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름아, 네가 강아지나 고양이였다면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는 온도

by 임걱정

더위랑 습기 때문에

너랑 나 둘 다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고,


딱 좋았던 가을도 금방 지나갔어.


그리고 또 문제가 찾아왔지.

춥고 건조한 겨울이.


구축 아파트에서 사는 나는

너한테 맞는 온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어.


같은 온도로 맞춰놔도

온도가 계속 왔다 갔다 했거든.


어느 순간은 춥고,

또 어느 순간은 더워지고.


이 상태로 계속 틀어두자니

가스비 폭탄을 맞을까 봐 신경도 쓰였어.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어.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답을 찾기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싶었고,


결국

너를 내 침대로 데려왔어.


전기매트가 깔린

슈퍼싱글 침대 한 켠에

네 집을 옮겨 놓고 같이 자기로 했지.


친구랑 한 침대를 쓰는 것처럼

나는 몸을 웅크리고 잤어.


좀 웃기기도 했고,

조금 짠하기도 했어.


혹시 내가 따뜻하면

너한테는 너무 뜨거울까 봐


중간중간 깨서 온도계를 확인하고,

건조해질까 봐 물도 뿌려주고.


결국

제대로 잠은 못 잤다.


너는 플라스틱 집 안에 있었고,

나는 그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날은 문득,

네가 도마뱀이라는 게 느껴졌어.


날름아,

네가 강아지나 고양이였다면


그냥 안고 자면 됐을 텐데.


같이 이불 속에 들어가서

체온을 나누면 됐을 텐데.


물론

네가 도마뱀이라서 싫다는 건 아니야.


그건 아니고,


그냥

그런 식으로는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느낌이 덜해서

조금 아쉬웠어.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파티션 히터’라는 걸 찾았고,


덕분에

너는 그 겨울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지.


이제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왔어.

너한테 딱 좋은 계절이 다시 온 거야.


겨울은 추웠고,

너랑 같이 지내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쉽지만은 않았어.


그래도 결국 방법을 찾았고,

너를 위해 그런 고민을 해본 시간들이


나한테는

나름 의미 있었어.


다가오는 여름이랑,

또 그다음 겨울은


앞으로도 계속 같이 보내게 될 계절들이니까,


너도 나도

이번보다는 조금 덜 헤매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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