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휴식은 휴식이 아니다

혼자 쉬고 싶다 ㅡ 니콜레 슈테른

by 박현주

혼자 쉬고 싶다


요즘 시기가 딱 이 말을 하고 싶은 시점이다. 사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다 보니 맘 속으로는 수시로 하는 말이지만 연말이 되니 더 그렇다. 작년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새해가 되고 한참 지나서 올해가 지났구나 하고 싶지 않아서 매주 정기적으로 하던 일들도 다 잠시 접어 두었다. 그래선지 이번 12월은 왠지 든든하다.

이 책은 휴식에 관한 글이다. 살면서 제대로 쉰다는 게 뭔지 고민해본 적이 있었나? 힘든 고비를 한 번이라도 넘겨본 사람은 쉼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종지부 같았던 시점들 — 수능이 끝났을 때와 석사 생활이 끝났을 때 같은 — 이 생각난다.

학교 다닐 땐 그래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것들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늘 수중엔 겨우 생활비 정도 있었는데 잘도 놀았다.

일하면서는 놀이처럼 느껴질 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완료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터는 놀이처럼 한다고 해놓고 사실은 놀이가 아닌 놀이 인척 하는 것들은 쭉 해왔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즐겁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실은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은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는데도 즐거운 건지 안 즐거운 건지 모르는 날들이 많았다. 가끔 드문드문 드는 즐거움이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은 걸 찾았던 결과라기에는 뭔가 많이 허전했다. 그게 뭘까 했는데 적어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 건 내가 예전만큼 진정한 휴식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쉬는 법도 잊어버린 게 언제부터였을까

휴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대목에서 묘하게 위안을 받았다.

최근 내가 쉰다고 했던 날들을 되짚어보면 겉으로 휴식하는 척하고 속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어떻게 하면 삶에 더 이로울지를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영감을 받으면 무언가 얻었다는 생각에 느껴지는 성취감이 주말을 잘 보내고 잘 휴식했다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누워 하루 종일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저자는 휴식이란 게 단순히 누군가 보았을 때 쉬고 있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편안함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상태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느낄 수 있고, 어떤 것에 온전히 빠져든 느낌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히 티브이를 보는 건 좋은 휴식이 아니라고 단정 짓지도 않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는 휴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휴식은 정말 다양하고 창의적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 친한 동생을 만나며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있는 시간은 휴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내가 누군가에게 휴식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도 책에서 휴식 같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남은 12월 동안은 나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고 내게 휴식이 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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