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주 May 29. 2020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다

나의 재택근무 루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면서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하루는 사무실에서 만나 주간 회의를 하고 각자 할 일을 정리하면서 얘기할 것들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 4일은 집에서 각자 작업을 한다. 나는 그 와중에 이사를 하는 바람에 한달은 이전 집에서 작업을 했고 나머지 두 달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준비도 못한채 재택을 하게 되어서 책상도 없는 집 복층 내 공간에서 좌식 테이블을 펼쳐두고 일을 했었는데 이사한 덕분에 이전에는 생각도 않았던 홈 오피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집의 구조는 거실이 회사 사무실처럼 책상과 모니터,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 집, 내 작업공간


금방 잠잠해질 줄 알았던 코로나가 계속 되면서 앞으로도 당분간 이렇게 지낼 것 같아 5월이 끝나는 기점으로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찌감치 모니터는 가져왔기 때문에 가장 부피가 큰 짐이 줄었다. 책 몇권과 자잘한 사무용품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덩그러니 자리를 지켜준 선인장을 챙기고 나니 들고가기엔 은근히 짐이 많아 마지막으로 정리하던 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워낙 이곳 저곳으로 사무실을 옮겨 다니는 메뚜기 생활을 많이 해오기도 했고 이번만큼은 지내온 날들에 비해 재택으로 생긴 공백이 더 크게 느껴져서 인지 아쉬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처음 이 사무실을 구할 때 여러군데 알아본다고 동료가 같이 조사하고 알아보러 직접 돌아다니며 고생했던 기억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아무래도 내 다음 사무실은 내 집이 될 것 같다. 이미 그러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애초에 일하기 좋게 공간을 잡아놓기도 했지만 2개월이 지나면서 집에서 일하는 분위기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고 루틴이 끝나면 책을 조금 읽다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원래 요리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하는 건 보통 동생이 하지만 아침에는 내가 먼저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은 내가 준비하고 점심, 저녁은 내가 설거지를 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일을 시작한다. 밥먹고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니, 이건 재택 근무의 큰 장점인 것 같다. 오전은 사무실에 있던 집에서 재택을 하던 상대적으로 빠르고 급박하게 흘러간다. 요즘은 신규 사용자가 늘면서 이슈와 문의가 하루하루 떠서 오전에 보통 그런 일들을 얘기해보고 어떻게 해결할지 (급하면 바로 작업을 하고) 계획을 짠다. 이슈가 없더라도 중요한 일들은 오전에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긴장하고 작업을 하게 된다.


급한 일이 끝나거나 한바탕 계획한 것들이 조금 진전이 되고 나면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고 설거지한 뒤 15분에서 20분정도 낮잠을 자는데 이건 최근에 시작한 루틴이다. 어딘가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침의 집중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보긴 했는데 그게 진짜인지 알고싶어서라기보단 사실 모두 알겠지만(?) 먹고 나면 졸리다. 최근에 기구를 사서 홈트레이닝을 조금씩 매일 하면서 졸린 느낌이 더 커졌다. 그래서 실눈뜨고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 나를 보니 그냥 15분정도 낮잠 자고 시작하는게 낫지 않을까 해서 한 일주일 전부터 루티너리에 오후 루틴으로 낮잠을 넣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계속 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또 하나의 장점은 낮잠자고 싶을 때 누울 침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누워서 못일어나면 안되겠지만..) 그래서 나는 낮잠 바로 뒤에 정신이 말똥해진 틈을 타서 영어 공부 15분을 해보기로 했는데 좋아하는 미드의 스크립트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낮잠 후 영어공부의 케미가 꽤 좋다. 


그러고 나면 뭔가 많은 걸 한 것 같은데 2시가 채 안되어 있다. 다행이다 생각을 한다. 아직 할 게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어찌어찌 하다보면 저녁 6시가 된다. 저녁을 챙겨먹고 이 때부터는 그날그날 유동적인데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쓸 때도 있고 넷플릭스를 보기도 하는데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계속 긴급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 밤 루틴이 시작되는 11시 전까지 계속 하거나 10시즘 끝내고 누워서 영상을 보며 쉬는 날들이 많았다. 바쁠수록 여유를 가져라고 했는데 마음과 행동이 일치가 잘 되지 않는다.


내겐 아침 루틴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밤 루틴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밤루틴은 11시에서 많이 넘어가지 않고 시작하려하는데 전날 밤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다음날 아침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침은 가끔 조금 늦게 일어나 시작할 때도 있고 일어나면 일어나는대로 시작을 한다. 그 말은 시간을 딱 정해놓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통 아침은 30분 일찍 일어나든 30분 늦게 일어나든 루틴을 마쳤을 때 시간이 남는 건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밤 루틴은 조금 더 시간이 중요한데 무조건 11시에 시작하고 루틴대로 완료되면 밤 12시가 되도록 되어 있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가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수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22시 47분 곧 루틴하러 갈 시간이다.


    


가장 쉽게 루틴과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의견과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루티너리 홈페이지 : https://routinery.alt-ernative.com

루티너리 이메일: routinery.help@gmail.com  

작가의 이전글 루티너리를 2개월 써보고 느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