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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Y et Nov 04. 2018

결국 몸에서 신호가 왔다.

앞으로 난 과연 견딜 수 있을까. 평범한 회사원 되기 참 힘들다.

사실 요즘 너무나도 글을 쓰고 싶은 반면에,

글쓰기가 두려워진다. 

대학생 때까지 너무나도 마음이 답답해지고 잠을 못 드는 밤이 오면

조용히 숨겨놓은 다이어리를 열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마구 쏟아부었었다.

때론 아무리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 못 할 나만의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론 그 많은 뒤쎃인 감정들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면 답답한 내 마음이 한층 편해졌지만 나중에 그 일기들은 결코 기분 좋은 글들이 없었다.

따라서 요즘 글쓰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이번만은 우울한 일기들만 쓰고 싶지 않은데,

사실 몸과 마음이 힘든 요즘 나에게든 누구에게든 힘이 될만한 글을 쓰기 쉽지 않다.


믿기지 않지만 난 이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 지 고작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잦은 야근과 어느 날은 12시간이 넘는 일 시간에 내 몸은 결국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몸살감기가 왔다. 하지만 푹 쉴 수 없는 환경에 이 감기는 나를 끈질기게 놓지 않고 있었다.

그 후 결국 중이염으로 이어졌다.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종일 귀는 물을 먹은 것처럼, 마치 동굴에 내가 갇힌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때론 난 내가 하루 종일 꿈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든 게 멀리 있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난 또 윗분에게서 어이없는 말만 듣게 되었다.

나보고 활발해지라고 하셨다. 너무 아파서 결국 오전 근무만 하고 집으로 퇴근했던 그 주에 들은 말이었다.

차라리 그냥 운동을 좀 더 해서 건강해지려고 노력해라, 아님 푹 쉬고 빨리 나아라 라는 말만 했어도 조금이라도 힘이 났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사람에게 활발하게 일하라니... 나는 심지어 오만상을 찡그리며 일하고 있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했던 건, 정말 아무도 내 주변에서 웃으며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다음 더 힘 빠지는 말을 들었다...

사람은 보통 이틀 동안 자지 않고 일해도 멀쩡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아니, 왜 보통 회사원이 그런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틀 동안 자지 않고 일하고 싶지도 않고, 결코 그런 몸은 본인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그 후 난 더 이상 그분의 말씀들에 대해 내 귀를 닫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내 멘틀을 붙잡고 있기 위해.. 제발 더 이상 나에게 인내심 시험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결국 나는 아직도 잘 들리지 않는다. 몸의 시그널을 제때 대처하지 못한 나의 죄도 당연히 있다고 본다.

그런데 마음은 자꾸 먹먹하고 억울하다. 난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그저 모두가 하는 야근 하며 회사 다니고 있었던 것이고,

고작 일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았고,

이제야 꾸역꾸역 회사에 적응하고 있었고,

이제야 일에 대해 차츰 배우며 스킬을 익히고 있었고,

이제 시작인데 정말 너무나도 "지친다".

그냥 피곤함이라면 그냥 푹 자고 넘어갈 텐데, 이제 나도 나이가 먹은 것일까.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고 마구 울부짖는 느낌이다. 소리 없는 무서운 신호가 쫓아 달라붙는 기분.


어렸을 때 회사원이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마냥 심플하게 생각했었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으니까. 현실이나. 회사에 대해서.

그 주인공이 얼굴을 마구 찌푸리며 "아 회사 가기 싫다"하며 억지로 회사에 꾸역꾸역 들어갈 때.

그리고 회사 안에서 온갖 안 좋은 일을 겪고, 수치스러운 일도 종종 겪으며

울면서 집에 가면서도 다음 날에 회사 갈 때.

난 그땐 그저 그렇게 생각했었다. 

'왜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거야?

왜 저렇게까지 자신을 힘들게 하며 다니는 거지? 왜 몸을 해쳐가면서 다니는 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 아니었나? 지금 주인공은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냐?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아. 난 내 미래에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 그냥 나올 거야, 난.'

제일 중요한 것들: 나, 건강, 행복... 등

그래, 사실 난 아직도 이 가치관에 대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아직도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나 사실 일하며 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무시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이젠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것들의 중요도에 대해서.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쉽게 가지고 있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항상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들이 (건강, 행복 등) 이젠 너무나 지키기도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면 이젠 좀 현실에 대해 알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실은 나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느 회사를 가도 사실 항상 행복할 수 없는 것이고, 

회사를 안 가기로 한다 해도 행복하지 않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그리고 건강... 지금으로썬 나는 중이염 튜브 시술을 완전한 회복은 1년에서 1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계속 도지는 감기도 약을 먹으며 되도록 푹 자려고 노력하며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몸이 회복되었을 때 이젠 정말 운동을 해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20대 초반까지는 아프거나 피곤하면 푹 자기만 하면 나았었는데... (정말 그때가 너무 그립다.)

이젠 정말 체력 싸움이라는 것을 너무나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꾸준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려 한다. (어려운 것은 쉽게 포기하게 되니까.)

마지막으로 나, 자신.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솔직히 요즘 나는 나 자신에게 온갖 변명을 대며 사실 소중히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첫 2달 밖에 안됐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겠어? 

지금 실력이 너무 부족해, 한 시간 더 남아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다음 회의 때 얼마나 내 작업에 대해 말이 많겠어. 지금 집으로 당장 갈 수 없을 거 같아.'

이렇게 끊임없이 괴롭힌 건 사실 나 자신이었다. 그리곤 몸에선 결국 경보를 울린 것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내 몸에서 오는 시그널을 듣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 것...


요즘 나는 아이유 신곡 '삐삐'를 자주 듣는다. 그것은 악플러나 선을 넘어서 행동하는 안티팬들을 저격한 곡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실 나의 악플러는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도 수고했어, 잘했네 라는 말을 들어도 전혀 말들이 와 닿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칭찬조차도 내가 스스로 벽을 내세우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가장 나를 괴롭히고 이렇게 아프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나"도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지금 나에게 탓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몸이 나에게 드디어 빨강 신호를 울리게 된 것은 스트레스도 있고 회사도 있다.

그런데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나의 최선을 인정하고 집으로 발을 돌려야 하는 것은 결국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지금 당장 퇴근해"라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현재 내 몸은 코 비염에 귀 중이염에 머리는 항상 종종 아프고 목감기에 말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바로 다음날 퇴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은 아직 난 여기 2달 밖에 되지 않았고, 그것을 경력이라고 쓰기도 애매하고,

지금 당장 바로 옮길 훨씬 더 좋은 직장도 막상 있지 않으며, 그만둔다고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진 않다.

따라서 스스로 내린 설루션이자 결론은, 나는 지금 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몸이 아프고 "삐삐" 소리를 내며 충전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난 당분간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내 몸을 조금 더 아껴주려고 한다.

당연히 일은 데드라인 때문에 다 끝내야 하는 것은 해야겠지만,

그 후 다음날이 데드라인이 아닌 것이라면 최대한 집으로 일찍 가서 몸을 사려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회사원의 삶도 어쩌면 긴 마라톤이다. 그렇다면 체력 싸움.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 따라서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환절기 때문에 요즘 이비인후과에 환자가 넘쳐난다. 그중 한 명은 나...

우리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그만.

그리고 놓치지 말자, 몸에서 주는 Yellow C A R D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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