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Y et Feb 06. 2019

노오력,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얼마만큼이 인정된 노력일까? 꼭 성공해야만 노력한 것 일까.

다시 또 당연한 것처럼 밤 11시에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눈 썬텐 좀 그만 해라... 이미 충분히 충혈되었다. 인공눈물을 몇 번이나 넣었는지 모르겠다.

디자이너로써 정말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한 시안을 만들어 놨는데,

거의 하루 종일 이 파일만 보며 작업해 왔는데 '나 이대로 집 가도 되나?'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아직도 못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몸은 "이제 집 가야 해, 잠자야 해, 쓰러질 거 같아, 도저히 새로운 아이디어도 안 나와"라고 울부짖는데.

물론 내 성격이 쌍 마이웨이로 내일 아침 회의 때 결과가 어찌 됐든 집에 간다 였다면 문제없었을 것이다.

아니, 내가 정말 능력자이어서, 자신감 넘치는 마음으로 회사 밖에 나갈 수만 있었다면 문제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10년 넘은 능력자 팀장님도 아직 퇴근 안 하셨다.

아니, 못하셨다. 일이 끝나지 않으셨단다.

그럼 이건 실력의 문제도 딱히 아니었다. 미친 회사 스케줄의 문제였다.

회사에선 나에게 말했다. 지금이 바쁜 시즌이어서 그래. 지금만 참자. 전 회사 선배들은 주말에도 나와 일했어. 누구는 새벽까지 일하고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회사 나왔어.  (마치 아주 당연하단 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바쁜" 시즌이라고 한지, 내가 회사에서 11-12시 저녁에 가까스로 퇴근한 지 오래이다.

옆에 선배가 힘내라고 조금만 더 참아내자고 그나마 여유로워지는 달은 3-4월이라고 했다.

순진한 척 믿어보려 하지만, 사실 믿기 힘들다.


옆에 동기가 속삭였다.

"여유로워질 때는 막상 시간 많다고 작업 퀄리티 높이려고 채찍질하겠지.

우리 오늘은 퇴근이라도 할 수 있을까?"

나도 막 회사를 마냥 나쁘게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6시 퇴근시간에 아무도 자리에서 움찔하지도 않는 것을 보면 회사는 참 거짓말쟁이 같다. 이럴 거면 그냥 퇴근 11시로 하지. 그럼 덜 억울했을 수도.

그래, 처음에는 내가 너무 무능력자인가, 내가 회사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인가...

자존감 낮은 생각밖에 안 했었다. 사실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젠 덤으로 억울함도 있고 분노도 시작되는 것 같다. 이제 왜 회사원들이 안 웃고 사는지 알 거 같다.

왜 아침에 버스 줄에 나란히 서있으며, 출근하는 사람 중 웃는 사람이 없는지 알 거 같다.

왜 분노조절 장애가 회사원들 사이에 가장 높이 나오는지도 조금 알 거 같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미친 듯이 "열정"다해 뛰는데 제자리에 있는 느낌.

지워지지 않는 눈 밑 다크서클, 매일 새벽 컨실러로 이 모든 고통을 잊고 싶다는 듯이 벅벅 칠한다.

올해는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나도, 내 주변도. 역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은 1월 1일뿐이었던가.


그만 두지 그래? 누군가는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도 있다. 그래, 나도 그렇게 모든 게 쉬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 막상 쉬어서 내 마음이 편해질까? 그 순간일 거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안다.

다른 곳은 훨씬 나은 곳일까? 그 보장이 어디에도 있지 않다.

하지만 나도 스스로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있다. 이 곳에 평생 일하고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것을.


팀장님이 개인상담을 했다. 내 얼굴이 너무 힘들다고 외쳤나 보다 나도 모르게.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상담 후 풀린 게 없다. 거의 나보고 더 노력하자는 조언밖에 머리에 맴돌지 않는다.

그놈의 노력. 누구는 안 하고 있는가. 얼마큼 해야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건가.

그리고 계속 어떻게든 내가 회사 욕을 하길 바라는 감정노동밖에 안 느껴졌다.

한 시간 동안 억지 심리 게임을 하고 온 기분... 회식 또한 똑같이 느껴졌다.

다시 '우리 모두 솔직하자 하지만 뒷감당은 너만의 책임'게임이 시작되었다. 아무도 입 열기 꺼려했다.

하도 솔직한 말을 원하길래 난 결국 한마니 욱하며 내뱉었다. 하지만 웃으며 최대한 가벼운 톤으로.

"솔직히, 지금 말해도 바뀌는 게 없을 거라 생각해요. 팀장님 말대로 회사는 지금 그냥 '바쁜 시기'니까요."

그 후 팀장님도 아무 말도 없으셨다. 너무 솔직한 대답에 할 말이 없으셨나 보다.

그냥 다른 주제로 넘겨졌다. 눈치게임이 그렇게 잠시나마 멈춰졌다.


