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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un 16. 2024

4월 말, 광안리의 밤

    


벌써 여름의 습기를 머금고 있던 지난 4월 말, 부산의 저녁이 기억난다. 빽빽하게 수면위를 비추고 있던 광안 대교의 네온사인 빛깔과 바닷가 근처 아파트 사이 사이로 어둡게 축 늘어져 있던 짙은 나무의 형상이 떠오른다. 운동화 바닥에 닿은 축축한 모래알은 어느센가 맨 발로 스며들어 있다.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느라 쏘아올린 폭죽은 떼를 지어 하늘위로 타들어 올라갔다가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편의점에서 사온 1866 블랑쉬 맥주를 들이킨다. 차갑고 거칠게 목구멍을 타고흐르는 알코올의 느낌이 좋다. 끊기지 않는 동영상처럼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자유가 느껴진다. 화려한 바다의 축제에 달은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맥주 깡통위에 내 립글로스가 남긴 초승달 모양의 흔적이 있다.


이번 여행은 해운대에 도착하자마자 그 근처에 모텔을 잡았고, 해운대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광안리가 너무도 가고 싶어져서 결국 광안리를 한참을 향유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로 다시 갔다... 청춘의 감정을 간직하기에 현실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과거 앞에서 정직해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04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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