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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un 15. 2020

신기한 모기약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뭘까?

사람의 기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뭘까? 


올여름이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모기에 물렸다. 자고 나서 팔꿈치 위가 간질간질해서 보니 동그랗게 모기 물린 자국이 보였다. 자동으로 손이 먼저 가 한 번 두 번 문질 거려 보다가 문득 작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올 때 받은 모기약이 생각이 났다. 진정효과가 있어서 통증이 있을 때 발라도 좋다고 해서 한동안 가방에 주야장천 넣고 다녔는데 한 번도 꺼내 쓴 적이 없었다.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꺼내어 발랐는데 그 순간 올라오는 향기에서 인도네시아의 후덥지근한 더위와 쨍하던 햇살, 항상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놔서 시원하다 못해 차가웠던 실내, 달달했던 시나몬 티까지 한꺼번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 아침에 나는 생생하게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아마 어딘가에서 한 번은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장소에서 특별히 느꼈던 향기가 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는 걸. 그런데 모기약 냄새를 맡으며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날 줄이야. 




작년 봄 나는 친한 동생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직장을 얻어 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친한 동생을 만나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갔었다. 머문 시간은 고작 3박 4일 정도였는데 첫날 잠자리가 안 맞았는지 어깨에 제대로 담이 온 것이다. 고개를 잠깐만 움직여도 목이 너무 아파서 이러다 누워만 있겠다 싶었는데 그때 인도네시아에 살던 동생이 목에 발라주었던 게 이 약이다. 그 날 하루 종일 그 향이 내 목에서 진동을 했는데 덕분에 이 모기약이 비공식적인 인도네시아 대표 기억의 매개체로 남은 게 분명하다. 


바로 그 모기약


향을 표현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기약 향은 아니고 화한 느낌이 있지도 않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이국적이었던 그 향은 처음에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는데 두 가지 이유로 굉장히 호감이 되었다. 


첫 번째는 모기약답게 모기 물린 부위에 진정이 정말 잘 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알다시피 인도네시아에서 경험했던 좋은 기억들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에서였던 틈날 때마다 인도네시아를 생각할 수 있는 모기약을 가지고 있다는 게 최근에 느낀 묘한 행복감이었다. 만약에 다음에 또 잊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곳을 향기를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보니 이 약이 모기 물린데 바르는 약이 아니라 모기퇴치약이었다. 부은 곳에 발라주는 것도 좋다고는 하는데 주 사용처는 퇴치약인듯하다. 바르면서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플라시보 효과가 좋긴 좋은가보다. 앞으론 산책나가기전에 발라줘야 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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