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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 Chung Feb 10. 2017

사업성과 BEP (손익분기점)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반드시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두 가지

나에게 첫 창업인 이 회사를 만들때, 최소 십 수년 이상을 갈 수 있는 ‘좋은 회사’는 무엇이 필요할까가 처음부터 가장 중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게 아이템보다도 더 먼저 근본적인 사업의 이유였으니까.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들의 요소들을 일찍부터(시각에 따라서는 불필요하게 일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시점부터)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는 사업 초기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 중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물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를  있고 창업자의 생각이 다를  있으니 하나의 사례로서 참고하시면 좋겠다.




1. 유지가능한 수익모델(흔히 수익모델 하면 매출만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여기선 손익의 의미를 포함)을 실현할 방법과 시점을 처음부터, 아주 처음부터 고민했다.


시장성이 있는 것과, 사업성이 있다는 것은 매우 다른 이야기인데 이를 정말 많이 간과한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객의 unmet needs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아무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다들 정말 좋아하며 사용할텐데’ 이다. 그런데 좋아할 고객이 많을 것 같다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수 있는 것은 정말정말정말 다른 이야기이다. 극단적 예를 들자면 ‘스타벅스 정도 품질과 서비스의 커피를 100원에 팔면 진짜 많이들 사먹을텐데’와 같은 논리적 허점에 빠진다. 커피 품질 논쟁은 뒤로 하고라도, 커피가 잔당 100원이면 하루 1천 잔을 팔아도 매출이 10만원이고, 아르바이트의 하루 시급과 일회용 컵 비용만 빼도 마이너스다. 더 쉽게 간과하는 것은 아르바이트 1명으로 하루 적정 근무시간을 지키며 1천 잔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이고 이것도 1천 잔이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커피를 100원에 팔리는 없겠지. 맞다. 그런데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컨셉을 주장하는 High Level 사업 계획이 생각보다 많다.


사업성이 있다 함은 일정 규모 이상 커졌을 때 sustainable (유지 가능한) 한 수익모델(사업모델이 아니다)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제한적이고 시간이 걸린다.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기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갑을 열게 했다 쳐도,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이걸 적정 비용으로 커버할 수 있는 시점이 알맞게 오느냐는 또 또 다른 이야기다. 이 너무 당연한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중도 하차하는 사업이 많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들. 해당 자리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의 최대치 vs. 실현 가능한 비용 구조를 생각하면 내년에도 거기 있을 지 의심되는 점포들이 많다. 저 자리에 있으려면 김밥을 하루도 안빼놓고 5백줄은 팔아야 될 것같은 김밥집, 주스를 하루 300병씩은 팔아야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주스바 등.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아주 보수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점장님들 상당수가 경영이 처음이시거나 이런 현실과 이론의 격차를 예측하는 것에 익숙치 않으신 분들이 많은 반면, 점포를 차리는 과정은(특히 프렌차이즈의 경우) 이와 무관하게 너무 쉬운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용을 쉽게 계산한 후 이걸 매출에 대한 낙관으로 메꾼다. '바로 옆에 1천세대의 아파트단지가 있으니 그 중 5%만 찾아와도 하루 xx명..' '주말에 가로수길 유동인구가 몇 천명이니 그 중 1%만 와도..' '강남에 부유층이 대략 몇 천명이니 그 중 5%만 주문해도..' 식의 낙관적 계산은 금물이다. 시장 penetration이라는게 그렇게 산술적으로 풀리지 않더라. 꽤 많은 O2O서비스들도 유사하게 수요 계산을 하고 뛰어 들었다가 고전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구체적인 매출 전망을 했으면 그걸 해내기 위한 비용을 계산하는데, 여기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은 '비용효율적인 매출의 성장' 가능성 또는 '성장에 따른 비용의 비율적 증가'에 대한 예측의 부족이다. 둘 중 하나라도 앵글을 잡아 깊이 들어가면 좋다. 전자는 예컨데 직접 배송을 해야 하는 사업모델인데 한 지점에 배송수요가 일정량 몰려 있지 않으면 효율이 나지 않는 경우고, 후자는 예컨데 아무리 사업범위가 넓어져도 비용이 정비례하게 또는 그 보다 빨리 증가하기에 답이 안나오는 사업모델들이다. 이 projection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해 보길 권한다. 즉 내 사업의 매출구조와 비용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최대한 구체적이고 보수적으로, 그리고 전망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


그래서 우리는 오픈 전부터 지금까지 매출과 비용에 대한 전망을 만들고 지금도 고치고 있다.

