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재택근무를 거부하고 출근을 선택한 직장인 이야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은 직원 20명 정도의 작은 회사이다.
2020년 4월. 코로나 감염자 한 명 한 명이 뉴스에 보도되고, 감염자는 모두 죄인 취급을 받던 시기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펜데믹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멀게 하였고 평범하던 일상은 물론 기업의 근무형태까지 영향을 미쳤다.
많은 기업들은 감염을 막고자 재택근무를 시행하였고,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역시 임직원 모두 모여 앞으로의 근무형태에 대해 논의를 했다.
그 결과 모든 직원들은 만장일치로 재택근무를 원했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재택근무를 거부하고 출근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전 직원 재택근무가 시행되기 전 여러 근무 형태를 테스트하는 기간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살짝 찍먹 느낌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바 있다.
하지만 장점보단 단점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나 혼자 출근을 선택했다고 “다들 재택근무하니 너도 재택근무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고
내 자리가 사라지거나 사무실이 작아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미팅, 영상 촬영, 전체 회의 등 사무실은 반드시 필요했고, 그렇게 나의 소수 의견은 받아들여져 혼자 사무실에 출근하는 근무 형태가 만들어졌다.
최근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의 비중을 줄이거나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근무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한다. 심지어 ‘전 직원 출근’으로 돌아가는 회사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 나는 혼자 출근해 업무를 보고, 밥을 먹고, 퇴근을 하는 일상이 너무 좋다.
부디 우리 회사는 지금의 근무형태를 유지하길 바란다.
직장인 67% “재택·출근 병행 근무 원해”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398명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 형태를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형 근무'가 1위(67.3%)를 차지했다. 해당 근무 형태를 선택한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출근 일수는 주3일(47.4%) 주2일(25.7%) 순이었다.
재택근무 (전체 회의 및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을 때만 출근)
자율 출퇴근제(8~10시 사이 업무 시작)
당일 휴가·반차 사용 허용
월 1회 2시간 조기 퇴근
점심시간 1시간 30분
위 5가지는 현재 우리 회사가 시행 중인 근무 형태 및 복지이다.
여러 설문조사를 통해 그리고 주변 직장인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회사의 근무 형태 및 복지는 꽤나 괜찮은 것 같다.
아, 물론 자랑은 아니다.
요즘 MZ 세대들은 연봉보다 근무형태, 복지를 더 가치있게 평가한다던데
나는 다 필요 없고 연봉이 첫 번째인 사람이다.
(서론이 좀 길었다)
업무와의 단절
업무 환경 조성
집중력
나태함
먼저 퇴근을 해도 휴식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일은 회사에서, 게임은 PC방에서, 운동은 헬스장에서 그리고 휴식은 집에서 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집은 누워서 쉬고 TV 보고 뒹구는 공간이지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영상 제작인데 집에는 노트북과 작은 테이블만 있을 뿐 영상 편집을 할만한 환경은 조성해 놓지 않았다. 힐링과 미니멀라이프를 지양하는 내 방에 데스크탑PC와 사무용 테이블은 어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는 사무실에서는 한 시간이면 완성할 작업을 집에서는 몇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때문에 재택근무는 나 개인적으로 그리고 회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근무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람소리에 시작하는 하루
무료 냉/난방
다소 변태 같은 이유일 수 있지만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듣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즐겁다.
평소 즉흥적(P)으로 사는데, 일은 계획적(P)으로 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정확한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역시 사업이나 프리랜서는 꿈꿔본 적 없는 천성이 노예인 직장인인가 보다.
그리고 추운 날은 따듯하게 더운 날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 역시 출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나와서 먹는 점심값은 안 아까운데 냉/난방비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집과 직장은 도보 25분 정도 거리이다.
걸어서도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이지만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나 역시 집과 직장과의 거리가 멀었다면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