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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 Chung Feb 10. 2016

남의 조언을 듣는 법 -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

아무리 잘난 사람의 말이라도 무조건 다 믿지는 말자

브런치에 올리는 첫 글입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글들을 쓰기 전에 앞서 가장 먼저 공유했으면 하는 것은 "남의 조언/의견을 듣는 법에 대한 생각" 입니다. 원래는 대학생 분들께 자주 말씀 드리던 것인데 사실 연령대에 무관하게 스스로 돌아보면 좋은 습관인 것 같습니다. 아래는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생각임을 미리 명확히 해 둡니다.


여러 해 학생분들과 사회 초년생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느낀 점은, 본인의 견해 (view)를 고민하기 보다, 자기보다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더라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멘토보다, 한 방에 정답을 말해줄 수 있는 멘토에 목마른 듯 한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시간이 갈 수록 뭔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더더 조심스러워 지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일말의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리실까봐요.


아직까지의 제 경험으로는 그 어떤 똑똑한 사람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도 제가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심지어 답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한 멘토가 늘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한 명의 멘토가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다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들에 대한 그의 '견해'가 있을 뿐입니다. 생각해 보면 연애상담, 취업상담, 그냥 힘들때 찾는 사람이 용도(?)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연애상담 안에서도 헤어져라는 사람과 그래도 잘해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 결정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죠.


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까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턱없이 부족하고, 이 것의 결핍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그와 비슷한 사람들과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그대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기만의 견해와 논리를 이제 막 쌓아가기 시작하는 초기에 올바르게  잡는 것이 본인에게도 유리하다 생각합니다.


사실 세상 많은 것들에 정답이라는 게 있기나 한걸까요? 과학에도 찬반이 있는 마당에. 상당수의 이슈는 누군가의 '견해'와 그 견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겠죠. 그 사이에서 갈대처럼 흔들리거나 단순히 다수의 의견에 말리지 않으려면, (그리고 조금만 따져봐도 근거가 부족한 언론기사나 강연 프로그램이나 지침서 등에 이리 저리 휘둘리지 않으려면) 거기에 동조를 할지 말지를 스스로 근거를 가지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1.  '답'을 구하지 말고 '정보'를 구하자.

하나의 이슈에 대해 한 명의 멘토가 아니라, 여러 명의 다른 view를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특히 완전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경험 많은 모 선배가 A라고 말했다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반대의 혹은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은 뭐라 하는지 들어보세요. '답을 듣기 위해' 보다, 내가 답을 내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 (= data collection) 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데 대기업에 지원해야 할지, 사업을 해야 할지, 그 전에 남의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경험부터 쌓아야 할지가 고민이라면, 각각을 현재 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만나봐야 하고 대기업 갔다가 사업하는 사람, 사업하다가 남의 스타트업 들어간 사람, 셋 다 해본 사람, 그 안에서도 잘 되는 스타트업 망한 스타트업, 대기업도 다양한 회사와 부서 출신들, 오래 다닌 사람, 얼마 안다닌 사람 등등 생각이 다를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겠죠. 


그런데 모든 사람을 다 만날 수도 없고, 정보를 찾아 무기한 다닐 수도 없고, 너무 많은 정보는 판단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하니 무조건 다 만난다고 최고의 결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내 판단에 도움이 될 정보를 빠르게 가려내는 방법이겠습니다. 그래야 다음 사람을 누굴 만나야 할지도 더 명확해 집니다.



2.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정보의 배경을 이해하자.

정보 수집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말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가 말하는 것이 팩트인지 주장인지, 팩트라면 자기 경험인지 어디서 들은 이야길 전하는건지, 주장이라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어디서 들은 이야기라면 그 어디가 어디인지?...etc etc. 이러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영어로 Probing 이라고도 하는데 인터뷰를 많이 해야 하는 컨설턴트들의 경우 반드시 가져야할 역량에 속하고 ('컨설턴트라면 그 상황에서 당연히 궁금해 해야 할 것들'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가끔 질문 받는 사람이 핵심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질문자가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여러 번에 걸친 '왜?'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왜?'라는 질문에 익숙치 않다면 다양한 표현과 방법으로 질문하여 최대한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하늘같은 선배의 말이라 해도 '뭐든 받아적는 자세'가 아니라 '챌린지 하는 자세'를 가지고 끊임없이 왜지?를 생각하다가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으면 물어봅니다.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고, 나중에 본인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만 잔뜩 쌓여서 판단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배경에 대한 왠만한 궁금증이 풀리면 자신의 견해를 세울 수 있는 근거가 풍족해 집니다. 어디까지가 '왠만한 궁금증'인지 아는 것도 여러 번 해봐야 알 수 있는데요, 스스로는 궁금한게 더이상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궁금했어야 하는 걸 생각을 못 해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스스로 Push를 하지 않으면 늘지 않습니다.이 궁금해 하지 않는 습관(혹은 궁금한 걸 안물어보는 것)은 우리 학교/기업문화의 병폐중 하난데요, 회의 할 때 사장이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참석자들이 아무도 질문도 안하고 반대도 없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되면 사장은 흐뭇해 할게 아니라 매우 불안해 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중요한 안건을 이렇게 길게 했는데 어떻게 궁금한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죠? 생각하기 귀찮거나, 생각이 없거나, 생각해서는 안되거나 - 다 위기입니다.