미래의 매출이 어디서 나올 것이며, 주요 비용 항목별로 매출의 몇 %선에서 막는 것이 필요한지, 언제 적자를 봐도 되고 언제는 반드시 수익이 나야 하는지, 실제로 그것이 가능한지를 오픈 전부터 만들고 계속 시뮬레이션을 수정한다. 매출 측면에서 꽤 괜찮은 그림이 나와도 예상 수익이 못 미치면, 필요한(=생존가능한) 그림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척박한 마진은 회사의 모든 운영 요소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비용은 거의 늘 예측보다 더 들기 때문이다. 성장만큼이나 비용절감(=생산성)은 중요하고, 나중에 할수록 고통이 크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일단 매출규모부터 올려놓고, 회원 수부터 늘려 놓고 그 다음에 수익구조를 생각해 보자는 것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명확한 계획이 있지 않은 이상 위험하다고 보았다. 이유는 미래에 어떤 수익구조를 그리느냐에 따라서, 지금부터도 준비해야할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를 감안하여 지난 2.5년여간 내린 결정들 중에는 아직도 자체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는 것, 재고를 1도 남기지 않는 것, 믿을 수 있는 3rd party 배송업체를 확보하는 것, B2C와 B2B의 적정한 비율, 마케팅비용 vs. 설비투자의 우선순위 외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과제로 파생되어 다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상품 라인업 구성 방식, 가격 정책, 이에 걸맞는 고객가치와 서비스 방식, 포장과 배송 방식, 생산 operation방식, 필요 인원과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급여와 그에 따라 뽑을 수 있는 인재 풀, 팀이 가져야할 마인드, 효과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HR 정책 등 모든 부분이다.



2. BEP(Break Even Point, 손익분기점)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늘 시나리오 1번이다. 성장전략도 여기서 파생되며, 시나리오 종류에 따라 BEP 시점은 미룰수는 있다. 우리의 경우 1) 일단 우리 아이템이 투자자가 당장은 핫하게 볼 아이템이 아닐 수 있으니 자생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늘 마음에 있어야 했고, 2) 계획적으로 뒤로 미루는 것은 괜찮지만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거면 진퇴양난에 처할 것 같았기 때문에, 3) 내 뜻대로 내실을 다지며 가고 싶었던 것이 창업의 큰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에.


BEP가 언제일지, 또는 달성의 전제조건에 대해 모르면, 투자금에 필요 이상으로 절박해질거다. 그리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개는 외형 성장) 또 빌려야 한다.

BEP는 빠를 수도 있고 늦게 달성할 수도 있고 때론 계획적인 적자도 필요하다. 중요하게 본 건 '계획적'이냐 인데, 예컨데 BEP 시점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면 처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투자 유치에 과하게 목이 마르게 되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때는 BEP까지 버틸수 있는 자금 혹은 중간 자금조달 계획을 확보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계획보다 BEP가 계속 늦어지면 성장이 아닌 운영비용을 대기 위해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 투자금 유치는 스타트업의 일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제 달성할지 모르는 수익을 위해 ‘운영비용’을 구하러 다니는 것과 ‘성장을 위한 투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것은 크게 다르다. 전자는 구해지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는 막다른 골목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은 투자조건이라도, 일단 이거라도 받고 보자 심정으로 결정하기 쉽다. 협상 시 가지고 있어야 할 중요한 무기인 BATNA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선의 대안: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가 없어지기 때문에 다급하다. 일단 투자를 받기 위해 외형 지표를 무리해서라도 극대화 시켜놓고, 그리고 그렇게 받은 돈은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또 다시 성장지표에 집중시켜야 한다. 내실을 다질 여유가 없다. 반면 먹고 살 것을 확보한 후의 ‘성장을 위한 투자금’은, 조금 더 여유있게 결정할 수 있고, 무리해서 먼 미래에 필요할지 안할 지 모르는 돈까지 당겨 받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회사의 Valuation이 기대치와 맞지 않을 때도 급하지 않아도 되고, 내실을 위해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긴데, 실제로 해 보면 어려우므로 억지로라도 노력해야 한다.


