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도 맞지만 상당수 취업할 준비가 안되있는 것도 맞다
이런 이야길 하는 사람이 어떤 근거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판단하기 수월할 같아 간단한 소개부터 드립니다. 앞서 올린 '남의 조언/의견을 듣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서도 말했듯이, 정답이 아니라 '저런 류의 배경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하나의 정보'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에서 해외영업 5년, 미국에서 MBA 후 맥킨지와 베인에서 컨설팅을 6년 정도 하고, 2014년 여름부터 내 사업을 시작했다. 맥킨지 시절부터 어찌하다 보니 몇몇 대학교의 경영, 마케팅, 전략 등의 학회들의 세션들에 참여한 것이 나름의 열정과 관심사로 연결되어 이후 꽤 많은 학생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취업시즌이 되면 개인적인 인연으로 도와드리게 된 경우도 꽤 있다. 한 사람을 도와주려면 평균 다섯 번 이상 만나게 되고, 그 사이 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 받는다. 지원자의 배경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사고구조까지 충분히 이해해야 쓸만한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일이다보니 거쳐간 인연도 꽤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사례도 쌓이고 나도 느낀 바가 많다.
더불어 매해 두 번씩 있던 두 컨설팅 사의 리쿠르팅과, MBA 지원자분들 인터뷰, 20개 정도 클라이언트 기업들과 일하면서 접해본 회사별 직원분들과 그들의 업무방식/문화, 그리고 지금의 내 사업을 위해 면접 보고 채용하고 코칭을 해 본 경험 딱 그 정도만을 바탕으로 몇 가지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다.
구조적인 취업난은 원인이 복합적이고 지원자가 당장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지원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특수 목적의 professional firm들 말고 대기업을 위시한 '일반 기업' 을 염두에 두었다. 단순히 취업을 위한 의견을 넘어,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체로 획일적으로 묻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늘 안타까워서 한 번 정리는 해야겠다 싶어 시작한 글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굳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더 뛰어나신 현인들이 많으니 저 말고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시길 권한다.
'취업난도 맞는데, 당신이 취업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도 맞다' – 취준생과 첫 대화를 나누어 본 후 거의 매번 하게 되는 이야기긴데,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의 매우 일관된 형태로, 학교 간판과 전공을 막론하고 준비가 잘 안 되어 있었다.
먼저, 지원자가 이해하면 좋을 우리나라의 일반적 리쿠르팅 시장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데, 당연히 100% 똑같지는 않으며 '나는 이거와 다른 케이스를 안다'고 하시더라도, 이렇다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는게 안전하겠다는 취지에서 말씀 드린다.
1. 여러분이 소위 잘 보여야 하는 인터뷰어들의 대부분은 단 시간 내 옥석 가리기를 훈련받은 면접 전문가가 아니라 실무경험 중심의 분들이다. 게다가 공채의 경우 한 사람에 할애 가능한 시간도 적어서 지원자의 차별화된 장점을 애써 낱낱이 물어봐 줄 시간도 부족하다. 따라서 지원자는 지금보다 훠얼씬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총력을 기울여 어필하지 않으면 차별화의 기회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A. 관상 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면접관의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연습으로 무장된 지원자의 달변 (혹은 준비가 덜 된 자의 미숙한 답변)의 이면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intrinsic value (내재적 가치)를 파내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지원자의 겉으로 스마트해보이는 대답 혹은 설령 미숙하고 단순한 대답이라도 3단계, 4단계...계속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할 말이 다 떨어질때까지 몰아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지원자를 떨어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이 사람이 스스로 표현 못하는 장단점까지 다 알아내고야 말겠다라는 의지에 기반한다. 이는 막무가내 질문들로 스트레스를 주는 압박면접과는 질적으로 다른데 마치고 나오면 '다 털렸다' 기분과 동시에 '머리에서 쥐가 나지만 면접만으로도 뭔가 배웠다'라는 기분이 드는 좋은 면접이다.
