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가 만나는 미술심리 I ME ART.
폭신폭신한 파스텔 빛 솜사탕 속에 숨어있던 뾰족뾰족한 가시가 고개를 내미는 것 같은 느낌. 이미지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저는 나의 감정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너무나도 극명한 양가감정. 너무 좋은데 너무 싫은 느낌 다들 한 번쯤 경험해 보셨지요?
저는 올해 초부터 정신분석 심리상담을 받고 있어요. 미술심리상담사로 내담자를 만나고 있는 저이지만, 내담자인 저로 상담 선생님을 만나는 이 경험은 매우 소중하답니다. 조금 더 좋은 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도, 조금 더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도, 나의 삶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셀프토크(자기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고 자아성찰이나 이해 및 수용의 경험도 많은 편이라고 자부해 온 제가 매우 작아져 버리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억제하고 있다고 여겨 온 적지 않은 것들이 사실은 억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꽤나 아프기도 했습니다.
내가 스스로 감춰버리고는 감춰버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저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때론 너무 아프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저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하고 나를 가엾이 여기며 조금씩 회복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너무 어색하고 낯설고 때론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차라리 억압하고 모른 채 하던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날도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합니다. 나에게 전달되는 이 메시지들이 정말 나에게 딱 맞는 때에 찾아온 것이라고, 그것이 지금이라고, 그러니 마주하자고 다짐합니다.
이런 감정들을 꺼내어 말하는 동안 이 이미지가 떠올라버린 것입니다. 파스텔 빛 솜사탕 같은 구름 속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들이 나와 있는 모양이요.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이보다 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더 잘 표현해 낼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이날의 마이문 my moon은 이 이미지를 잊지 않기 위해 폰으로 급하게 그려 낸 것입니다. 늘 그렇듯 내 안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해 내기란 순간이동만큼이나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초능력 같은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그림은 그 감정이 떠올랐던 순간을 지금 여기로 가져올 수는 있습니다.
만일 이 감정을 조형 미술로 표현한다면, 저는 폭신하고 가벼운 구름솜 위에 파스텔 가루를 뿌려 색을 입히고 그 사이사이에 코바늘 뜨개용 플라스틱 돗바늘을 꽂아두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반짝이는 금속의 진짜 바늘은 너무 아파 보일 것 같아서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딱 그만큼만 표현해 보렵니다. 하하.
나에게 자꾸만 다가오는 아프지만 반가운 이 신호들을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나와 우리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9.02.
I ME ART. 김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