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는 축복, 그러나 여성에게는 때론 족쇄가 될 수 있는
2022년 4월, 난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을 경험했다. 3.4kg인 딸아이가 예정일에 딱 맞춰 건강하게 태어나주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별 탈없이 잘 자라고 있고 내 몸도 빠르게 회복돼 모유수유를 중단한 출산 3개월부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건강하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사실 2022년에 내겐 또 다른 작은 축복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8 개월이 지난 12월, 나는 박사학위 최종 심사에서 합격했다. 꼬박 4년 동안 매일같이 같은 자리에 앉아 우직하게 박사논문을 준비해 왔던 터라 지금처럼 논문을 붙잡고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지 않는 일상이 얼떨떨하다. 글을 쓰지 않는 하루가 이제는 어색해서인지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난 네가 임신을 하고 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요 며칠 전 완성된 논문을 지도교수님께 가져다 드리는 자리가 있었고 그때 교수님께서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너무도 힘든 과정인 것을 알기에 논문은 당연히 중단하게 될 거라 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중도 포기할 것 같았던 제자로부터 메일이 꼬박꼬박 도착해 있었고, 메일에는 상당한 분량의 논문이 첨부돼 있어 매번 신기했다고 덧붙이셨다. 이제야 그 당시 수화기 너머로 들린 "너 어떻게 한 거야?"라는 교수님의 질문이 이해가 됐다. 그때 나는 번번이 "열심히?"라고 얼떨떨하게 대답하곤 했다. 그러고선 늘 '왜 이런 질문을 하시지?' 하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솔직하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왜 자꾸 이런 귀찮은 질문을 하는 거지? 왜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마음속으로 씩씩댔었다. 호르몬 변화로 평소와는 달리 더 빠르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교수님의 질문은 너무 당연했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순간, 너무나 많은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약을 체험하게 됐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초연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내비칠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