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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08. 2021

공존하는 상태

요즘은 신기하게 높은 행복감과 높은 불안감 그리고 정신없는 일상들이 공존을 하고 있다. 바쁘단 핑계로 체력관리를 안 하고 있다 보니 기분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체력적으론 감당하기 부대낀다. 노는 것도 힘들단 얘기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주말에 교외로 잠깐 드라이브를 갔다 식물원을 겸한 카페에서 물 위에 떠있는 부레옥잠을 보면서 부풀어 오른 기쁨과 불안이라는 부레옥잠이 수시로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며 균형을 이루려고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최근에 할 일이 많아지면서 불안이 더 커지는 시기였다. 그럴 때일수록 돌아봐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필요한 순간에는 종종 잊는다.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눈앞에 급한 것들을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조급 해지는 걸 느꼈다. 문제는 그렇게 노력해서 그다지 내가 바라는 것만큼의 해결이 되지도 않고 속도가 나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그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그 끈을 놓기 어렵다.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조금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줘서 잠깐 휴식을 하고 오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이미 균형이 깨진 걸 알고 있었을 때, 사실은 "더 나은 일상을 만든다"는 모토로 루티너리를 만들면서 내 일상이 흔들리고 있는 걸 인정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침잠한 마음이 다시 올라올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쉬며 생각해보니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언제든 불안한 시기는 오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나 순간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게 제품에 필요한 점을 찾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이 커지면서도 마냥 불안하거나 힘든 건 아니었고 아침에 불안해하면서 일어나는 일과 그러면서도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이 공존해서 그래서 오히려 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계속 불안한 감정을 잊고 그게 괜찮아지는 거라 착각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아무리 좋은 일이나 기쁜 일들이 같이 있다고 해도 그게 불안함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콘텐츠를 보면서 인지심리학 전문가도 그렇고 마음 챙김 명상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 책 <팀장의 탄생>을 읽으면서 본 내용 중에도 저자가 업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조언을 얻고자 멘토를 찾았는데 일에 대한 이야기보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으며 어리둥절해하다 결국 다시 돌아보니 혼란스러운 상황에 지켜야 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려운 부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자기 관리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내게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일도 문제를 더 파고드는 게 아니라 단순히 물리적인 휴식도 아니라 그럴 때일수록 나를 더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꽤 전에 이미 동료로부터 자기 스스로에 대해 더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단 조언을 들었는데 그때 난 왜 그런 이야길 하는 거지 혼란스러웠고 결국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쉴 시간이 생겼을 때도 쉬고 와서 다시 금방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고 나니 고마운 마음도 들고 지금 해야 하는 것에 가닥이 잡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아직은 불안한 것들이 많긴 하지만 변곡점을 살짝 지난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체력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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