B. 맥킨지와 베인같은 컨설팅 회사의 경우(내가 다녔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있는 여기만 언급하나 좋은 컨설팅 회사라면 당연히) 직원들이 업무적인 이유로 평균보다 더 논리적 사고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과,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팀원들을 세부 항목별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고 평가 리뷰를 써야만 했고 '왜 내 리뷰가 그렇게 나왔는가'를 당사자에게 챌린지 받고, 6개월에 한 번 씩 review committee에서 '당신은 A를 왜 그렇게 평가하는가'로 역 챌린지를 받아온 시니어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것이 면접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런 사람들을 1:1로 한 시간씩 상대해서, 마치 게임의 레벨별 왕 깨듯 최소 네다섯 명 연속으로 통과를 해야 합격하고 중간에 한 사람이라도 강력히 반대하면 그 단계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참 어려운 과정이다. 업태가 지식상인이고, 모두가 같은 직무이니(컨설턴트) 수십 년간 같은 인재상을 찾으며 뽑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평가 항목과 방식 역시 체계화 되어 있고 대부분의 인터뷰어들이 이를 몸으로 숙지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판단만 믿기는 어려워서 여러 명을 배치해 둔다.
C. MBA 시절에 마이크로소프트, 델, GE의 미국 본사 면접을 본 적이 있다. 컨설팅 회사와 느낌이 반 정도 비슷하고 반 정도 달랐는데, 비슷하게 problem solving 인터뷰를 많이 하되 그 rigor는 좀 더 무난했고, 대신 신기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네가 탁구공 30만개를 경품으로 땄다면 그걸로 뭘 할거냐' -_-?라고 묻길래, 일단 그런 경품이었다면 지원 자체를 안했을거라고 했다) 또 차이가 있었다면 1차 면접관과 마지막 면접관의 질문 유형이 많이 달랐다는 정도. 공통점은 뒤로 갈 수록 '많은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뽑아봤구나'의 느낌
D. 하지만 일반 한국 기업의 대부분은 아직 이런 류의 트레이닝이 된 면접관이나 시스템이 드물기도 하고, HR 시스템도 효과적이지 않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지원자들 각각에게 시간을 많이 쓰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면접 역량의 편차가 큰 여러 명의 면접관들이 보게 되고, 이 사람을 뽑자/말자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도 부족한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스펙과 윗분의 의견이 중요하다. 따라서 여러분은 그 분들이 뽑자고 주장할 근거를 명확히 주어야 한다. 아무리 뻔한 질문이라도, 내 대답 후 follow-up 질문이 없다는 전제하에 (즉, 내가 1차원적으로 대답하면, 거기서 더 묻지 않고 끝나버릴 수도 있겠구나) 질문 받은 김에, 질문과 관련된 범위내에서 내가 어필하고 싶으나 아직 물어봐주지 않은 것까지 comprehensive하게 보여줄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2. 그 와중에 지원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형태와 깊이의 자소서와, 면접에서의 뻔한 질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답들을 함으로서 더욱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이걸 기회로 해석한다면, 고민의 깊이가 달라보이면 눈에 확 들어올 수 있겠다는 장점.
A. 재치를 본다는 명목하의 넌센스나 함정 같아 보이는 질문들(이런 질문 좀 안했으면 좋겠다)을 빼면 기업의 자소서/면접 질문 중에는 예측 가능한 것도 많고(우리나라의 족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나), 따라서 준비해야 할 대답의 핵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B. 그런데 대다수의 지원자들은 그 분명히 질문할 뻔한 질문에 대해서, 너무 뻔한 대답들만 준비한다. 질문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자기 주장에 대한 논리와 배경 지식과 고민의 깊이가 얕아서 설득력도 부족하다. 수없이(정말 수없이)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두 개만 예로 들면:
(사례 1)
당신의 장점을 말해 보세요 --> 네, 저는 책임감이 투철하고, 매우 꼼꼼합니다! (여기서 끝나면 안됩니다 ㅠㅜ) --> 근거는요? --> 저는 동아리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주변의 평가도 그러합니다! --> 어떻게 성공적이었길래...? --> 동아리회원 수를 1.5배를 늘렸고, 졸업생 참석률도 두 배로 개선했습니다! --> 거기서 책임감과 꼼꼼함이 어떻게 발휘되었길래? --> 저조한 참여율을 높이는게 어려워 다들 좌절했으나 저는 반드시 내가 회장일때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포기하지않고 추진했습니다! 특히 끈질기게 모두 만나서 설득했습니다 --> 회장이면 그 정도 책임감은 다 있지 않나요? 비법라는게 그냥 끈질기게 만나는거였나요? --> 아닙니다!.....저는…. --> 본인이 생각하는 “남다른 책임감”의 정의는 뭐라고 생각해요? --> ........
