구덕질여행이죠.
현재 포지션은 어디인지?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선호하는 플레이가 있나요?
감독님은 저를 피보나 아라로 많이 쓰세요. 원래는 아라 포지션을 주로 하다가 감독님이 피보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 후로 피보의 매력을 느껴서 둘을 좀 겸용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축구로 따지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좋아해요. 특히 박스투박스 플레이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딱 하나의 포지션으로만 뛸 수 있다면 어떤 포지션을 선택하실 거예요?
저는 아라요. 아라는 수비, 공격 전환이 빨라야 하는데 그게 왠지 재미있어요.
제가 봤을 때 끈기도 있으시고 엄청 빠르신 것 같아서 아라가 잘 어울리시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라를 계속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아직 픽소를 하기에는 역량의 도약이 필요할 것 같아요.
축구 말고 풋살만 하고 계신 거예요?
네. 축구까지 하면 신체의 한계가 올 것 같아서 풋살만 하고 있어요. 스스로 풋살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느끼고 더 넓은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축구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풋살 따라가는 것도 버거워서 욕심부리지 않고 있어요.
그럼 처음부터 풋살로 시작하신 거네요.
네. 언젠가 축구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한 번쯤은?
풋살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배워야지 해서 시작한 건 22년 10월이고요. 2년 조금 넘은 것 같아요. 그전에 두세 달 정도 친구들끼리 혼성으로 공놀이하듯이 한 적은 있는데 솔직히 풋살을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공놀이를 하다가 ‘배워볼래!’ 하고 그때부터 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면서 배우기 시작했죠.
공놀이를 하면서부터 매력을 느끼신 건가요? 본격적으로 풋살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공놀이로 시작하게 된 것도 원래는 크로스핏을 5~6년 정도 했는데 크로스핏은 지하에서 개인 기록을 위해서 무한히 달려야 하는 운동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계도 느끼고 관절도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슬슬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제 알고리즘에 풋살이 조금씩 뜨기 시작하는 거예요. 골때녀 방영 초기이기도 했고요. 풋살은 크로스핏이랑 완전히 다르잖아요. 팀 스포츠에 야외 운동이고..
한 번 해보자 해서 크로스핏 센터 내 여자친구들을 모았죠. 센터 내에 기존에 있던 남자 팀이 있었는데 우리가 여자 팀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 팀 인원이 모자란다는 거예요. 그러면 합쳐서 혼성팀을 만들자. 이렇게 해서 혼성팀으로 공놀이를 시작하게 됐죠. 구체적이고 대단한 계기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해볼까?’로 시작됐어요.
남동생이랑 아빠가 축덕이라 축구가 낯익기도 했고, 어릴 때 한 번 축구 배워보면 좋았을 걸 하면서 컸던 것도 있죠.
풋살을 하기 위해 하고 있는 다른 연관된 활동들도 있을까요?
플라이오매트릭이라는 운동을 감독님을 통해 알게 되어서 배우고 있어요. 무거운 발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저한테 정말 필요한 운동이더라고요. 이 훈련을 받은 지는 한 두 달 정도 되었어요. 풋살에 어울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최근 들어서 시작했고 그 외에 별도로 하는 건 없어요. 아, 가끔 집에서 발목 재활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풋살 이외에 다른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고 계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읽는 시간이 많이 줄긴 했지만 책 읽는 거 좋아하고요. 글 쓰는 것도 취미인데 요즘은 글을 거의 안 쓰는 것 같아요. 풋살을 할 시간도 부족해서요. 하하.
교직원 배구가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로 옮기게 돼서 다른 운동은 배구를 하고 있어요.
왜 아직까지 계속 풋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풋살을 시작하고 제 인생에 좋은 변화가 많이 생겼어요.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요. 풋살로 책도 썼고요.
가장 큰 이유는 재밌어서? 재미없으면 안 하지 않았을까요? 재미가 떨어지거나 제 몸이 아예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아마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 몸이 허락해 줄 때까지 하고 싶게 만드는 풋살의 매력이 도대체 뭘까요?
제가 비슷한 질문으로 잡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풋살이 정말 얄궂어요. 다른 운동을 많이 안 해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풋살은 정말 너무 안 돼서 짜증 내고 욕하고 울고 이러다가도 어느 순간 하나씩 돼요.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되니까 지금 안 되는 것도 어느 순간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계속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도 있죠.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그 매력이 커요.
두 번째는 팀 스포츠라는 것. 어렸을 때부터 팀 스포츠를 해야 건강한 공격성이 자라는 것 같아요. 남편도 풋살을 하는데 남자들끼리 하는 풋살을 보면 고성도 오가고 격해요. 그런데 끝나면 ‘위 아더 월드’가 되죠. FK리그의 풋살 선수들만 봐도 경기장 안에서는 엄청 싸우는데 나오면 다 친하잖아요. 저는 대회 나가서 누구랑 싸우고 나오면 되게 기분도 나쁘고 그 사람 보기도 싫고 그렇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팀 스포츠를 경험했더라면 상대방이 ‘나’를 욕하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경기 중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상황 속에서 반응하는 것이라는 걸 빠르게 체득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 풋살에 대한 목표가 있으실까요?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는 드리블로 상대를 한 명 정도는 안정적으로 제칠 수 있는 플레이메이킹을 만들어 보는 게 목표이고요.
팀으로써의 목표는 외부 대회에서 본선 진출해 보는 것이 목표예요.
인생의 목표는요?
제가 풋살에 대해 쓴 에세이를 제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했어요. 특히 성별에서 진입장벽을 느끼는 여학생들이 용기를 냈으면 했고, 그런 말들을 책에서 많이 언급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비슷한 영감이나 용기를 주는 그림책을 만드는 게 제 인생에서 다음 단계의 목표이고요. 교사로서는 승진이나 이런 것에 아직은 야욕은 없고, 아이들에게 귀감을 주는 작가이자 아마추어 운동러, 본업도 잘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인생 목표입니다. 아름답게 은퇴하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풋살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이신 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도 있을까요?
제 책에서도 얘기하고, 책에 관련된 인터뷰에서도 항상 얘기했던 건데요. 저를 실제로 보시게 될 계기가 있다면 저는 키도 작고 발도 무겁고 평발이거든요.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도 제 발이 축구나 풋살을 할 발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런데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김재연이 한다면 이 세상 모두가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시작했다가 안 맞으면 그만두면 되는데 왜 고민하시냐고 묻고 싶어요. 내 스타일이 아니라면 다른 걸 찾아가면 되고 내 스타일이면 몰입하면 되는 거니까요.
풋살 정도면 준비할 장비가 많지 않잖아요. 할 곳도 많고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되니까 진입장벽이 낮은 스포츠예요.
재연님이 다음으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희진이라는 친구요. 같이 플릭을 만든 친구이죠. 저의 풋살 짝꿍이에요. 발도 많이 맞췄고요.
제가 언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의 미래라고 저에게 얘기해요. 그 정도로 성격도 비슷하고 성향이나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더 그 친구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인터뷰를 들어보면 다른 점들이 보일 것 같거든요. 거기서 배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김희진을 추천하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들 이 질문을 가장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하하. 나에게 풋살이란?
귀인이라고 하겠습니다. 풋살을 만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버킷리스트도 하나 지웠고요. 제 본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스스로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고요. 풋살을 시작하고 안 좋아진 건 제 연골정도..?? 그거 말고는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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