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없는 약속을 지르게 하는 문화는 회사를 망친다.
“Underpromise, Overdeliver”.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되 항상 그보다 더 해내고자 노력하는 습관을 말한다. 단 약속 자체를 너무 소극적으로 하면 의미가 없다. 진정한 프로들은 이 underpromise의 상한선을 높이기 위해 늘 노력한다.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Overpromise, Underdeliver" – 즉 과하게 약속하고 그보다 못한 결과를 deliver하는 현상이 흔하다. 사회 곳곳에 있지만 회사에 국한시켜보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과장 광고. 그게 회사의 브랜드 광고이건 상품 광고이건,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내부자들이 보았을 때도 그 메세지가 떳떳해야 "사실"에 입각한 광고인데, 정치 구호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 이에 길들여지면 받는 쪽에서 당연히 믿지 않는다. 광고/홍보는 그래서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회사 내부에도 많이 존재하며,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도 뿌리 깊게 들어와 있다. Overpromise, Underdeliver가 대세인 회사나 문화를 보면 여러 상황적 이유 중에서도 목표를 야심차게 질러야 당장이 덜 painful 한 경우고 그게 용인되는 경우다. 투자를 받기 위해,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락 받기 위해, 연초 목표공유 미팅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그냥 상사에게 이 순간 잘 보이기 위해 등등.
이런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던 모 기업의 경우, 매년 경영계획을 세울 때 각 사업부의 매출 목표치가 얼토당토 않게 취합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종이 한 장짜리 back-up을 가진 신사업 계획에서 추정된 매출, 적당히 작년에서 20% 높인 매출 계획, 다른 사업부만큼은 되어야 해서 따라서 한 성장계획, 뭘 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중국과 인도는 넣고 보는 계획 등등.
이렇게 작성된 목표가 승인이 나면 연말에는 당연히 이를 달성 못한 곳이 태반이다. 하지만 실적 달성을 못한, 내 책임이 아닌 이유는 만 가지도 더갖다 댈 수가 있다. 시장이 예상보다 안 좋아서, 경쟁이 심해서, 중국이 저가 공세 해서, 사람이 부족해서, 등등. 그리고 사장님께 한 번 “깨지면” 된다. 이 관성이 붙으면, 전사에 “일단 지르고 나중에 한 번 혼나자” 습관이 생긴다. 여러 해를 반복하면 “문화”가 되서 고치기 어렵다.
이는 실적 달성이 미흡할 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챌린지가 없어서 더 하다. 더 근본으로 내려가면, “근거 있는 지르기와, 그에 대한 근거 있는 책임”보다, "실패 했을 때 무섭게 혼내기만 하고" 문화이고, "혼내는 것으로 끝"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적인 내용 없이 분위기만 싸한 임원 미팅이 허다하다. 혼내는 사람이 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도 있다. 이러면 아랫사람들이 overpromise하기 쉬워진다.
소비자가 광고나 기사를 믿지 못하게 되듯이, overpromise로 점철된 회사는 겉보기에 있어 보일지 몰라도 사상누각이자 거품으로 꺼질 가능성이 많다는 이 지극히 상식적 논리하에 자성/자각을 하면 좋겠다.
프로다운 Underpromise, Overdeliver는 신중하게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를 넘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하는 동기가 되며, 달성을 못했을 때그 진짜 이유를 더 파악할 니즈를 부여하고, 이 과정의 반복은 설사 목표 달성을 못하더라도 신뢰를 쌓게 해 준다.
C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