(사례 2)
당신은 왜 영업직을 지원했나요 --> 네 저는 외향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달성하는 기쁨을 즐깁니다. 이런 저에게 xx 회사의 영업직은 정말 관심도 많고 잘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 영업을 잘하는 것의 핵심이 정말 그거라고 생각해요? 이유는요? --> 네 영업은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 목표 없이 일하는 부서도 있나요? 지금 영업팀에 조용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선배들은 부적격인가요? --> ……
3. 고민의 깊이가 다들 비슷하게 얕은 만큼 지원자들이 쓴 자소서의 차별화도 찾기 힘들다. 다르게 썼다고 자부한다는 자소서를 봐도 그렇다. 자소서와 면접 준비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그 소재와 기초가 같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매우 오래, 깊이 고민해야 하고 특히 자기 본인에 대한 깊은 성찰을 거쳐야 하며 다양한 멘토들의 조언을 토대로 더 완성도가 높아진다.
A. 컨설팅 사에서 내가 A4 한 장짜리 레쥬메 하나를 스크리닝하던 시간은 짧게는 30초, 길어도 2-3분, 물론 무엇을 찾는지 명확하다는 전제하에.
B. 레쥬메만으로 충분히 통과될 정도면, 곁들여 제출한 에세이 (자소서인 셈)는 안 읽거나 참고 정도, 그러나 레쥬메에서 판단이 아리까리 하면, 혹시 다른 강점이 있을까 싶어 부연 설명을 위해 에세이를 참고. 이 때를 위해 에세이/자소서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확 눈에 띄게 잘 쓰는 것이 필요.
C. 하물며 그 많은 사람의 긴 자소서를 읽어야하는 대기업 입장이라면 (혹자는, 이건 지원의지를 보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대기업에서 사람을 뽑아보진 않아서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학교와 학점과 토익 점수와 인턴유무를 통한 선입견을 가지고 읽는 자소서라면 비슷하게 써서는 눈에 띌 수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쓴 자소서는 대체로 찍어낸듯 비슷하다 - 소재도 평범하고, 기승전결도 비슷하고, 자기의 진짜 강점을 잘 정리하지도 못한 자소서가 태반이다. 부실한 자소서 준비는 그대로 부실한 면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설상가상.
4. 따라서 별도로 훈련은 받지 않은 면접관이 고만고만한 대답만 하는 지원자들을 상대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학교, 인턴경험, 토익점수 등등 서류적인 부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 뽑히고 나면 나머지 '평범한'이력을 가진 사람들간의 차별화 없는 싸움이 시작된다. 다만 다들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가 달라보여도 눈에 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지만) 기회.
(위 1-4 에 대한 더 구체적 생각을 더 자세히 풀자면 각각 한 참은 써야 할 분량인데다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위에 1번 (면접관의 역량)은 지원자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2번, 3번에서 해결을 해야하고, 경험에 의하면 크게 개선이 가능하다. 현재는 본인 노력의 미비 (알면서 안 하건, 몰라서 못 하건) + 잘못 가르침을 받고 있는 탓이 둘 다 있다.
그 기초로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부족하게 한다고 느낀 것들 몇 가지:
1. 지원한 회사의, 그리고 해당 부서를 다니고 있는 선배/지인들을 찾고 물어보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대부분은 전혀 하지 않거나 한 두명 만나고 끝이다.
고등학교때 학부 전공 정할 때, 학교 먼저 정하고 점수 맞춰 과 고른 사람 많을텐데, 그 과를 선택할 때 거길 다니고 있거나 다녀본 사람 만나보았던가? 대학 브로셔에 나온 설명, 선생님의 점수에 맞춘 추천, 과의 이름이 주는 막연한 기대(경영학과 가서 경영인이 되야지), 취업 잘될 것 같은 과 중에 가장 붙을 확률이 높은 과를 고르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가보니 전공에 만족했는지? 기대했던 것과 같던지? 그런데 똑같은 실수를, 어쩌면 일생이 걸린 첫 직장 구할때도 똑같이 반복하려고 한다.
