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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 Chung Sep 02. 2017

취업포털의 익명 회사 후기들

보는 사람 입장, 회사의 입장.

취업포털 중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후기를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는 곳들이 있는데, 많은 취준생들이 중요하게 본다는 군요. 주로 부정적 후기가 많은데 우리 회사에 대한 부정적 후기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하던 와중에, 저도 한 때는 몇 개 회사의 직원 입장이었고 이후 3년 정도 대표가 되어본 입장, 타 회사들의 유사한 상황들을 들어본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을 써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곳에 올라오는 후기는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믿기도 안 믿기도 뭐한 불완전한 정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가 관심있는 회사에 대한 후기라면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내부 정보 탐색을 반드시 더 해 보시길 권합니다. 취업포털들이 취준생들을 돕고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믿고 싶지만, 자칫 잘못 사용될 여지가 큰 편파적 언론이 될 우려가 있다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특정 대상 - 개인이건 회사건 - 에 대한 공개적 비난은, 만약 대상이 인정하지 않고 팩트와 다르다고 자신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공개 비난 하려면 여차하면 진실공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목적을 분명히, 신중하게 해야겠죠. 그런데 이런 후기들은 익명이고, 회사가 어떻게든 찾아내서 소송을 걸 정도의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면 이 신중함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반박을 대비할 필요가 없는 주장은 매우 자기 이익 중심적으로 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읽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그 후기 바로 아래에 그 사람이 회사 다닐적 공식 직원평가표를 공개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평가표는 또 얼마나 신뢰가 가며, 그에 따라 후기 쓴 사람의 신뢰도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특히 '퇴직자가 익명으로 쓴 부정적인 글'이 주로 논란의 대상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항의하고 소송을 거는 회사도 봤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게 되는 배경은 짐작하다시피 다양하고 복합적일 수 있는데 철저히 개인 입장에서의 비난을 회사는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는 부당한 회사를 고발하고 추가 희생자를 막고자 한 행위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면 앞뒤 정황 팩트 체크, 반대편 입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임, 횡령, 폭행, 성추행 등 명백하게 불법행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문화, 내부의 특정인(주로 시니어)에 대한 비난과 같은 관능검사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의견을 올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할 수도 없는게 맞습니다. 결국 보는 사람이 알아서 잘 판단해야 하기에, 이런 후기를 접하는 사람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에서 써 봅니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후기들을 참고하시는 분의 입장이시라면: 액면 그대로 진리로 받아들이기 보다 본인 스스로 '판단'이라는 것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는 '나'가 아니므로 그의 기준에 의한 결론을 곧이 곧대로 접수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특히 그 내용이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데 있어 critical한 내용이라면요.


1. 내가 '믿겠다'가 아니라 '판단을 해 보겠다'라고 접근을 하면, 후기만으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이 나는 것이 논리상 자연스럽습니다. 회사가 정말 이상하고 부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내용에 대해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올리면 더 의심스럽고 사실일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요. 그런 느낌이 들면 내부에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 > 다니다 나온 사람 > 동종업계의 사람 순으로 찾아 보십시오. 둘 이상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합니다. 꼭 이것때문이 아니더라도 가고 싶은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 내부 사람 - 특히 내가 지원하는 부서/직종의 사람들에게서 필수 팩트 체크는 해 보아야 면접의 질이 올라가므로, 소위 학연지연혈연은 부당이득 취할 때 말고 이럴 때 총동원하여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2. 면접 때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십시오. Why not? 저는 지원자 면접시에 "만약 offer를 받으셨다고 가정했을때에, 이 회사를 정말 가도 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질문 하십시오"라고 여쭤보는데요, 저는 면접이란 자고로 지원자가 회사를 테스트해 봐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생각합니다. 이 사안에 대해 얼버무리는지, 성실한 답변을 하는지, 그 답변이 말이 되는지, 기분 나빠하는지에 따라 회사에 대한 평가를 본인도 하실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일단 모든 내용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악의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면 회사의 의도나 진심이야 어쨌건간에,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면 느낀거니까요.


