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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pr 09. 2023

4월 9일

일기


일하는 분 중에 일을 정말 못 하시는 분이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기본적인 눈치나 센스, 융통성이 상당히 없는 편이라서, 본인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사람 자체는 참 착하다. 아무런 악의가 없다. 그런데 그 눈치없음이 사회생활의 범위 내에선 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사회에선 선악의 구분이 유용성으로 판가름 나기 마련이다. 착한 사람일지라도 융통성이 없으면 악인으로 간주된다. 반면 심성은 악할지라도 일머리가 좋아서 정치질 잘하고, 효율성있게 일을 잘 한다면 선인의 반열에 들게 된다. 그러나 인간 개개인의 마음 속엔 저마다의 느낌이 있어서 저 사람은 사실 악마같은 인간이다, 혹은 사람은 착하지만 졸라게 답답하네 짜증나, 이런 정도의 평가는 존재할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서 개인의 마음은 중요치 않기에 진실은 무시되고 참된 사람은 묻히기 마련이다.


일 못 하는 나도 그 분을 보면 어느 땐 화가 난다. 그 눈치없음으로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가 나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면서도 늘 생각한다.


저 사람은 단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종교를 좋아하고 마음이 선하시니까 선교사로 일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며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것 뿐이라고. 그러므로 우리는 단지 저 사람이 처한 불행을 미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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