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친구, 지인, 가족 등 누군가와 만날 때 항상 장소를 정하는 사람
그걸 매우 즐기고 잘 찾는 사람
좋은 장소 찾기에 너무나 진심이어서 네이버 지도 상위 1% 리뷰어를 유지 중인 사람
이 글은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OpenAI (chat GPT) 가 제시한 새로운 장소 검색 방식에 감탄하여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chat GPT의 개발사인 OpenAI는 '12 Days of OpenAI' 라는 연말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행사는 12일간 매일 openAI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라이브로 chat GPT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10일차 라이브가 진행되었는데, 이 글은 8일차 라이브(2024.12.17)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담아본다.
8일차 라이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GPT를 통해 내가 원하는 장소 찾기"이다. gpt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는 방법은 기존의 gpt 사용방법과 동일하다. 그냥 친구한테 물어보듯이, 내가 원하는 장소가 나올 때까지 물어보는 것이다. 라이브에서 소개된 시연 과정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 chat GPT 4o 버전을 사용 )
"성수동 태국 음식 맛집 알려줘"
-> 성수동에 있는 n개의 태국 맛집 리스트를 보여줌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면 좋겠어"
-> 성수동에 있는 태국 음식 맛집 중 야외 테이블이 있는 맛집 리스트를 보여줌
위 과정은 단순해 보이나 기존 장소 검색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gpt를 통한 장소 검색은 포괄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구체적 질문을 이어 나가며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다. 포괄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성수동 한식 맛집 중에 프라이빗 룸이 있는 곳 알려줘"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있다면 한 번에 찾을 수도 있다. 이는 기존 지도 서비스(네이버 지도, 카카오맵)에서는 불가능한 탐색 방식이며, 기존 구글, 네이버를 활용한 웹 서핑에서는 일일이 탐색하며 긴 시간을 써야 가능하다. 장소를 찾을 때 대화형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엄청난 혁신이다. 맛집, 카페, 놀러갈 곳을 찾을 때 "대화형 검색"이 얼마나 혁신적인가는 현재 우리가 어떻게 장소를 찾고 방문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역체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좋은 장소를 어떻게 알게 되고 방문하고 있나?
1.콘텐츠
장소를 직접 검색하지 않고 콘텐츠에 의해 장소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채널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이다.
요즘 시대는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인스타그램에 얼마나 노출되느냐가 성패를 결정할 정도로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이 크다. 추가로 유튜브나 틱톡에 롱폼이나 숏폼으로 소개되는 것이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좋은 장소(맛집, 카페, 핫플레이스, 관광지 등)를 알게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장소(맛집, 카페 등)를 광고해주는 콘텐츠 계정을 통해서 발견.
둘째, 탐색 또는 피드에 떠서 우연히 발견.
2.지도 서비스
네이버 지도 / 카카오맵 / 티맵
각종 지도 서비스에서는 <필터 기능>과 <추천 기능>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게 돕고 있다.
필터 기능은 상단의 카테고리별 필터로, 유저가 현 위치를 중심으로 음식점/카페/편의점/인기장소 등을 찾을 수 있다.
추천 기능은 사용자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중이 좋아하는 장소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네이버 지도는 하단 네비게이션 바의 '주변' 탭에서 장소를 추천해주고 있고, 카카오맵도 동일하게 '주변' 탭에서 장소를 추천해준다. 카카오맵은 추가적으로 식당과 카페의 랭킹을 매겨 멜론 음악 실시간 차트처럼, 맛집랭킹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3.웹 서핑
구글 검색 / 네이버 검색
구글, 네이버에서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을 때까지 웹 서핑을 하는 것이다. 블로그나 후기를 탐색.
기존 장소 검색 방법의 한계&문제점
지금 사람들이 맛집, 카페를 찾는 방식의 한계점은 한마디로 < 긴 탐색시간 + 개인화의 부재 > 라 할 수 있다.
1.핫플 소개 콘텐츠의 한계
인스타그램 / 유튜브 / 틱톡에서 핫플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을 쓰지 않고 간편하게 찾는 방법으로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공급자가 선별한 장소라는 점에서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핫플레이스 콘텐츠는 보편적으로 좋아할만한 장소를 소개해주기 때문에, 내가 회식장소나 소개팅이나 상견례 자리와 같은 특정 목적으로 장소를 찾고자 할 때는 크게 도움을 받기 어렵다. 또한 핫플 콘텐츠 특성상 유료광고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2.네이버 지도 / 카카오맵의 한계
: 검색 방식의 한계와 추천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
2-1 검색 방식의 한계
: 키워드 위주 검색, 디테일한 검색 불가능
"분위기 좋은 카페"라고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지만, "어두운 분위기 감성 카페"라고 검색하면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는다. "연말에 친구들이랑 모이기 좋은 모임 장소를 추천해줘" 이런 문장으로 검색하는 방식은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서 상상할 수 없다. 제한된 키워드 방식으로 검색할 수 있다. 가능한 키워드로 검색한 후에는, 식당들을 일일이 들어가서 사진을 보고 리뷰를 확인해야 해서 탐색 시간이 매우 길다.
2-2 추천 시스템의 한계
: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쓰면서 항상 놀라는 점은 "어떻게 이렇게 내 취향에 잘 맞는 콘텐츠를 띄워주는 거지?"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내가 콘텐츠를 보면 볼수록 더 정교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을 쓰면서 추천 장소들이 나에게 '개인화'되어 있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나의 검색이력, 내가 쓴 리뷰 이력을 통해 개인화되는 느낌을 받지 못해 항상 아쉬움이 크다. (시스템적으로는 추천되고 있겠지만 나는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의 추천 장소는 나의 취향을 맞춘 장소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보기에 지금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가 추구하는 방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이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보다는 리뷰 고도화, 장소 콘텐츠 큐레이션, 랭킹 시스템과 같이 <사람들이 좋은 장소를 찾는데 assist> 해주려는 노력이 더 돋보인다.
3.웹 서핑
: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최대의 단점은 "긴 탐색시간"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를 찾을 때까지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찾아야 한다.
이러한 기존의 장소 검색의 한계를 gpt는 "대화형 검색"으로 한 번에 해결한다. 연말에 친구들과 모일 장소를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성수동에서, 친구들과 가기 좋은, 어두운 분위기에, 프라이빗한 룸이 있는 식당을 찾으려고 한다면 기존 장소 검색 방식으로는 꽤 시간을 쏟아야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뒤지거나, 네이버 지도에서 성수동의 식당들을 일일이 들어가 사진과 리뷰를 보거나,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돌아다니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반면 chat GPT에서는 내가 원하는 식당의 조건을 한 번에 말해주면 그만이다.
gpt가 지도까지 보여주며 성수동의 식당 3곳을 추천해줬다. 추천해준 식당 3곳이 정말 내가 찾고자 하는 곳인지 네이버 지도에서 해당 식당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정말 내가 상상한 식당과 유사했다. 국내 지도 서비스 1위인 네이버 지도는 어쩌면 카카오맵, 티맵을 견제할 것이 아니라 chat GPT를 견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다른 대화형 검색 서비스의 장소 검색 성능을 알아보려고 한다. 퍼플렉시티, 클로드, 제미나이는 우리나라의 핫플을 잘 알고 있을까? 다음에 찾아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