시니어의 피드백을 시종일관 '잘난 척 한다'라고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본인의 부주의에도 원인이 있는 사고를 엉망인 회사 시스템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부족한 논리로 설득을 못한 것을 '경영진이 직원 의견을 안 듣고 마음대로 한다'라고도 하고, 결론을 내기 위해 응당 주고 받아야 할 챌린지나 논리의 요구가 'Bar가 쓸데없이 높거나, 상사의 답정너다'로 보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연봉은 쥐꼬리인데 일은 많다'라고 표현 가능합니다. 분명 본인이 입사할 때 연봉에 동의하고, 스타트업이기에 열심히 키워서 미래에 벌면 나눠가지면 된다라고 하고 들어왔지만 막상 닥쳐보니 불만일 수 있습니다. 겨우 이틀 다니고 퇴사하면서 마치 회사를 다 이해한 것처럼, 전체 직원을 대변하듯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위의 내용도 '대표 혹은 회사의 입장'일 뿐이지 진리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미 나간 사람 신경쓰기 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본 '좋은 회사'가 되길 원하는 곳들 - 그래서 성공한 곳들은 경영진 포함 임직원의 평가 체계와 기준을 회사의 비전과 취지에 맞게 만들고, 최대한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는데요, 엄정하고 공정한 review 는 회사의 당초 비전을 지키면서 성장하고 유지하기 위해 집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 방안 중 하나이라서 MUST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더불어 회사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제안을 받고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공식적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얼마나 올바른 취지와 목적이 부여되고, 이에 부합하게 운영되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직원들과 공유되고 인정이 되는 것이, 추후 내가 퇴사한 사유가 불만일지언정, 최선을 다한 회사에 대한 긍정적 공감대를 가지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고과 돌려먹기', '정치에 따른 밀어주고 땡겨주기' 등의 옳지 못한 사례들이 빈번했었고 우리나라의 기형적 취업구조로 인해 이런 것 신경 안쓰고도 성장한 회사들도 많습니다. 좁은 시장에서 회사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게 아니라 인재들이 회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지배적인 환경이라 그렇다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인재를 놓고 경쟁해야하고 거기서 성공하는 세계의 회사들은 대부분 직원평가의 효용성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그게 맞다고 여깁니다.


저희 회사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고자 6개월에 한 번씩 360도 평가를 해서 review를 문서로 쓴 후, 1:1로 결과를 전달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당사자의 질문과 의견을 받습니다. 그 외 Upward feedback도 받고, 불만이나 의견은 그 때 그 때 제발 당당히 이야기하라는 문화도 권장합니다. 그래도 할 말을 다 못하는 경우가 보여 설문도 받고 멘토멘티 제도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성에 대해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어느 수준 되면 그만 해도 되는게 아니라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 겪을 것 같습니다.




이 취업포털들의 서비스가 가져오는 몇 가지 부작용의 사례도 보았습니다.


1. 이렇게 되면 회사들도 '관리'라는 걸 해야할 충동이 듭니다. 진짜 억울해서 그럴 수도 있고, 대기업이 이미지 관리를 위해 언론관리하듯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젠  '좋은 댓글'도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나쁜 글도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고, 좋은 댓글도 믿기 어렵다면 그 사이트는 정보로의 이용가치가 떨어집니다.


2. 경영진들이나 HR담당자들을 만나보면 '특정 부서나 직종에서 퇴사했을 경우' 부정적 후기가 유독 많다라는 판단에, 아무리 이유를 찾고 방법을 바꿔봐도 해결이 안되어 견디다 못해 통째로 해당 업무를 아웃소싱으로 돌린 경우도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특정 직종/업계 전체에 대한 선입견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관리해야할 직원 수는 적을 수록 좋고, 유능한 직원들 입장에서도 그게 일하기 편하기 때문에 '줄이고 싶은' 인센티브는 매우 높습니다.


3. 구직자들이 멀쩡한 회사에 붙었는데, 부정 리뷰 보고 입사를 안했다가 나중에 후회했다는 사례도 봤습니다. 반대 케이스도 있겠죠.



저희도 3년 정도 사이에 꽤 많은 분들이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면접 볼때 '이 회사의 이직률는 높은가요?'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솔직하게 '낮지는 않습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직률을 숫자로만 봐서는 시사점을 뽑기 어려운 이유는 몇 명이 퇴사를 했느냐보다 왜 나갔느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인데, exit interview를 해 보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개인 사정의 퇴사 사유도 많았고, 직원 입장에서 부당하다 여길 수 있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 딴엔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비교적 당당해도 된다 생각해서인가봅니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의 경우 우리와 맞는 fit이라는 것도 아직 정립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직원에게 보장해 줄 수있는 것도 많지 않은 환경이다보니, 지원자 입장에선 막상 들어오니 생각과 달라서 쿨하게 이별을 선언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서로 맞춰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저는 이런 분들을 결코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저도 퇴사한 곳들이지만 맥킨지/베인의 이직률은 무척이나 높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여전히 좋은 회사고, 거길 나온 사람들이 회사를 욕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저는 이것의 큰 이유 중 하나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문화에 부합하는 선에서 직원 review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이고 직원들이 그걸 인정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C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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