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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pr 15. 2023

시는 이제 쓰지 않는다

About poem


 시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세계와 인간을 향해 느끼고 떠오르는 찰나의 영감에 의해 쓰여진다. 시가 쓰여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그 순식간을 붙잡기 위해 우린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을 견뎌야 할 때도 있고, 한없이 지옥같은 권태의 시절을 지나쳐보내야 한다. 열정과 광기가 소용없는 순간들을 대처해야 하는 것이 불행의 본질이요, 인간이 가장 인내하기 힘든 시절인 것이다.

 돈 받기를 독촉하는 죄와벌에 등장하는 전당포 노인이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죄의식과 참회를 느끼는 순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평온한 얼굴에서 평온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죽어가는 순간에 얼마나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웠을지 그 고통을 가늠해보고 갑작스레 슬퍼지는 순간, 이와 같은 순간에 놓여질 때, 인간은 시인이 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이렇게 번뜩이는 비평적이고 숭고한 순간은 드물다. 드물기 때문에 그에 의해 쓰여진 시는 다른 어떤 기교나 기술에 의해 쓰여진 작품에 비할 것이 못 된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운이 좋게 트여서 쓸 수 있는 훌륭한 시는 3편 이내라 생각한다. 그 이외에 시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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