이 과정을 부실하게 거친 채 '있어보이는' 단정적인 견해들이, SNS라는 환경적 특성에 힘입어 빠른 확산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듣고 싶었던 말을, 조리있게 잘 풀어놓고, 단호하게 말하고, 목소리가 커서 왠지 맞는 말 같아 보이나 잘 뜯어보면 근거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걸러내는건 결국 스스로 해야 합니다.


여담인데, 컨설턴트 시절 저도 받고 나중에 자주 드리게도 되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 라고 하더라구요', '....라고 나와 있습니다' 가 최종 버전이어선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 말은 견해가 아니라 그냥 정보의 전달이죠. 인터뷰 결과건, 설문조사 결과건, 모 논문에 씌여 있건 그걸 소화한 후에 자신의/우리의 '견해 (view)'를 듣고 싶지, 그냥 정보를 전달만 하는 것은 가치가 적어서 그랬습니다.



3. 판단은 스스로 하되 이 결정의 어떤 부분이 아직 부족한지를 인지하자

이렇게 모은 정보로 판단은 본인이 합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슈가 중요하고 복잡할 수록 더) 안심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들이 완벽하게 세트로 모이는 경우는 없으니 정보가 부족하다고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않도록 합시다. 결국 일부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사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가정을 해 버리고 답을 내곤 합니다. '논리적 비약'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늘 '자기만의 전제'가 따르게 됩니다. 예컨데,

- '내가 업계 사람을 다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 10년 이상 이 업을 하신 xx명의 말을 종합 판단해 보니..'

- '나의 개인적 경험 (x, y, z)에 국한하여 볼때' 

- '한국사람인 나의 시각에서 볼때'

- '내가 다닌 특정 학교의 경험에 국한하여 볼때'


이걸 명확하게 인지를 하면, 먼저 이게 세상의 진리인냥 지르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뭘 더 궁금해 해야 하는지를 알게 때문에 다른 사람의 챌린지나 추가 정보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답을 업그레이드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음의 일화를 전하며 '자신의 견해를 만드는 습관을 가집시다'라고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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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일반 공립들의 초등/중등 교육의 기본 수준이 대체로 잘 되어 있는 나라인데, 개인적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중학교 역사시간에 한 달 내내 American Indian (미국의 인디언 원주민)에 대한 수업만 했다. 당시 미국 정부와 인디언들에 대한 기본적인 fact를 배운 후, 전통가옥도 지어보고, 그들을 주제로 시도 써보고, 춤, 의식, 예절도 배우고, 실제 원주민도 초청해서 만나보았다. 미국 정부와 인디언의 모의 대표 회의 같은 것에서 어설프나 서로 입장 바꾸어 실컷 입씨름도 했다.


그리고 중간고사때 시험은 딱 한 문제.

"당시 네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American Indian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와, 그 이유를 써라" (1000자. 주관식) 


중학생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썼지만 뭐 그리 통찰력이 깊었을까. 하지만 어쨌건 선생님은 모든 답안지에 하나하나 다 빨간 글씨로 길게, 어느 부분에도 논리가 부족한지, 어디가 팩트가 부족한지 등을 달아 주셨고, 시험 후 좋은 사례들을 발표하며 그 답쓴 학생은 왜 그리 썼는지 들어보고 질문을 하며 비로소 American Indian에 대한 한 달의 수업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같은 걸 배웠으면 주요 이벤트의 연도, 유명한 인디언 이름, 유적 이름, 당시 대통령 이름, 사건의 이름을 열심히 외웠겠지만, 이 때는 "왜 그랬을까?" "나같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배웠다. 이때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다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을 궁금해 해야하는지와, 내가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강제로 생각을 해야 하는 이런 상황이 반복학습으로 몸에 벤 것은 확실하다.


유명한 사립학교도 아닌 그냥 평범한 영국공립학교에서 시작되어 이후 대학과 회사까지 "what's your view?"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벌어지는 생각하는 힘의 격차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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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후로 쓸 내용들에 대해서도 그 이면에는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분들의 말도 들어보시고 스스로 판단하세요'라는 것이 늘  깔려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반갑습니다.


C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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