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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호 Nov 21. 2016

가만히 있으라

재외 한국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왈가왈부에 대한 생각.

여기는 도쿄, 일본이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과 거리상 가까운 지형의 나라라서, 역사적으로도 매우 교류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이며 그로 인해 좋은 감정, 싫은 감정 등... 감정의 골이 깊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한국인을 싫어하는 일본인들도 존재하기에 여기에 사는 일부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감추며 산다. 사람뿐인가. 한국산 제품들, 한국의 기업들조차 일본인을 앞 장세 워 일본산으로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일본 사회에서 별 탈이 없으니까.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지만, 암묵적인 룰(매너)이 존재하고 있어서 지키지 않거나 무시할 경우 일본인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하기 때문에 되도록 지키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룰은 우리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고, 익숙해질 경우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반대로 한국에 돌아갔을 때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아.. 내가 한국에 돌아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웃음)


일본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마세요.


일본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남의 나라이다. 자신들의 나라가 아닌데, 왜 여기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인지.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일본인들이 얼마나 이해해줄까? 괜히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또한, 목적이 같다 하더라도 방식에 대해서는 이해 못하겠습니다.라는 한인분들이 계신다. 


그들의 말씀도 맞다. 솔직히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는 것도 귀찮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피켓을 들고,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분들이 전 세계에 계신다. 굳이 도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재외동포 행동 맵: goo.gl/F4fSrP 재외동포 행동 포스터: https://goo.gl/sjto

이렇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거리로 나와 시국성명을 하고 피켓을 들고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는 한국 분들이 계신다. 이런 풍경들을 지켜보는 외국인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저런 함성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럽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아닌가. 등등.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만난다. 자신들도 지금의 대통령에 대해 불만이 있음에도, 집회에 대해서만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의견들 대부분은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주변에서 한국에 대해 물어보니까, 부끄러워서... 대답하기 싫으니까. 그냥 자신을 좀 내버려 뒀으면 하는 것도 있겠고, 이로 인해 뭔가 해코지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사람들이 이런 의견을 낸다. 


사실, 여기 이야기만 하자면. 여기 살고 있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무반응이 많고. 일부는 오히려 이런 행동이 가능한 한국인들의 정치적인 관심에 부러워하는 일본인들도 적잖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말라. (혐한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그럼 더 나은, 

다른 방식을 제안해주세요.


난 그들이 어떤 삶을 일본에서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런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매너가 없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즉,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자는 말을 하고 싶다. 차라리 다른 방식을 제안해서 이 행동을 더 좋은 방식으로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뒤에서 비난만 하지 말고. 


솔직히 의견을 내지 않는 분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고 본다. 지금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은 같지만, 누구처럼 비난만 하지 않는 분들이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행동하는 분들이 많다. 대안 없는 비판은 비판이 아니기에. 소신껏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난만 하는 분들. 비난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제발 역사 앞에 부끄럽게 행동하진 않았으면 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타인의 생각은 존중도 안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이 더 부끄럽다.

피켓 디자인 작업. 시부야에서 받은 포스트잇을 한장한장 붙여두었다. 이 피켓은 광화문에 공개되었다. (사진 : 지상훈님 제공)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나는 여기 일본에 있기에, 한국의 집회에 실시간으로 참여하기엔 물리적, 금전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아마 전 세계에 살고 있는 한국분들 역시 대다수 그럴 것이다. 쉽게 광화문으로 집결하기엔...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굳이 애국정신이 투철해서 일본인들 앞에서 철판 깔고 집회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집회에 참가하는 등의 그 어떤 행동을 해본 역사가 없다. 언제나 난 관망자였다. (우리 세대 대부분은 거리시위 경험이 없다. 고맙게도.)나는 내 어린시절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쇠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화염병을 던지는 데모시위를 TV로 바라보며 어른들에게 "저건 나쁜것. 학생은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또한 나의 대학시절엔 총장의 비리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할 때도 나는 그냥 관망자였다. 가만히 있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의 직장인에, 한 가정의 남편, 아빠가 되었다. 그런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나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비난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더 노파심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 이번 시부야, 도쿄의 시국성명과 서명운동은 집회가 아닌, 프리허그식의 캠페인이었고. 일본 경찰들도 막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많은 일본인들, 외국인들이 응원해주었고, 그 폐를 끼지 말라는 분들의 노파심에 부응하여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행해졌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난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여러 생각들, 의견들도 존재하는 것도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렇게 진행했던 것들과 참여한 분들 모두를 부정하는 발언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대로 그런 발언들이 더 무례한 것 아닐까?



시부야, 도쿄의 프리허그 운동은 한국 언론매체에도 소개되었습니다. 


광화문 참가를 위해 만들었던 피켓. 오프라인 참여자 이름이 합쳐져 노란 리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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