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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호 Jul 05. 2016

나는 죄가 없지만, 희생당할 수 있다

영화 <아이 인더 스카이>의 현실적인 고민

한국도 이슬람 국가(IS)의 표적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곧 우연히 길을 걷다가 자살폭탄테러로 내 몸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고, 총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테러의 피해를 입은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다. 이는 많은 이들이 국가 보안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 인더 스카이>라는 이 영화는 테러리스트를 생포하려던 상황에서 발생된 어느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국에 있는 작전지휘관,
미국에 있는 드론 조종사, 케냐에 있는 테러리스트
그리고 상공에 있는 감시자들…


영화의 이야기는 이와 같다. 영국, 미국, 케냐의 3개국이 합동작전으로 테러리스트를 생포하려던 타깃이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하려고 하는 것을 우연히 포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이 작전은 생포가 아닌 사살 작전으로 바뀌게 되는데 여기서 드론 폭격을 조종하는 조종사가 폭격 예정 장소에서 빵을 팔고 있는 어느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작전 보류를 요청하게 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고조되어 간다.


나는 영화 내내 말도 안 돼! 고작 여자아이 한명때문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드론 폭격이라던지, 대의를 위한 희생에 대해서 조금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길가다 갑작스러운 폭격에 휘말릴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그저께(7월 2일) 방글라데시에서 인질 테러가 발생했고, 이탈리아인과 일본인 등.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코란을 외우질 못한다며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러한 어이없는 테러에 의한 죽음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되고,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발생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테러범을 미리 찾아내서 현장에서 사살하려는 군인들의 입장은 정말 영화 내내 나의 마음과 같았다. 우연히 그 장소에서 폭격에 휘말려 죽거나 다치게 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까, 왜 거기서 빵을 팔고 있냐고!!)


반대로 그 대상을 로 대입해 본다면 어떨까. 우연히 내가 거기서 빵을 팔고 있었고, 빵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체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미국의 폭격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 나는 정말 빵을 팔았을 뿐인데, 나는... 죽어도 되는 존재였을까?


영화 내내 드론 조종사나 담당 군인들은 우리는 정말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그런 대의를 위해 내가 희생을 당한다? 그들의 결정과 내 희생으로 인해 무고한 다른 인명 80여 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자위해야 할까 말이다. (혹은 폭격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불구로 살아가야 한다면?)


버튼으로. 미사일로. 무인 폭격기를 이용한.


현대전은 이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대의명분의 원칙으로 누구나 희생당할 수 있고,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작은 희생으로 많은 생명을 살렸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끄덕이며 그래,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무고한 80명의 희생양이 생기는 것도 참극이다.


다만 그래도 이런 영화가 있기에 우리가 인권에 대해 한번은 논의해보자라는 이슈를 던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필요에 의한 희생이 과연 정당한지. 희생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정말 내 주관적인 의견인데. 그냥 어느 날 내가 더 큰 테러를 막기 위해 국가의 결정에 대한 희생양이 된다면, 남은 내 가족들에게 적절한 보상이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 비록 자의로 결정한 죽음이 아니기 때문에 원치는 않지만, 내가 해당 국가에 소속된 이상. 또 그들에게 투표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척 씁쓸하지만 말이다. 마치 영화의 마지막 씬처럼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BBF7Pto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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