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YI NA Jun 19. 2024

내가 가벼운 글을 싫어하는게 아니고ᆢ

   


주거지를 옮기기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나, 유독 이번에 살았던 동네에 미련이 많이 남는다. 차를 타고 와서 이사가기 전, 자주 가던 카페에서 글을 읽는 오후..


얼마전 남겨졌던 댓글에 대해 생각한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브런치" 라는 단어 의미 그대로 아침 대신 가볍게 샌드위치와 커피 정도를 먹는 것이기에 가벼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 나는 가벼운 글을 쓰는 사람과 무거운 글을 쓰는 사람을 나누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런 식으로 글을 나누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라는 말이, 애매모호하고 임팩트가 크지 않다는 것은 안다. 게다가 어느정도 이름있는 사람들이 만약 이런 내 발언을 본다면 아마츄어같은 발언이라고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글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글을 쓰는 나의 영혼이 얼마나 진지한가.


물론 그런 애매모호하고 실질적으로 쓸모 없는 것이 없이도 유명해지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것만이 맞다고 여길 수는 있으나, 그것보다 절대적인 진실은 문학의 진정 아름다운 비밀은 매달 발간되는 문예지나, 시류에 맞춘 에세이에 있지 않다. 작품을 탐구하고 깊이 느껴질 때 오르가즘이 일어나는 당신의 척추에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단지 햄릿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가진 캐릭터 형이라는 분석 대신, 복수와 피, 그리고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그 시대의 장황함을 문학으로 표현해낸 그 아름다움을, 거지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있다면, 당신은 세속적 세계에서 구원된 순수한 문학과 조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교적 진리와 맞 먹습니다...  



여전히 나는 스무살 때, 반지하 방에서 월세 40만원 내면서, 누우면 언뜻 벽돌담위에 하늘이 살짝 보이던 그 방 한칸의 삶이 그리운 것 같다. 나의 삶이 객관적으로 업그레이드 될수록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은 나를 그렇게 잘 살아가는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어간다. 그리고 끝까지 그들의 기대에 부합해야하는 사람으로, 암묵적으로 욕망을 품고있음을 느낀다. 오로지 문학만이 그 욕망들에서 나를 구원해준다.  

작가의 이전글 영혼의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