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내려왔습니다 17
우리 부부는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됐다. 기존의 곳보다는 상급지라 불리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가격은 더 비쌌다. 2019년 여름 나는 가까운 지인이었던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집을 보러 다녔다. 원래 점찍어두었던 단지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단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사장님의 소개 덕에 훨씬 좋은 집을 보게 됐는데, 예산을 살짝 넘어선 집이었다. 한창 집을 보러 다니던 그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집값이 우수수 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 가장 저렴한 집을 잡았다. 저층에 판상형이 아니라 '로열'이라는 틀에 맞지 않아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집이 단지에서 가장 저렴한 매물이었고 처음부터 인테리어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혹여나 집값이 오를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계약을 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바로 눈치채셨겠지만, 매도보다 매수가 먼저 이루어져야 속이 탈 일이 없다. 그 당시 다행히 부모님께서 잔금을 일시적으로 도와주실 수 있으니 인테리어도 편하게 하라고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에 비교적 마음을 덜 졸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일단 내가 실수를 한 점이 있다면 집을 기존에 계약한 한 부동산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집을 내놓을 땐 여러 부동산에 내놓아야 집을 빨리 팔 수 있는데 집 매도는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한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우리 집이 빨리 팔리길 기도했다. 하지만 원하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3배속으로 늙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