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YI NA Feb 11. 2024

영화 운디네 비평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운디네는 푸케의 작품에 등장하는 운디네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푸케의 작품에 등장하는 운디네는 진부하고 그저 지고지순한 여성상인 반면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운디네는 혼란을 겪을 줄 아는 능력을 지녔으며, 자신의 내면 속 사랑에 대해 고뇌할 줄 아는 여성이다.

영화 속에 운디네는 역사 박물관 큐레이터로 등장한다. 그녀는 독일 옛 건축물과 현대의 건축물을 비교하며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으니 '요하네스' 란 남자다.

'요하네스'는 유부남이다. 그렇기에 온전히 운디네에게만 마음을 쏟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운디네는 본래 지상의 여자가 아니라 물 속의 정령이 태생이다. 운디네에게는 한 가지 종속될 수 밖에 없는 법칙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온전히 사랑 받아야지만, 인간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남자를 죽이고 말아야 한다. 영화 첫 장면 부터 운디네의 갈등이 드러난다.


 운디네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없는 요하네스는 매번 운디네를 기만하고, 운디네는 그런 그를 보며 사랑과 분노의 감정 사이에서 고뇌한다. 그러다 운디네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다. 그는 운디네가 사라진 요하네스를 찾으러 카페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조우하게 된 남자다. 카페 안에 거대한 수족관이 깨지면서 그 안에 들어있던 물이 한꺼번에 불시에 그들에게 쏟아진다. 둘은 물에 젖은 채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크리스토프는 수족관의 깨진 유리가 그녀의 가슴에 박힌 것을 손수 빼준다. 난 이 장면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디네는 그동안 본인이 남자를 죽여야할지, 아니면 포기하고 물의 세계로 돌아갈지 늘 갈등하며 순수한 사랑을 해본적이 없는 데, 난생 처음 그녀에게 그런 사랑이 찾아온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크리스토프를 만나 사랑을 한다. 그러나 어김 없이 갈등은 찾아 온다. 크리스토프하고 걷고 있는 데, 우연히 요하네스가 본 부인하고 지나가는 순간 마주치게 된다. 그 순간 운디네의 가슴이 뛴다. 잊혀졌던 사랑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도 운디네와 같은 운명에 종속된 남자였다.

 운디네가 한 번 가슴이 뛰니까, 그녀에게 사랑받지 못 하게 된 크리스토프가 죽게 된 것이다. 이에 믿을 수 없이 충격을 먹은 운디네는 결국 요하네스를 죽이기를 택한다. 그리고 자신도 물의 세계로 돌아가 버린다. 다시 살아난 크리스토프는 사라진 운디네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그녀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토프는 살아났지만, 영원히 사랑을 상실한 것 처럼 크게 상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물 속에서 잠수를 하다가 운디네와 우연히 조우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를 잊지 못 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이 영화는 푸케의 작품보다 사랑에 대한 인간의 고뇌를 훨씬 훌륭하게 드러냈다. 누구를 죽여야만 하는 법칙에 종속된 운디네의 비극적 운명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온전히 순수하게 사랑할 수 없었던 자신의 혼란스런 내면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운디네는 슬프지만 용감한 여성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물 마시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