A. 해당 회사를 다니는 선배들이 '붙는 법'을 알려주길 기대하진 말자. 하지만 그 회사에 대한 맞춤 대답을 준비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내가 앞으로 하게 될지 모르는 일에 대해 이 정도 현실 파악은 기본이고, 이 현실 파악 없이 좋은 면접/자소서는 어렵다. 그 회사 사람이 없으면 하다못해 같은 업계의 사람이라도 만나봐야 한다. '제가 이런 대답을 할건데, 이게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말이 되는 소린가요?'-->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는 그 회사에 지인이 없어요'. 본인이 아는 사람 내에서만 찾으려면 있는게 더 이상하다. 졸업생 동문록이라도 뒤져서 콜드콜을 해 본 적은 있는지. 소위 좋은 학교, 역사가 오래된 학교일 수록 장점은 선배들이 사회 곳곳에 나가 있다는 것인데, 기특한 후배가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며 선배를 간곡히 찾는데 이를 거절하는 선배는 아직은 못 보았다. 많이 찾아서, 귀찮게 하셔라. 풋풋한 후배를 도와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배의 보람은 충분하다.
B. 미국의 경우(자꾸 미국 이야길 하는게 이 방면 배울 건 분명히 있다 보니) 리쿠르팅 준비를 위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소위 현직 employee들과의 networking인데, 이는 정보 습득과 더불어 좋은 인상으로 눈도장 찍기도 포함되어 있다. MBA에서도 리쿠르팅 시즌이 되면 거의 매 점심시간, 모 졸업 선배의 '내가 P&G에서 하고 있는 일' 류의 조촐한 설명회들을 연다. 지극히 현실적 질문들을 쏟아내고, 마치길 기다려 따로 붙잡고 질문하고, 명함을 받아서 다음에 연락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실제로 몹시 귀찮게 연락하고 회사가 있는 곳(도시)으로 찾아간다. 또한 회사 설명회를 하러 온 리쿠르팅 담당자를 그냥 두지 않는다. 모 회사에 가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그 내부의 사람을 (혹은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을) 어떻게든 소개 받을 수 있나 찾아보기인데, 내부 사정을 알고 모르고가 내가 좋은 답을 하는데에 critical 하기 때문이다. 내부 사정이라는게 재무재표나 신사업 계획 이런게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어떤 사람을 찾고, 실제 업무는 어떠한가를 이해하고 (환상을 깨는 것 포함), 나는 여기에 어떻게 잘/안 맞는가 (fit)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해답을 얻기 위한 방도이다.
여기서 왜 내부 현실을 알아야 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지극히 일반적인 실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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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 경영대학원은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이 있다. 당연히 단골 지원사유가 된다. 마케팅을 학문으로 승화시켜 켈로그를 빛나게 한 그 시작에는 필립 코틀러라는 전설적인 교수가 있다. 지원자들에게 '왜 켈로그에 입학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을때:
'필립코틀러 교수를 존경합니다. 그 분의 수업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 그 분은 이제 더 이상 수업을 가르치시지 않습니다. 그럼 저희 학교에 입학할 이유가 없어지신 건가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이 분을 꼬시기 위해 수없이 구애를 했다는 유명한 '협상' 교수가 있다.
'메드백 교수의 negotiations 수업도 그렇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 수업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 그 수업 수강등록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수강신청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데 그 경우 저희 학교 입학할 이유가 또 하나 없어지신건가요'
'수석졸업을 해서 국위선양을 하는게 목표입니다' --> 공부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성공적인 MBA는 성적순이 아니라 수많은 것들이 좌우합니다. 게다가 수석졸업생의 얼굴은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에게 어떻게 국위선양을 하겠다는 말씀이신지.
회사 면접때:
'xx회사가 요즘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 신사업에 꼭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 거기는 신입은 안보내요 (그리고 사실 그 사업은 곧 접을 예정인데....)
'5년내 주재원을 나가는게 목표입니다!' --> 패기는 좋지만 사규상 과장 이상의 기혼자만 나갈 수 있습니다.(실제로 미혼자라서 안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지원자는 들어와도 실망할테니 뽑지 말아야 할까?)
Fact와 현실 확인은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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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렵게 해당 회사 다니는 선배를 만나도 잘못된 질문을 하거나, 너무 지름길 답안만 찾는다.