그래서 요즘 사실 그냥 막연하게 다니고 있다. 좀비처럼.

아 인생. 이러며 다니고 있다. 같이 야근하는 동기와 함께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서 요즘 내 마음을 다시 뛰게 해주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다니고 있다.

자기 계발서이든, 마음을 토닥여주는 위로되는 말들이 담긴 책들이든, 열정을 돋우게 해주는 것들. 뭐든!

이미 한번 불을 붙여본 성냥개비라 다시 불을 붙이기엔 너무 어렵겠지만.

이 기분으로 앞으로 쭉 이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길.. 아니 너무 짧지 않은가?


따라서 요즘 나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었던 것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절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겨우 이걸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나에겐 겨우 이게 아니다. 누구에겐 공감되는 것일 수도.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퀸은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창작해 내며 앨범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색다른 스타일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며 냈다.

'누구는 이 음악을 꺼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보단, 나는 나를 믿어!라는 주인공의 자신감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그는 훨씬 빛났을 수 있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마음을 울렸던 장면은 조금 낯간지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We are the champions"라는 노래가 나올 때였다. 의외였다. 너무나도 많이 들어본 노래인데 왜 극장에서 펑펑 눈물이 나왔을까?

바로 가사였다. 그리고 Live Aid에서 모두 같이 따라 부른 관객들 때문에 감동이 더해졌었다.


I've paid my dues time after time

난 내 몫을 해내 왔어, 시간이 될 때마다


I've done my sentence but committed no crime

난 죗값을 치렀어,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야


And bad mistakes I've made a few

난 약간의 나쁜 실수들을 하기도 했지


I've had my share of sand kicked in my face

난 내 얼굴에 스스로 모래를 뿌리기도 했지만


But I've come through

결국 난 이뤄냈어.


And I need to go on and on and on and on

그리고 난 계속해서 나아 가야 하지 쭈욱~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우리는 챔피언이야, 나의 친구들


음악은 강하고 힘찼지만, 가사는 포근하게 안아주는 말들이었다.

챔피언이라고 하면 무언가 너무 높은 피라미드에 있는 사람 같고, 나 자신이라고 결코 쉽게 단정 지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퀸은 토닥여주며 외쳐주었다:

우리 모두 때론 실수하고 힘들어했지만, 우린 스스로 할 일을 해내려고 노력해왔고 결국 해내 왔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챔피언이다. 우리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계속 힘내고 앞으로 같이 나아가자.

세상은 때론 서로를 밟고 위로 올라가라고 떠민다. 하지만 이 노래는 그 정반대이다. 서로를 응원해주며 격려해주고 우리 모두를 챔피언이라고 힘을 돋워 주고 있다. 내 마음이 힘들고 응원을 받고 싶을 때, 이 노래를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극장에는 조금 늦었지만,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우리 모두 위로도 받고, 감동도 받자!

음악 - 진(BTS) - Epiphany


요즘 bts를 모른다고 하면 사람들의 눈썹 한쪽이 저절로 올라가며 놀라는 눈빛으로 바뀌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방탄 소년단을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요즘 차츰 알아가게 되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푹 빠지게 되었다. 그중 최근에 한 노래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노래가 바로 이 노래이다.

이 음악 또한 가사 때문에 내 마음을 파고들게 되었던 것 같다.

세상은 항상 나를 채찍질이다. 더 노력해야지. 남들보다 더 힘들어야지. 지금 보다 더!

그렇게 나를 숨 막히게 조여 온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와중에 나, 자신 또한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가 지쳐가고 있었고, 나 자신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와중 이 노래가 내 귀에 꽂혔다.


참 이상해

분명 나 너를 너무 사랑했는데

뭐든 너에게 맞추고

널 위해 살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내 맘속의

폭풍을 견뎌낼 수 없게 돼

웃고 있는 가면 속의

진짜 내 모습을 다 드러내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해석: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야)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우리는 스스로를 아껴줘야 하는 것을 까먹을 때가 많다.

어쩌면 가장 당연하고도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왜냐면 세상은 "희생"을 원하니까.

세상은 우리, 자신으로써 살아가는 것보다 회사의 직원,

누구의 부모,

누구의 딸/아들,

누구의 누군가로 살아가기 바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중요한 점을 다시 깨닫게 도와준 것만 같았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 점을 잠시 잊었을 때 스스로의 리마인더로 이 곡을 추천한다.


Thank you for good musics, bts.


긍정적이고 싶어도 긍정은 커녕 힘도 내기 힘든 요즘,

좋은 영화, 음악으로 스스로를 조금씩 치유 중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힘을 주는 것들을 추천하려 한다.

모든 것이 공감될 수는 없겠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공유하고 싶다.


내일 다시 출근이다.

모든 직장인들, 아니 직장인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어느 누구 모두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We are the champions and I'm the one I should love.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몸에서 신호가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