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베니아 피란 회고
가야만 했고
떠나야만 했었다
사내변호사로서
다양하고 신기한 일들을
온몸으로 대응하느라 갖은 애를 썼던
긴 여름의 끝
그 해 가을 길었던 추석 연휴
평소 같은 준비 없이
덜컥 떠난 여행
첫날 밤
자그레브 호텔에서
내려다본 창밖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
다음날 아침 차량 이동 중
여권을 꺼내란다
크로아티아 여행으로 알았는데
국경을 넘는다니!
그렇게 나는
우.연.히 슬로베니아 <피란>을 만났다
노을이 내려앉던 시간
피란 구도심 해안가 호텔에는
신랑과 신부, 그 친구들의
파티가 한창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렌지 불빛은
너무나 따스하고 달콤해서
마음이 녹아내렸다
잊히지 않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강렬한 기억과
내게 오롯이 남은
소중한 순간들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