A. 이제 입사한지 몇 년 안된 선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붙느냐' '면접은 어떻게 봐야 잘 보냐' '자소서에 뭘 써야 하냐'라는 류의 질문을 묻는 것은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질문이다. 그들은 당당히 문을 통과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도 자기가 왜 붙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네가 합격한 이유'를 정확히 알려주는 회사는 잘 없다. 따라서 이런 질문 하려면 최소한 그 회사에서 사람을 뽑아보고 당락을 결정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따라서 바로 위의 선배들에게 해야할 부탁은 오히려 해당 회사 내에 '뽑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지, (만나게 해주기 어렵다면 질문을 물어봐 줄 수 있는지), 그들의 첫 몇 년의 회사 생활에 비추어 나의 생각/대답/기대의 fact 및 reality check를 부탁하고, 꼭 말하면 좋은 것과 절대 하지 말 것 등에 대한 조언 정도를 구하는 것이 적당하다. 종종 이제 막 합격해서 아직 입사도 하지 않은 사람을 초청해서 합격의 비결을 묻는 경우도 봤는데, 잘못된 방법이고, 그 선배도 자기가 확실치 않은 부분을 넘겨 짚어 설명하면 혼선만 일 뿐이므로 그러지 말길 바란다.
3. 일 해본 경험, 혹은 이를 대신 할만한 경험을 스스로 찾는 적극성이 부족하다.
A. 인턴 경험의 부익부 빈익빈이 매우 심하다. 소수의 학교, 소수의 학과를 빼면 아예 인턴 모집 대상에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하소연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번듯한 이름의 회사가 아니라면 그냥 알바나 하자는 생각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대기업이 우리 학교를 찾아주지 않으면 우리에겐 기회 없다라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서울/연/고대생의 레쥬메에도 알바 이력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차피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서 인턴을 할 수 없다면, 회사 이름이 아니라 경험과 배우고 깨달은 점이 중요한 것. 경험와 배움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굴렀다면, 얼마든지 이를 잘 정리해서 나의 경쟁력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니 자기의 장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수'와 '근거'를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서류에 한 줄 추가하는 것보다 그 배경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 내가 공들여 만든 강점과 그걸 뒷받침해 줄 근거.
B. 인턴 경험으로 번듯한 직장이 써 있으면, 스크리닝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긴 하다. 다만 그 회사 인턴하면서 뭔가 대단한걸 배웠길 기대하는게 아니라, 그 업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고, 환상도 적을 것이고, 그 회사의 인턴 선발 과정을 통과했으니 기본적인 확인은 한 번 된 것 아니겠냐라는 신뢰 정도이다. 무능한 면접관이라면 나중에 설사 신입이 일을 잘 못해도 왜 뽑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편해서 일 수도 있겠다.
C. 하지만 그런 번듯한 인턴 경험 자리가 어디 흔한가. 따라서 차선책으로는 대단한 회사가 아니라도, 심지어는직장을 다닌 일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부족한 점을 찾기 위해, 또는 개선하기 위해, 또는 새로운 장점을 키우기 위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엇이라도 했다면 도움이 된다. '학점이 낮아도 취업이 될까요?' --> 질문하는 심정은 이해하는데, 참 생각 없는 질문이다. 다른 게 타인들과 다 비슷한데 학점만 더 낮으면 당연히 밀리는거 아닌가. 학점이 낮다면 그 대신 다른 뭐가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다. 나를 성장시키고 깨달음을 주는 일이 꼭 외국계회사에서 인턴을 하거나 북극탐험을 하거나 세계일주를 하거나 세계기구에서 자원봉사를 해 봐야 하는 게 아니다. 왜 했고, 어떤 남다른 노력을 했고, 무엇을 느꼈나, 나는 그걸로 인해 어떻게 달라졌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있다. (표현 방법에 대한 것은 매우 길어질 내용이라 다음 기회에...)
4. 위를 잘 정리해서 자소서나 면접을 위해 엑기스를 잘 준비해야하는데, 만약에 이미 취준이 코앞이라 이런 저런 경험을 추가로 할 틈이 더 이상 없다라고 한다면, 일단은 어쩔 수 없이 자소서와 면접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자소서와 면접을 어떻게 쓰고 봐야 하는지는 별도로 정리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는데, 일단 가장 큰 실수는 자소서와 면접 조차도 '너무 임박해서 준비한다'.
