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의 사유》2025.01.17.
일 년 전 오늘이었다. 그렇다고 한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날의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기뻐했는지를. 일 년 전 오늘은 내가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은 날이었다. 어떤 합격 소식에 이렇게나 기뻐한 적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이렇게 새까맣게 잊고 살았지. 그날의 나는 마치 내 책이 출판이라도 된 것 마냥 부푼 마음으로 들떠있었다.
어떤 날은 글이 마구 쓰고 싶다. 뭐라도 써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다. 그런 날은 닫아 두었던 브런치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간다. 다만 그 전의 글을 모두 닫아버리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렇게 쓰인 글들은 마치 이전 글들이 없었던 양 새로운 첫 장에 오른다. 그렇게 하나 둘 올리다 보면 글의 맛을 알게 되고, 더 맛있는 글을 쓰기 위해, 글보다 맛을 보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 나는 또 글문 뒤에 숨는다. 문뒤에 숨은 나는 진솔한 글보다는 멋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던 나를 반성하며, 다시 웅크려 앉았다. 그렇게 나의 브런치 글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여러 번. 오늘이 그러기를 일 년 되는 날이란다.
퇴근한 남편의 손에 꽃 한 송이와 작은 화분하나가 들려있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도저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떠올리지 못하는 나에게 "작가 된 지 일 년 된 거 축하해." 한다. 아. 나 잊고 있었다. 그날의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얼마나 많이 감탄하고 감동하고 또 감사했는지. 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날을 기념일처럼 기록해 두었단다. 와. 이렇게 브런치 문을 다시 열게 되는구나.
그래 나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된 감사한 오늘이다. 앞으로 또 글문뒤에 숨을지 모를 나이지만, 언제라도 이렇게 기다려줄 브런치란 걸 알게된 나는, 아마도 또다시 글문을 열 것이다.
2025.01.17. 김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