반면 수익모델이 아예 없이 시작하는 사업도 있다. 이건 철저히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 내지 믿음이라고 보여진다. (요행을 바라고 하는 사업도 있을까..?) 그런데 심지어 이런 모델도 나름의 BEP 계획이(중도 수정을 거치더라도) 마일스톤마다 확실히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개 Venture Capital은 '가능성'을 보고 열 개 투자해서 하나만 대박이 나도 되지만 창업자에겐 이 회사 하나밖에 없으므로 양자의 Risk profile이 다르다. 따라서 VC가 선호할 지표를 달성하는 것 이상으로 내실의 계획은 반드시 별도로 필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사업이 유지가 되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


어쨌건 우리는 사업성과 BEP 계획을 사업의 가장 초기부터 계획을 짜고 수정하고 양방향(매출과 비용)으로 쪼은 덕분에 1년 반 됬을 즈음에 BEP를 달성하고 일단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후에는 자의건 타의건 BEP에서 벗어날때가 당연히 있었다. 이럴 땐 계획을 수정한다. 계획대로 척척 되었다는 건 결코 아닌데, 위기 상황에서도 개선해야 할 생존지표는 늘 명확한 편이었고, 최소의 돈이 얼마가 필요한지도 명확했던 것은 불안감을 덜어주고 해야할 일을 확실하게 정해주었다. 특히 우리는 게임회사와 같이 어느 순간 한 방에 극단적으로 큰 돈을 회수하는 모델이 아니고, 누구나 처음부터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아닐 수 있고, 아이템으로 대박치자는 야심 이상의 좀 더 깊은 내면의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사업이었고, 처음부터 상품을 직접 제조하여 판매해 가면서 서서히 매출을 올려야 했고, 매출 상승과 비용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제조업과 E-commerce의 결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번 돈과 빌린 돈의 사용 구분을 명확하게 한다.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이를 홍보하고 축하를 받는데, 여러 의미에서 축하 받을 일이기는 하나, 이는 자금 부족에서는 잠시 한숨 돌리겠구나와, 누군가 사업성을 인정해 준 투자처가 있으니 좀 더 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의미이지 이게 “성공했구나” 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특히 창업자는)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특히 언제 모를 BEP를 달성하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투자를 받았다면, 똥줄이 타는 것은 매 한 가지다. 투자금으로 더 큰 사무실과 좋은 인테리어를 갖추고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를 올렸다면, 이것은 수고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이를 통해 BEP 달성이 한층 가까워 질 수 있다는 목적/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초기자본과 씨드라운드 약간으로 BEP까지 버티고, BEP 이후 투자를 받은 것은 성장에만 사용하고 나머지 비용은 스스로 번 것 내에서 해결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금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 돈으로 복지를 개선하지 않는다는 기조이므로 투자금 여분이 있을지언정 번 것이 적다면 복지는 마음껏 늘리지 않는다. 반대로 스스로 번 것이 많으면 그 혜택은 당연히 모두가 누린다. 만약 복지 역시 성장을 위한 투자에 필수 판단될 경우는 예외다.


물론 위의 두 가지를 미리 면밀히 계획하지 않고도 성공한 케이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스물 두살에 창업을 했으면, 아이템의 성격이 단기에 J-curve를 노려 모 아니면 도를 판가름 하는 것이었다면, 계속 돈 대 줄테니 걱정말라는 투자처가 있었다면, 미국처럼 시장이 커서 흥행의 상한선이 무한했으면, 집에 돈이 많았으면 무작정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이 방식이 우리에게 맞았고, 사실 이유 불문하고 언젠가 이익을 내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는 거라면 당연히 치열하게 처음부터 고민해야 할 이슈라 생각한다. 대부분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치열하고 깊게.


C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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