A. 내가 본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회사 모집 공고 뜨면 자소서를 데드라인 1-2주 전부터 쓰기 시작하고, 면접 준비는 자소서 쓰고 선배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비슷한 수준의 자소서와 면접준비가 나올 거고 이래선 나와 비슷해 보이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말 차별화가 어렵다. 그리고 그 자소서를 요리조리 바꿔서 다음 회사 또 그 다음 회사에 쓰니 그 퀄리티가 일관되게 낮은 것도 당연하다.
B. 이는 잘 쓴 자소서와 면접의 준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된다. 설사 누군가 아무리 자소서를 대신 잘 써 주거나 면접을 위한 신의 Tip 한 수를 전수해 줘 봐야, 본인 것이 아닌 이상 면접에 가면 대답의 깊이는 딱 본인 수준일것이므로 큰 차이는 없을 걸로 보인다.
C. 비교를 위해, 이미 한 번 첫 취업에 성공들을 하신 후 MBA 합격 관문을 통과 후 다시 취업 준비를 하시는 MBA 학생들의 리쿠르팅을 예를 들어보자.
(1)
MBA를 가려면 GMAT 시험도 보고 추천서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에세이가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질문들은 학교별로 조금 다르나 절반 정도는 대동소이하다. Why MBA? Why our school? What’s your long term goal & how can our school help you achieve it? 등등. 이 에세이 질문 5-7개를놓고 (적어도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2-3달씩 쓰고, 6개월 이상씩 쓰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를 다니면서 짬짬히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에세이스터디를 조직해서 서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이미 MBA를 가 있는 사람, 졸업한 사람을 동원하고, 심지어 꽤 많은 지원자들이 MBA 에세이 전문 학원에 돈 주고 피드백도 받는다. (역시 한국은 이런 편법의 선진국인지라, 거의 대필 수준의 에세이도 있다.) 나는 쓰기는 1달 반 동안 썼고, 소재를 생각하는 데에는 그 앞에 2달 정도 걸렸다. 그래도 지금 읽어보면 조악하다.
(2)
MBA에 가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원하는) 좋은 직장 잡기다. 따라서 입학 첫 학기부터, 이듬해 여름 인턴십을 위한 레쥬메 수정이 들어가는데, MBA 지원할 때 쓴 레쥬메는 선배들과 학교에 의해 형체도 없이 탈탈 털리고 새롭게 탈바꿈 되기 일쑤다. 보통 A4 한 장짜리 레쥬메를 수정하는데 한 달 정도 쓴다. 당시 내 레쥬메는 수정 버전 37까지 있는데 한 달 동안 37번의 공사를 한 셈이다. 레쥬메 한 장을 완전히 뒤엎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그리고 회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그걸 함축해서 어떻게든 레쥬메의 bullet point에 넣고자 한다.
(3)
MBA들도 구직 면접을 보기 전에, '특정 회사/산업을 위해' 한 달 이상 계속 면접 준비를 한다. 수십 번의 모의면접을 보고, 선배를 더 찾아내서 또 물어보고, 가고 싶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든 소개 받고, 하나라도 정보를 더 캐내려고 혈안이 되고 만나서 열심히 자기 PR을 한다. 그 회사에 내가 정말 관심 많고,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4)
개인적으로는 면접에 앞서, 예상 가능한 질문들은 답을 모두 스크립트로 적어두고 대사를 외우듯 외웠다. 유의한 것은 조금만 질문이 바뀌어도 막히는 단순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하고자 하는 답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 내가 특별한게 아니라 대부분 이 정도는 한다.
하물며 이제 대학교 졸업하고 첫 직장을 가려는 분들이, 고작 2-3주만에 한 회사의 자소서와 면접을 완성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뭔가 취준에 대해, 특히 뽑는 사람이 처한 상황을 대단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난만 탓하기에는 본인도 개선점이 많다는게 이 이유다.
나도 '지원서를 100군데 넣었는데 다 떨어졌다' 라는 뉴스기사는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지원서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 회사에 지원했던 수많은 똑같은 지원서들을 보면서 저런 퀄리티로 100군데 넣어도 다 떨어지는게 당연하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대학생으로서의 한계도 이해하고 몰라서 못한 부분도 많을 거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방향을 다시 잡는다면 많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이 사람을 뽑는 방식을 바꾸고 교육제도가 바뀌면 더 효과적이긴하겠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하니.
C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