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은 낭만적이다?

언젠간 떠나갈 이방인의 삶

by 생각여행자



지금까지 살아온 내 나날들을 돌이켜보면, 유학생활은 언제나 내 삶의 일부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약 4년, 대학생으로서 교환학생 1년, 박사과정생으로서의 연수기간 1년.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해외 발령 때문에 타의로 4년가량을 독일에서 조기유학생활을 했다면, 성인이 되고서 2년가량의 유학생활은 완벽한 내 의지였다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바로 낭만적인 유학생활, 여행같은 삶을 떠올리는지 외국에서의 삶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피부에 와닿는 따스한 햇빛이 사실은 높은 온도로 불타는 항성인 것처럼. 내가 살아보지 않은 외국에서의 삶을 먼 발치에서 보면 그런 것 같다. 물론 부모님 덕에 한 나라의 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는 점과 독일 문학작품을 평범한 독일인보다 더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비교적 성공적 유학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그런 성과 뒤에는 말 못 할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나와 부모님 외에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이방인으로서 극복하고 견디기에 바빴던 나머지 야금야금 축적되어가는 감정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그때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마음은 내 기억들과 함께 묻혔다. 나의 인생을 놓고 볼 때 과연 해외에서의 시간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사실 크게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다.


유학생활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만 36세, 이제는 유학생인 친구보다 아이를 위한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최근 해외에서 돌아온 친구가 내 유학생활이 어땠는지 물었다. 남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해외에 몇 년을 머물렀던 내 친구는 아이들의 현지 적응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잘 적응을 한 것 같아 보이지만 엄마의 입장에선 내심 불안한 모양이었다. 엄마인 자기 자신조차도 이방인이 되어 생활하고 적응하기 바빴기 때문에 현지에선 아이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즐거웠던 일뿐만 아니라 이방인으로서의 말 못 했던 고민까지 털어놓았다. 왠지 그간 묵혀둔 짐을 풀어둔 것처럼 마음이 후련했다. 문득 친구가 내 유학생활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는 건 어떨지 물었다.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거창한 과정이나 성공담보단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야기가 아닐까?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방안에 있던 어린 시절 사진첩을 둘러보았다. 구글로 살던 동네를 찾아보고, 오래간만에 독일 친구에게 텍스트를 보내 옛이야기를 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지만 사춘기부터 내 삶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때의 경험은 지금까지 나의 삶과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난 내 경험담이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자녀의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어린 유학생으로서의 삶을 소소하게 글로 풀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