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M YI NA
Nov 16. 2023
어느 여류 시인이 31살에 생을 마감 하면서 남긴 말.
그녀의 생을 다룬 영화를 두번째 보면서 깨달았다.
처음 나온 이 대사가 그녀의 절망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을
삶이 그토록 지옥 같고, 고통스러웠던 만큼
죽음이 예술적 사명이라고 그녀는 스스로 각인시키고 있다.
영혼과 영혼이 맞 닿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했던
남편이 바람이 나서 떠나버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그녀는 그렇게 생을 마감해버린다.
(남편도 시인이었다.)
어렵사리 재회를 하게 된 남자에게 그녀는 말한다.
"나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잖아.
우리 둘 사이에서만 존재했던 강렬한 것들...
그건, 당신과 나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어.
나에게 돌아와."
그러나 돌아오는 남편의 한마디.
" 그녀가 임신했어. 미안해.
그리고 어떤 열렬한 사랑이든 언젠가 식어."
처음엔 임신했다는 현실이 충격이겠으나
진정 그녀를 죽음까지 몰고 간 것은 어떤 열렬한 사랑이든 식는다는 그 말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말은 마치 지금까지
그녀가 혼자 사랑의 환상에 빠졌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남자는 그녀를 영원한 환멸로 빠지게 한 것이며, 그녀가 아무도 더는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말 한마디로 지옥 같은 삶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